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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병화의 e글e글] 네명의 아내를 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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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병화의 e글e글] 네명의 아내를 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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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03.29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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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병화 미래정책포럼 상임대표
윤병화 성남미래정책포럼 이사장

네명의 아내를 둔 남자가 있었다. 그는 첫째부인을 너무 사랑한 나머지 자나깨나 늘 곁에 두고 살았다.

둘째는 아주 힘겹게 얻은 아내다. 사람들과 피투성이가 되어 싸우면서 쟁취한 아내이니 만큼, 사랑 또한 극진하기 이를 데 없다. 그에게 있어서 둘째부인은 든든하기 그지없는 성과도 같았다. 

셋째부인과 그는 특히 마음이 잘 맞아 늘 같이 어울려 다니며 즐거워했다. 

그러나 넷째부인에게는 별 관심이 없다. 그녀는 늘 하녀 취급을 받았으며 온갖 궂은 일을 도맡아 했지만, 싫은 내색을 전혀 하지 않았다. 그저 묵묵히 그의 뜻에 순종하기만 했다.

어느날 그가 머나먼 나라로 떠나게 되어 첫째부인에게 같이 가자고 한다. 그러나 첫째는 냉정히 거절한다. 그는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둘째부인에게도 가자고 했지만 역시 거절한다. 첫째부인도 따라가지 않는데 자기가 왜 가느냐는 것이다.

그는 셋째부인에게 같이 가자고 한다. 셋째 부인을 "성문 밖까지는 배웅을 해줄 수 있지만 같이 갈 수는 없다"고 그는 넷째부인에게 같이 가자고 한다. 넷째 부인을 "당신이 가는 곳이라면 어디든 따라가겠다" 이렇게 하여 그는 넷째 부인만을 데리고 머나먼 나라로 떠나간다. 

'잡아함경'에 나오는 이 이야기는 "머나먼 나라"는 저승길을 말한다.

첫째 아내는 '육체'를 비유한다. 육체가 곧 나라고 생각하며 함께 살아가지만, 죽게 되면 우리는 이 육신을 데리고 갈수 없다. 

사람들과 피투성이가 되어 싸우면서 얻은 둘째 아내는 '재물'을 의미한다. 든든하기가 성과 같았던 재물도 우리와 함께 가지는 못한다.

셋째 아내는 '일가, 친척, 친구'들이다. 마음이 맞아 늘 같이 어울려 다니던 이들도 문 밖까지는 따라와 주지만 끝까지는 함께 가 줄수는 없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조금씩 나를 잊어 버릴테니까.

넷째 아내는 바로 '마음'이다. 살아있는 동안 별 관심도 보여주지 않고 궂은 일만 도맡아 하게 했지만, 죽을 때 어디든 따라가겠다고 나서는 것은 마음 뿐 이다.

어두운 땅속 밑이든, 서방정토든 지옥의 끓는 불 속이든, 마음이 앞장서서 나를 데리고 갈 것이다. 살아 생전에 마음이 자주 다니던 길이 음습하고 추잡한 악행의 자갈길이었으면 늘 다니던 그 자갈길로 나를 데리고 갈 것이고, 선과 덕을 쌓으며 걸어가던 길이 밝고 환한 길이었으면 늘 다니던 그 환한 길로, 나를 데리고 갈 것이다.

그래서 살아있는 동안 어떤 마음으로 어떤 업을 짓느냐가, 죽고 난 뒤보다 더 중요한 것이다.

[전국매일신문 칼럼] 윤병화 미래정책포럼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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