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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의 데스크席] 교육감 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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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의 데스크席] 교육감 선거
  • 최재혁 지방부국장
  • 승인 2022.06.23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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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 지방부국장

지난 6·1 지방선거에서 공보물을 살펴보지 않고 투표장에 갔다면 교육감 투표 용지를 보고 적잖이 당황했을 것이다. 투표 용지에 후보들의 이름 석 자만 적혀 있을 뿐, 번호도 기호도 없어서다. 아는 이름이 있다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그도 아니면 들어봤음직한 후보를 선택하거나 눈길 가는 대로 찍고 나왔을 듯하다. 이런 현실을 잘 알고 있는 후보들은 선거 기간 정책 기자회견이나 교육포럼 등으로 자신의 공약을 알려보지만 유권자들에게 다가가기가 쉽지 않다. 선거일이 임박해도 교육감 선거에는 별 관심이 없다. 교육감 선거를 하는지조차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현역 교육감의 재선 성공률이 높은 것도 이런 무관심 때문이다. 어디서 들어본 듯한 이름, 낯익은 얼굴을 적당히 골라 찍는 이가 많아서다. 이런 불합리를 개선하기 위해 교육감 선거에 많은 관심을 유도해야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매번 정책 경쟁은 사라지고 후보 단일화를 둘러싼 이전투구에 고소·고발까지, 선거 때마다 혼탁한 복마전의 반복이다. 그러면서 유권자들의 관심은 더욱 멀어진다. 이처럼 교육감 선거에 관심이 없는 것은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다들 교육이 중요하다고는 생각하지만 유·초·중·고에 다니는 자녀가 없는 경우는 관심이 뚝 떨어지기 마련이다.

이런 무관심 때문에 후보들은 엄청난 선거비용을 투입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때 교육감 후보의 1인당 평균 지출액은 11억1000만 원이었다. 지역과 후보 간 차이는 있지만 시·도지사(7억6200만 원) 평균 지출액보다 1.5배나 많았다. 정치인처럼 정당지원금 없이 거액의 선거비용을 개인이 오롯이 책임지다 보니 ‘검은 유혹’에 빠지는 경우도 있다. 선거 때마다 단일화 논쟁은 최대 변수로 등장한다. 정책이나 철학의 공유 없는 단일화 이슈지만 당락의 최대 변수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교육감 선거에서의 승리는 그야말로 불공정 어부지리다. 교육적이지도 민주적이지도 못하다. 그러나 당선된 교육감은 막강한 권한을 갖는다. 유치원과 초·중·고교 교육을 책임지는 수장으로서, 교육공무원의 인사권을 갖고 연간 수조 원의 예산을 주무른다. 일선 학교의 개·폐교와 급식 메뉴, 학원 규제 등 사교육에도 영향을 미친다. 

새로 선출된 교육감은 7월 1일부터 시작해 2026년 6월 30일까지가 임기다. 교육감 직선제의 본래 취지는 탈정치와 전문성 강화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제왕적 교육감’ 양산으로 변해 버렸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교육감 선거가 끝났다. 특히 이번 교육감 선거는 후보 난립으로 교육철학이나 교육정책으로 대결하기보다는 후보 단일화 여부가 승패를 가르는 정치공학적 구도가 주요 관심사로 떠올랐다.

‘깜깜이 선거’로 불릴 만큼 무색했고, 낮은 투표율은 있던 표심마저 무효표와 기권표를 양산해 내었다. 새로 선출된 교육감들은 일차적으로 선거과정에서 나타난 교육수요자들의 관심과 요구를 겸허하게 수용하는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다. 아울러 선거과정에서 나타난 교직사회의 대립과 갈등을 해소하고 통합된 목표를 향해서 모든 교원들의 능력을 모을 수 있도록 교직사회를 시급하게 안정화하고 효율화하는 리더십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제 정치 논리에서 벗어나 미래교육을 위해 헌신할 수 있는 정치교육감이 아닌 교육 전문가인 교육교육감을 원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사교육 부담을 경감하면서도 경쟁력을 신장하는 방법에 대해 공교육 강화를 말하지만 구체적인 정책 대안이 이번 선거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웠는데, 그 이유는 교사들의 도덕성과 전문성 강화라는 것을 외면하는 데서 기인하는 것으로 보이기에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학습자 중심의 질 높은 공교육,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 상생교육, 코로나19로 인한 학습과 정서의 결손을 빠르게 회복하고 학령아 감소에 따른 선제적으로 대응 등 미래교육을 위한 지향을 현실로 만들어나갈 시급한 때다. 코로나19 이후 학교 현장은 학력 격차와 기초학력 저하문제로 심각하기만 하다. 진보냐 보수냐는 이념 논리에 매몰되지 말고 교육격차에 대한 문제의 심각성을 모두가 알고 있기에 해결책 마련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예산이 부족해서 좋은 시책을 현장에 접목할 수 없다는 말은 할 수가 없다. 올해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지난해보다 35% 늘어난 81조 2976억이다. 10년 사이 학생 수는 125만 명 줄었는데 1인당 교부금은 2.5배 증가해 1528만 원이 되었다. 국가재정 능력과 교육수요 변화를 균형 있게 반영하여 국민의 혈세를 꼭 필요한 분야에 편성하여 효율을 기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학생 1인당 최고 수준의 교육비를 투입하는데도 학력저하 및 학교폭력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것은 우수한 교사들의 실추된 교권회복이 우선되어야 함을 보여준다. 교육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교사의 도덕성과 전문성을 높이고 교육에 대한 열정을 회복시켜야 한다.또다시 과거에 사로잡히면 우리에게 미래는 없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교육의 자주성,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이라는 헌법적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제도로 관심을 모았지만 15년이 지난 지금의 직선제는 개선점만 남겼다. 교육적이지도 민주적이지도 못한 작금의 교육감 선거, 다음 선거에서는 바뀐 제도로 투표 해보자. 우리나라는 높은 교육열과 모순되게도 교육감선거에 대해서는 무척 낮은 관심도를 보이고 있다.

교육감선거에 대한 유권자 개개인의 관심은 물론이고 국가적 차원의 제도 개선 역시 시급해 보인다. 이것이 ‘깜깜이 선거’를 극복하고 ‘교육은 백년대계’를 향한 시작점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도 그 목적이 무색하게 ‘깜깜이 선거’라는 오명을 벗을 수 없었다.

[전국매일신문] 최재혁 지방부국장
jhchoi@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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