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매일신문
지면보기
 표지이미지
지방시대
지면보기
 표지이미지
[최승필의 돋보기] 얽히고설킨 난제 해결 위한 ‘협치’ 필요
상태바
[최승필의 돋보기] 얽히고설킨 난제 해결 위한 ‘협치’ 필요
  • 최승필 지방부국장
  • 승인 2022.08.21 10: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승필 지방부국장

‘후한서’(後漢書)의 ‘우후전’에 나오는 이야기다. 후한의 6대 황제 안제(安帝)가 13세의 어린 나이에 즉위하자 모후(母后)가 수렴청정하고, 모후의 오빠 등즐은 대장군에 올라 병권을 장악했다.

이 무렵 서북 변방에 있는 티베트계의 유목민족인 강족(羌族)이 빈번하게 침략했고, 선비족(鮮卑族)과 흉노족(匈奴族)까지 침략의 기회를 호시탐탐(虎視眈眈) 노렸다.

또, 국내적으로는 심한 가뭄으로 어려움을 겪자 등즐은 재정이 여의치 않다는 이유로, 병주(幷州)만 방어하고, 양주(凉州) 지역을 포기하려고 했다. 그러자 벼슬이 낭중(中)인 우후(虞)가 “선조들이 고생해 넓힌 땅을 어찌 함부로 포기한다는 말입니까?”라며 강력 반발했다.

그는 “양주는 옛날부터 유능한 선비와 장수를 많이 배출한 곳이며, 그곳을 잃으면 당장 서울이 위험해집니다. 대체로 서쪽 지역 사람들은 생활 자체가 군병(軍兵)이나 다름없기에 적도 두려워하는 바인데, 그곳을 포기함으로써 그 사람들이 함빡 내지로 이주해 오면 새로운 분쟁의 불씨를 안게 될 것이 뻔합니다”라고 주장했다.

우후는 어려서 아버지를 여의고 할머니를 극진히 봉양한 효행으로 주위의 칭송이 자자했고, 할머니 사후에야 비로소 세상에 나와 벼슬길에 오른 인물이었다.

이 같은 성품의 우후가 조목조목 바른말로 ‘양주 포기’의 부당성을 지적할 뿐 아니라 중신들마저 이구동성으로 동조하고 나서면서 등즐은 마지못해 자기 복안을 철회했다고 한다.

등즐은 이처럼 우후의 주장으로 자신의 계획이 실현되지 못하자 우후를 미워하기 시작했고, 그를 제거할 기회만을 노리고 있었다.

때마침 하남(河南)의 조가현(朝歌縣)이라는 지방에서 비적(匪敵)들이 현령을 살해하는 반란이발생하자 등즐은 우후를 조가현의 신임 현령으로 임명하면서 비적들을 소탕할 것을 명했다.

우후를 제거하기 위한 술책이었다.

이 때문에 우후의 친지들은 그의 조가현 현령 부임을 걱정했지만 오히려 우후는 “안이한 뜻을 구하지 않고 험한 일을 피하지 않는 것이 신하의 도리가 아닌가. 얽히고설킨 뿌리와 뒤틀린 마디를 피한다면 어디서 이 예리한 칼날을 휘두를 수 있겠는가(志不求易事不避難臣之職也不遇盤根 錯節何以別利器乎)”라며 조가현에 부임한 뒤 지략을 발휘해 비적들의 반란을 평정했다고 한다.

이 같은 그의 주장에서 ‘반근착절(盤根錯節)’이라는 말이 나온다. ‘구부러진 나무 뿌리와 울퉁불퉁한 나무 마디’라는 뜻으로, ‘복잡하게 얽히고설켜 해결하기가 매우 어려운 상황’ 또는 ‘세상일에 난관이 많음’을 비유하는 말이다.

우후의 이 같은 주장은 ‘어렵고 힘든 일일수록 피하지 않고, 능동적으로 대처할 때 인간의 능력이 평가될 수 있다’는 뜻도 함축하고 있다.

요즘, 우리나라는 국내·외적으로 매우 복잡한 위기에 처해 있다. 수많은 난제가 쌓여가고 있다.

정부는 19일 발간한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8월호’를 통해 최근의 경제 상황에 대해 높은 물가 상승세에 소비심리 등이 악영향을 받은 가운데 전 세계 경제의 하방(下方) 위험으로, 앞으로 경기 둔화가 우려된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이후 경제가 회복되는 과정에서 처음으로 지난 6월 ‘그린북’을 통해 경기둔화 우려를 밝힌 데 이어 석 달째 비슷한 진단이다.

여기에다 요즘, 코로나19의 신규 확진자가 10만 명대를 넘어서는 등 확산세가 좀처럼 꺽이지 않고 있어 국민 불안을 더욱 가중되고 있다.

정부는 이 같은 상황에서 코로나19 확진자 30만 명에도 대응 가능한 의료·방역체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변화하는 유행 양상에 ‘일희일비(一喜一悲)’하지 않겠다고 한다.

이기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총괄조정관은 19일 중대본 회의에서 이같이 밝힌 뒤 이날 0시 기준 신규 확진자 13만 명대, 사망자 83명, 위중증 환자는 492명 발생, 감염재생산지수(1.18)는 7주 연속 1 이상을 기록했다며, 여름철 이동량이 증가하는 가운데 감염 확산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우리 방역·의료 역량은 국민들이 일상을 유지하면서도 재유행에 대응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하다며, 많은 경제적 어려움과 피로감을 초래했던 전국적인 거리두기 없이 자유로운 경제활동과 일상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국민들의 의지가 무엇보다 필요한 상황이다.

하지만 민생을 책임져야 할 정치권은 집안싸움에 함몰돼 이전투구(泥田鬪狗) 양상이다.

최근 115년 만에 기록적인 폭우로 인해 수도권을 중심으로 전국 곳곳이 많은 재산피해와 안타까운 인명피해가 발생했으나 정치권은 피해 극복과 민생경제 회복 등 산적한 현안 해결을 위한 ‘협치’는 뒤로한 채 집안싸움과 정쟁 몰이에만 여념이 없다.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난제 속에 국민들의 경제적 어려움의 크기를 보여주는 지표인 ‘경제고통지수’가 급등하고 있다고 한다. 당리당략을 떠난 ‘협치’의 지혜가 필요할 때다.

[전국매일신문] 최승필 지방부국장
choi_sp@jeonmae.co.kr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