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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의 데스크席] 강하게 처벌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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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의 데스크席] 강하게 처벌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 최재혁 지방부국장
  • 승인 2022.07.14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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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 지방부국장

조선 때 선비 이덕무(李德懋1741~1793)는 이렇게 지적했다. “인심이 갈수록 나빠지고 세도가 갈수록 퇴폐해지는 것은 아이들을 올바로 가르치지 않은 데서 비롯된 것이다” 이덕무는 그 바람에 아이들이 보고 듣는 것은 “과거·벼슬·계집·재물·노름·농담·조롱·비방·싸움·아첨·사기·인색·시기·교만·사치·술·음식·말·가구·의복·신발” 등이라고 했다. 오늘날에는 세상이 이덕무 시대보다 훨씬 복잡해지고 살벌해졌다. 아이들이 보고 듣는 것도 그만큼 살벌해졌을 수밖에 없다.

중국 북송 시대의 정치가이자 사학자 사마광은 교육자로도 손색없었다. 그가 남긴 저서 ‘가범’(家範)은 가정교육 지침서로 평가된다. 그는 “아이가 사물을 구분할 수 있게 되면 어른을 공경하게 하고, 그러지 못하면 준엄하게 나무라야 한다”고 엄한 훈육을 강조했다. 가정과 사회의 이 같은 교육행동 준칙이 철저하게 적용됐다면 패륜아 같은 비뚤어진 아이는 눈을 씻고도 찾아보기 힘들었을 것이다.

중국 역대 황제 중 유일하게 ‘천고일제’(千古一帝)란 호칭을 얻은 청나라 4대 황제 강희제는 엄마 치마폭에 휩싸여 있을 때인 7살에 황위에 올라 14살 때부터 직접 정사를 챙기기 시작했다. 강희제는 신하들의 높은 견제 벽을 뚫고 황제로서의 책임과 권한을 행사하면서 나라를 반석에 올렸다. 만 14세는 결코 어린 나이가 아닌 것이다.

실제 옛 선조들은 아이가 6세가 되면 글자를 익히도록 하고, 7세가 되면 ‘효경’ ‘논어’ 등을 구해 읽도록 했다고 한다. 8세가 되면 어른 공경과 겸양의 도리를 가르쳤고, 9세가 되면 역사를 알게 했으며, 10세가 되면 스승을 구해 교육시켰으니 범죄의 심성이 싹틀 여지가 어디 있었을까 싶기도 하다.

촉법소년에 관한 이야기가 다시 사회적으로 뜨거운 이슈가 되고 있다. 큰 반향을 일으킨 넷플릭스 드라마 ‘소년심판’은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돼 소년범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촉발시켰고, 촉법소년 기준 연령 논란에 또 한번 불을 댕겼다. 특히 2015년 경기도 용인의 한 아파트에서 발생한 벽돌 투척 사망 사건도 드라마 후반부에 조명됐다.

당시 용의자로 붙잡힌 2명의 소년 가운데 한 명은 9살이라 어떤 처벌도 받지 않았고, 다른 한 명은 형사처벌 연령인 만 14세가 안 된 11살이어서 촉법소년으로 분류돼 가정법원에 송치됐다.

이와관련 지난달 법무부 장관은 ‘촉법소년연령하향’을 공식화 했고 그에 필요한 TF를 구성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 연령 상한 하향(만 12세)을 공약했다.일부 그릇된 청소년들이 범죄를 저지르고도 오히려 “촉법소년이라 처벌 안 받아”라며 사회를 조롱하는 사건들이 잇따르니 촉법소년 적용 연령을 낮춰 형사처벌하겠다는 것이다. 가정과 사회가 막지 못한 촉법소년들의 일탈, 사마광과 강희제라면 과연 어떤 해법을 내놓을까.

죄를 지어도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 촉법소년의 개정안은 집단폭행을 비롯해 살인, 강도, 강간 등 특정강력범죄의 경우에 형사미성년자의 연령을 현행 14세에서 12세로 낮추는 내용을 담고 있어 연령 기준을 1~2세 낮추자는 의견에 대해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촉법소년’은 형벌을 받을 범법행위를 한 만 10세 이상~14세 미만의 형사미성년자로 형법 제9조는 ‘14세가 되지 아니한 자의 행위는 벌하지 아니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들은 형사책임능력이 없기 때문에 형법에 저촉되는 행위를 하더라도 형사처벌을 하지 않고, 가정법원이 소년원으로 보내거나 보호관찰을 받게 하는 등 ‘보호처분’을 할 수 있다.

국민의힘 홍석준 국회의원은 최근 촉법소년의 연령을 낮추는 형법 일부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홍 의원은 “14세 미만 촉법소년들의 중범죄가 증가하는 것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며 “중범죄를 저지르면 촉법소년도 형사 처벌된다는 경고를 보내 범죄를 예방해야 한다”고 입법 취지를 설명했다. 그러나 아동 단체와 청소년 단체들은 ‘소년범죄가 저연령화됐다거나 흉포화됐다는 객관적 근거가 불충분하다’고 강조하며 촉법소년 연령을 1~2세 낮추는 것으로 강력 범죄가 줄 것이란 주장은 설득력을 가질 수 없다며 반대하고 있는 입장이다.

하지만 시민들의 소년범죄 강력 처벌 목소리는 매우 높다. 게다가 촉법소년 연령 하향에 대해서는 찬반 의견이 엇갈리면서 당분간 촉법소년 연령 하향 문제는 갑론을박이 계속될 전망이다. 촉법소년의 범죄는 해마다 늘고 있으며, 죄질 또한 나빠지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이번 정책은 전과자를 양성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한다. 촉법소년들의 교정 교화와 관련해 종합적인 시각에서 적절한 방안은 무엇인지, 구체적인 대응책이 어떤 것들이 있는지 신중히 검토하고 어떤 대책이 가장 좋은 지를 잘 파악해 추진되길 바란다.

그렇다면 당장 연령 개정보다는 촉법소년의 범죄가 발생하게 된 원인을 정확히 분석하고 그것에 대한 대책을 강구 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을 육성하는 한편 사회 보호처분을 강화하여 학습·직업 교육 등 교화 과정을 충실히 시행함으로써 응보 가 아닌 치유 차원에서 소년 범죄를 방지하도록 노력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전국매일신문] 최재혁 지방부국장
jhchoi@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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