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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병화의 e글e글] 조강지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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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병화의 e글e글] 조강지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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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02.15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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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병화 성남미래정책포럼 이사장

중국 남북조시대 때 남조(南朝) 송(宋)의 역사가였던 범엽(范曄)이 지은 『후한서(後漢書)』에 조강지처(糟糠之妻)라는 말의 유래가 나온다. 조강지처(糟糠之妻)라는 말은 술지게미와 쌀겨로 끼니를 때울 때의 아내라는 뜻으로 몹시 가난하고 어려울 때 함께 고생한 아내를 이르는 말이다. 

한(漢)고조 유방(劉邦)이 세운 서한(西漢) 왕조가 왕망(王莽, BC45~AD23년)이란 간신 때문에 졸지에 몰락하자 광무제 유수(光武帝 劉秀, BC6~AD57)가 일어나 혼란을 평정하고 동한(東漢)을 세웠다. 그런 광무제 때 조정에는 현명하고 어진 신하들이 많았다. 그중에서도 장안(長安) 사람이었던 송홍(宋弘)은 지조가 굳은 사람으로 당시 조선의 정승에 해당하는 대사공(大司空)에까지 올랐다. 건무(建武) 2년 그 송홍(宋弘)이 환담(桓譚, BC24~AD56)을 천거해 조정에 들였는데 그는 색정적인 연주에 능했다. 

광무제가 그의 연주를 좋아하자 송홍이 환담을 불러 악보를 고치지 않으면 죄를 묻겠다고 경고했다. 연회장에서 광무제가 환담에게 거문고를 타게 하자 환담은 송홍의 눈치를 보면서 연주하지 못했다. 광무제가 이유를 묻자 송홍은 “신이 환담을 천거한 까닭은 충성스러움과 올바름으로 군주를 보필하기를 원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조정에서 음란한 음악을 탐하고 즐기게 했으니 이는 신의 죄입니다.”라고 대답했다. 

당시 광무제에게는 꽃다운 나이에 남편을 여의고 과부가 된 누이가 있었다. 광무제가 누이에게 마음에 드는 신하가 있는지 묻자 누이는 “송홍은 자태에 위엄이 있고 덕행과 재주가 두루 뛰어나 조정에서 따를 사람이 없습니다.”라고 했다. 광무제 역시 평소 송홍을 높이 평가하고 있던 차에 누이가 그를 좋아한다는 의사를 비치자 송홍의 뜻을 확인하고 싶어졌다. 

광무제는 송홍을 대궐로 불러들이고 누이더러 병풍 뒤에 앉아 대화를 엿듣게 했다. 광무제는 “옛말에 이르길 사람이 존귀해지면 친구를 바꾸고, 부유해지면 아내를 바꿀 수 있다고 하는데 이는 인지상정이 아닌가?”라고 운을 뗐다. 송홍은 “신이 듣기로는 가난하고 어려울 때 사귄 벗은 잊을 수 없고, 술지게미와 쌀겨를 먹으며 고생한 아내는 쫓아낼 수 없다고 들었습니다(貧賤之友 不可忘 糟糠之妻 不下堂)”라고 정중하게 답했다. 

이 말을 들은 광무제는 누이에게 “황제의 권력으로도 조강지처에 대한 송홍의 의리를 저버리게 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다. 그 후 조강지처란 가난하고 어려울 때 고생을 함께 한 아내를 비유하는 말로 쓰였고 송홍의 일화를 통해 "조강지처"라는 말은 황제의 명령이라 해도 함부로 버릴 수 없다는 말로 인식되었다고 한다. 

지금 우리나라는 세계 1~2위를 다툴 만큼 이혼율이 높다고 한다. 보건복지부와 모 대학이 공동 발간한 연구보고서에 의하면 “2002년 우리나라에서는 하루 평균 840쌍이 결혼하고 398쌍이 이혼해 결혼에 대비한 이혼율은 47.4%였다. 이는 미국 51%, 스웨덴 48%에 이어 세계 3위이며 이런 추세를 유지할 경우 우리나라의 이혼율은 곧 미국을 추월할 것으로 보인다”고 경고하였다. 이 비율은 결혼율과 이혼율을 단순 비교한 것으로 결혼한 부부 중 약 절반이 이혼한다는 말이된다. 

UN이 조사한 데이터에 의하면 15세 이상의 전체 인구를 1,000명으로 가정하여 이혼율을 살펴보니 러시아의 이혼율이 4.8%로 1위이고, 벨라루스, 우크라이나 등, 과거 소련 연방국들이 비교적 높은 편이었고, 미국도 3.2%에 달했다고 한다. 중국은 3.2%로 생각보다 높은 편이었다고 한다. 반면 이혼율이 가장 낮은 나라는 스리랑카로 0.15%였고 그 다음은 베트남으로 0.4%였다고 한다. 세계 각국의 평균율은 1.97%였는데 우리나라는 2.1%로 평균보다 약간 높았다. 우리나라와 비슷한 이혼율을 가진 나라는 스페인, 이집트, 룩셈부르크, 포르투갈, 벨기에 등이었고 일본은 1.7%로 우리나라보다 조금 낮았다. 

우리나라의 이혼율은 불행하게도 계속 높아지고 있다. 특히 황혼 이혼은 지난 20년 동안 2.4배나 증가했다고 한다. 이렇게 이혼율이 높은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겠지만 황금만능주의와 함께 우리 조상들이 지켜왔던 조강치처의 개념이 무너져 가고있다는 반증일 것이다. 쓰나미처럼 밀어닥친 서구의 문물이 지난 수천 년 동안 지켜온 우리 민족의 정체성을 휩쓸고 가는 바람에 건강한 나라의 기초인 건강한 가정도 함께 휩쓸려 가고 있다. 울어봐도 소용없고 후회해도 소용없는 이 일을 어찌하면 좋을꼬? 지금이라도 우리의 정체성을 제대로 찾아야 하지 않을까?

[전국매일신문 칼럼] 윤병화 성남미래정책포럼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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