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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의 데스크席] ‘정치’ 변하지 않으면 미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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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의 데스크席] ‘정치’ 변하지 않으면 미래 없어
  • 최재혁 지방부국장
  • 승인 2022.07.21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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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 지방부국장

검찰의 수사권을 박탈하는, 이른바 ‘검수완박’ 법안처리에 여야가 전격 합의한 날 30여년 전 고 이건희 삼성 회장이 한 말을 떠올린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다. 90년대 중반, 이 회장은 ‘4류’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한국 정치와 정치인들을 저격했다. 정치인들의 거센 반발로 이 회장 본인은 물론 기업들도 난처한 상황을 겪기도 했지만, 4류라는 단어는 3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 한국 정치의 후진성을 상징하는 대명사로 자리 잡았다.

그 나라 수준은 정치와 공중화장실을 보면 안다. 88서울올림픽 이후 화장실은 환골탈태했다. 반면 정치는 아직도 도돌이표다. 이건희 회장이 “정치는 4류”라고 일갈한 지 30년이 다 돼가지만 이제는 5~6류라는 말까지 나온다. 총선 때마다 국회의원 절반이 물갈이돼도 매양 똑같다. 아니 더 나빠지고, 더 뻔뻔해져간다.먼저 5년 만에 야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을 보자. 국민은 선거 3연패(敗)를 안기며 20년 집권하겠다던 민주당에 반성과 숙고를 요구했다.

그러나 지고 또 지고도 여전히 ‘졌잘싸’ 프레임에 갇혀 정신승리 중이다. ‘~빠’와 ‘정치 훌리건’의 눈치를 보며 스스로 혁신할 기회마저 걷어차고 있다. 몰락 시발점이 된 ‘조국의 강’은 아직도 넓고 깊다. 여기에 검수완박, ‘짤짤이’, 개딸 등 지류가 보태져 민심과 더 멀어졌다. 참으로 저렴한 처럼회를 보면 586 운동권 출신 같은 세대 문제만도 아닌 것 같다. “또금만 더 해두때여”에선 기괴함마저 느껴진다.

대선을 간신히 이긴 국민의힘은 어떤가. 탄핵 후 지리멸렬하다 문재인 정부의 무능 덕에 기사회생했다. 그러자 도긴개긴 치고받고 하는 옛날 버릇이 또 나온다. 자기들이 잘나서 유권자들이 표를 준 줄 안다. 경제·민생에 드리운 시커먼 먹구름, 뚝뚝 떨어지는 지지율에도 30대 당 대표와 윤핵관의 권력투쟁만 도드라진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지 두 달여 만에 벌써 피로감을 느낄 정도다.

대립하는 좌우 정당은 서로를 비추는 거울과 같다. 실력 있는 여당이 야당을 각성시키고, 원칙과 상식을 갖춘 야당이 여당을 긴장시켜 함께 발전하는 게 최선이다. 보수당의 마거릿 대처가 영국을 재건하자, 토니 블레어는 ‘제3의 길’로 낡은 노동당을 되살려 냈듯이 말이다.

유감스럽게도 한국 정당들은 치열하게 싸우지만 서로를 거울 삼아 나라와 정치 발전을 이뤄본 적이 있나 싶다. 스코어는 늘 초접전인데 호쾌한 타격과 호수비가 아니라 볼넷과 실책만 남발하는 짜증나는 야구 같다. ‘누가 더 못하나’ 경쟁이다. 좌파는 자정능력을 상실했고, 우파는 방향감을 잃고 헤맨다.

최근 국내외 경제지표가 사상 초유의 위기를 가리키고 있지만 국회는 원 구성 협상 파행으로 40여 일 동안 문을 닫아 법안처리 등 입법 기능은 전무했지만 300여 명 국회의원 중 누구 한 사람도 대국민 사과 한마디 없고 있다. 무노동 무임금의 원칙을 무시하고 염치없게도 1285만 원의 세비만 챙겼는가 하며 50여 명은 이런 와중에도 해외 외유를 떠났다고 한다.

이런 몰염치한 행태를 보이면서도 국민을 대표한다고 말할 자격이 있는지, 여의도 정치권이 법과 상식이 통하는 곳인지 의문이며 국회가 하루 3건 꼴로 규제를 쏟아 내어 경제 활성화에 필수적인 혁신은커녕 걸림돌이 되고 있다. 경제학자의 이런 경고성 지적을 국회는 남의 일처럼 듣고 있어 크게 우려스럽다.

이래서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지난 1995년 ‘기업은 2류, 정치는 4류’라고 말하며 그룹의 혁신을 강조한 리더의 인식이 조직과 국가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엄청나다는 걸 새삼 느끼게 된다. 그리고 지난 대선 때 차기 대선과 총선에는 국회의원 정수를 100명으로 줄이고 국회의원 에게 부여된 모든 특권을 박탈하겠다고 공약하면 무조건 당선이라는 말이 회자된 의미를 되새기며 스스로를 성찰하여 국회의원으로서의 책무를 다하겠다는 의지를 보여 주었으면 한다.

이런 상황에서 더 실망스럽고 부끄러운 통계는 국회가 20대 국회 4년간 위헌법률이 47개가 나옴으로서 OECD회원국 중 위헌 법률이 한 해 5건 이상 나온 국가는 한국뿐이라는 오명이다. 물론 정당들이 의원의 법안제출 건수를 의정활동 및 공천평가의 척도로 삼는 탓도 있고 10인 이상의 의원이 동의하면 보름 안에 법안 제출이 가능한 제도적 모순 때문에 저질 법안이 범람하고 있다. 이래서 고려대 강모 교수는 국회의원들이 많은 표를 가진 노동조합, 이익단체 등의 요구를 대변하는 반(反)기업 규제법안 만들기에 앞장서고 있어 국회가 국가경제 활성화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이제 국회의원 스스로가 변하지 않으면 우리의 미래는 없다. 이런 초유의 경제위기를 맞고 있는 엄중한 시기에 국회의원이 한가하게 본연의 책무를 내던지고 지역의 행사에 참석하여 자화자찬하고 지구당 사무소 벽에는 지역민의 공감을 얻기 어려운 “OO사업 교부세 OO억 원 확보”라는 현수막을 내걸고 공치사에 열중하는 모습은 참으로 가증스럽고 우려스럽다.

전 정권의 최대 과오는 국가의 근간을 흔들어놨다는 데 있다. 안보, 외교, 경제, 세제, 부동산, 에너지, 재정 등 전방위 부실화에 대해 국민은 정권 교체로 응수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가 ‘이뻐서’ 선택받은 게 결코 아니다. 잘못된 것을 바로잡으라는 주문이다. ‘전 정부보단 낫다’는 수준이면 ‘그놈이 그놈’이란 소리밖에 못 들을 것이다.

따라서 이제는 국회의원들이 당리당략과 권력다툼에서 벗어나 오직 국민의 삶과 직결되는 경제 활성화에 매진하도록 언론을 비롯한 국민 모두가 국회의원에 대한 감시와 평가를 강화해 제대로 심판하는 것이 국가와 사회를 건강하게 하는 길임을 자각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전국매일신문] 최재혁 지방부국장
jhchoi@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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