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매일신문
지면보기
 표지이미지
지방시대
지면보기
 표지이미지
[고화순의 나물이야기] 막바지 여름이 선물해주는 보약 '연근'
상태바
[고화순의 나물이야기] 막바지 여름이 선물해주는 보약 '연근'
  • 전국매일신문
  • 승인 2022.08.16 11:1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고화순 대한민국전통식품명인 남양주시 하늘농가 대표

연(蓮)은 뿌리의 마디가 이어져 있어 연이라는 이름으로 유래됐다. 연은 꽃잎부터 뿌리까지 버릴 것이 없다. 꽃잎은 향긋한 차로, 씨앗은 식용으로, 연잎은 술을 담가 먹는다. 뿌리인 연근은 영양가가 좋고 특유의 아삭한 식감을 갖고 있어 식재료로 가장 많이 활용한다. 육식을 금하는 불교의 승려들이 표고, 고사리, 죽순과 함께 즐겨먹는 뿌리채소이기도 하다.  

연은 물속에서 잘 자라는 수생식물로 수련과의 여러해살이풀이다. 원산지는 인도와 이집트로 우리나라는 고대에 불교의 도래와 더불어 인도에서 들어온 것으로 보이며, 전국 각지에 강가나 연못 등지에서 자란다. 연꽃은 진흙 연못의 더러움 속에서도 피어나면서도 더러움에 물들지 않는 청정함을 상징한다. 또 종자가 많이 달리므로 다산(多産)과 풍요, 번영을 의미한다. 

뿌리는 오염된 수질을 정화하는 역할을 톡톡히 담당해 남한강과 북한강이 합치는 양평 양수리에 대단위로 식재되어 있다. 2000년대 들어 연근이 건강식품으로 주목받으면서 국내 재배면적과 생산량이 꾸준히 늘고 있다. 주 생산지는 대구, 경남 함안 등지로 얕은 연못이나 깊은 논을 이용해 재배하고 있다. 9월부터 수확되지만 10월 이후에 수확하는 가을 연근이 가장 즙이 많고 맛이 좋다. 

연근에는 비타민 C, B, 철분, 탄닌, 엽산, 아미노산, 식유섬유 등이 풍부해 피로회복과 염증완화, 동맥경화예방, 소화를 돕고 변비예방에 좋다. 눈의 충혈에 효과적이며, 피부를 윤택하게 해준다. 연근의 독특한 점액 성분인 뮤신(mucin)은 콜레스테롤 저하작용과 위의 점막을 보호해 준다. 식품으로 조리하면 보다 균형적인 영양을 섭취할 수 있다. 

연근을 고를 때는 겉모양은 길고 굵은 것이 좋다. 잘라 보았을 때는 속이 하얗고 구멍의 크기가 고르고, 과육이 부드러운 것이 좋다. 국산 연근은 손으로 부러뜨렸을 때 잘 부러지고, 몸통이 굵고 살집이 부드러우며 겉면이 깨끗하고 광택이 난다. 몸통에 상처가 있거나 굵기가 작고, 색상이 고르지 않은 것은 피한다. 

연근보관은 구입한 후 흙이 묻은 상태라면 종이나 비닐에 싸서 바람이 잘 통하는 서늘한 곳에 두고, 자른 단면이 보이면 랩으로 단단히 싸서 냉장고에 보관해야 한다. 0~5℃ 정도의 온도에서 3일 정도까지 보관할 수 있으며, 그냥 두면 색이 변하기 쉬우므로 자른 후에는 식초를 넣은 물에 담가 냉장고에 보관하여야 한다. 

연근손질은 묻은 흙을 물로 깨끗이 씻은 후 칼(필러)로 껍질을 벗긴다. 연근은 쓴맛이 강하기 때문에 조리하기 전에 살짝 데친 후 찬물에 담가 놓으면 떫은맛이 빠져나와 맛이 한층 부드러워진다. 데칠 때 식초를 조금 넣고 끊여주면 갈변을 억제해주며, 유효성분들의 손실도 방지해 준다.

연근은 주로 조림을 해서 먹는다. 연근조림은 연근, 식초, 소금, 물, 간장, 설탕, 물엿, 깨, 참기름, 식용유 등을 준비한다. 손질된 연근은 0.5㎝ 정도의 두께로 자르고 냄비에 식초와 소금을 넣고 연근이 반쯤 익을 때까지 삶아준다. 물을 체에 받쳐 빼주고 냄비에 연근과 물, 식용유, 물엿을 넣고 센 불에서 끊인다. 어느 정도 물이 졸아들면 중불로 바꿔 양념장(간장, 설탕, 물엿, 참기름, 식용유, 깨)을 넣고 타지 않게 조려 준다. 그리고 거의 다 졸아들면 물엿을 살짝 넣어 주면 윤기가 흐르고 존득존득한 연근조림이 된다. 

조선시대의 율곡선생은 어머니인 신사임당을 여의고 오랜 기간 동안 실의에 빠져 건강까지 상하는 상황에 처했다. 이때 그의 건강을 회복시켜 준 음식이 바로 연근 죽이었다. 연근은 먹거리로 뿐 아니라 예로부터 귀중한 약재로 쓰여 왔던 것이다. 이런 귀한 연근이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연근은 도시락 반찬으로 더 친숙하다. 모두가 어려웠던 시절 구하기 쉽고, 영양가도 높은 식재료였기 때문일 것이다. 

한여름 뙤약볕에도 한 틈의 늘어짐도 없어 고고히 물 위를 가득 채운 연꽃은 여름만이 보여줄 수 있는 아름다움이다. 연꽃은 없던 사랑도 생길 만큼 낭만적이고 품위가 넘치는 존재다. 어느새 막바지에 이르는 여름. 어머님과 함께 연꽃구경도하고, 맛있는 연근 죽도 만들어 건강도 보살펴 드려야겠다.

[전국매일신문 기고] 고화순 대한민국전통식품명인 남양주시 하늘농가 대표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