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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의 데스크席] '내로남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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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의 데스크席] '내로남불'
  • 최재혁 지방부국장
  • 승인 2022.07.28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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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 지방부국장
최재혁 지방부국장
최재혁 지방부국장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최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했다. 연설은 윤석열 정부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과 경고가 주류를 이뤘다. 그는 대통령실 사적 채용 논란과 검찰 출신 편중 인사 문제 등을 거론하며 “박근혜 정부 청와대의 ‘문고리 삼인방’에 빗대 윤석열 정부 대통령실은 이른바 검찰 출신 ‘문고리 육상시’에 장악됐다는 비판이 제기된다”고 말했다. 이어 “사적 채용, 측근 불공정 인사 등으로 드러나고 있는 대통령 권력의 사유화는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된다”며 대통령 탄핵까지 언급했다.

박 원내대표의 발언에 대해 여당인 국민의힘은 발끈했다. 허은아 수석대변인은 “169명의 거대 의석을 무기로 언제든 탄핵을 시킬 수 있다는 오만함을 드러낸 것”이라고 했고, 양금희 원내대변인은 “야당 원내대표가 실체도 근거도 없이 ‘문고리 육상시’, 대통령 배우자에게 ‘권력의 실세’ 등을 운운하며 국민을 상대로 거짓 프레임 공작 발언을 하는 것은 비겁하고 무책임한 처사”라고 논평했다.

이와 관련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육상시라는 건 결국은 십상시 프레임을 가져가겠다는 것”이라며 “이분들 정신 차리려면 아직 멀었구나 생각이 들었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대통령 탄핵 언급과 관련해 “다른 한편으로는 탄핵을 이야기하지 않느냐”며, 미국 버클리대 교수이자 대표적인 인지언어학자 레이코프의 ‘프레임 이론’을 정치 측면에서 민주당이 잘못 이해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물론 야당 원내대표가 대통령을 비판하는 것은 당연하다. 다만 정치적 공격도 합리적인 근거가 있어야 한다. 대선 캠프에서 일했던 인사들이 대통령실에 채용됐는데, 윤석열 대통령과 인연이 있다는 이유로 국정 농단까지 거론하는 것은 지나치다. 지금 논란이 된 대통령실 인사는 이해충돌 여지가 있는 윤 대통령 외가 6촌과 지인의 아들, 김건희 여사 회사 관계자 등이다. 국민이 보기에 적절하지 않은 측면이 있다. 하지만 이런 인사 전부를 ‘사적 채용’으로 몰아붙이는 것은 생각해 볼 문제다.

대통령실에 근무하는 별정직 공직자는 윤 대통령과 정치적 운명을 함께 하는 일종의 참모다. 역대 정권도 마찬가지였다. 대통령과 인연이 있는 많은 사람들이 대통령실에서 근무했다. 문재인정부 당시 김정숙 여사의 단골 디자이너 딸이 청와대 총무비서관실 소속 행정요원으로 근무하고 있어 논란이 됐다. 당시 청와대는 부대변인 서면 브리핑을 통해 “전혀 모르는 사람과 함께 일할 수 있겠나”라고 논평한 바 있다.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도 “문제 없다”는 식으로만 대응해서는 안 된다. 민주당의 비판이 과한 측면이 있지만, 그런 여론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국민의힘 권성동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이날 9급 행정요원 우모씨 논란과 관련한 자신의 부적절한 발언을 사과한 것도 이런 여론을 고려한 때문일 것이다. 윤 대통령은 대선 당시 내세웠던 공정과 상식의 기준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 당시 문재인정부 사람들은 “과거에 다 그랬다”는 식으로 해명했다.

하지만 국민들의 눈에는 이런 변명이 내로남불로 비쳐졌다. 윤 대통령은 공정과 상식을 앞세워 집권에 성공했다. 그런데 권력 핵심부인 대통령실에 사적 인연만 자꾸 눈에 띈다. 국민들이 윤 대통령의 인사 기준에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윤 대통령은 이번 기회에 공정과 상식에 맞는 인사기준이 무엇인지, 이것을 대통령실에 제대로 적용했는지 검토하기 바란다.

그러나 대통령 비서실의 독특한 채용 방식을 먼저 경험하면서 다 알고 있는 민주당이 ‘사적 채용’ 프레임을 설치한 건 정치공세다. 새 정권의 대응이 미숙해 프레임이 먹히자 ‘권력 사유화’로 확장시키고 ‘비선 실세 최순실’까지 들먹이더니 마침내 ‘탄핵’과 ‘촛불’을 입에 올렸다. 명분이 너무 허술하다. 대통령과 배우자가 사적 영역에 의존하는 게 박근혜 전 대통령 최순실과 유사하므로 탄핵감이란다.

그 논리면 5년 동안 '캠코더(캠프·더불어민주당·코드)' 인사를 한 문재인 전 대통령도 탄핵감이다. 만일 5년 후 민주당이 정권을 되찾는다면 대통령 비서실은 몽땅 공적 채용으로 채울 건가. 아니 그 이전에 대선 경선이나 본선 캠프에 소속 국회의원 보좌진을 파견할 때 국회에서 적(籍)을 파내 국민 세금으로 월급을 받지 못하게 할 건가. 국민 눈을 속인 프레임에는 언제든 자신도 갇힐 수 있다.

십상시(十常侍)는 소설 삼국지연의 시작시점인 중국 후한 말 영제 때 권력을 잡고 조정을 휘두른 환관 10명을 일컫는 것으로, 황제를 주색에 빠뜨리고 전횡을 일삼은 이들이다. 이에 빗대어 박근혜 정부때는 실세 비서진을 십상시로 표현하기도 했다. 박 원내대표의 육상시 발언은 진 전 교수의 지적대로 최근 지지율이 떨어지는 윤석열 정부를 나쁜 쪽으로 프레임을 몰고 가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결코 바람직한 프레임은 아닌 것 같다.

[전국매일신문] 최재혁 지방부국장
jhchoi@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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