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는 야생의 깨가 ‘들깨’다. ‘참깨’와 비슷하면서도 전혀 다른 ‘들깨’는 오랜 시간 우리의 식탁을 지켜준 명약이다. 짙은 향으로 들짐승에게서 작물을 지켜주었고, 들깨로 만든 들기름은 한식의 풍미를 더해 주었다. 들깨의 생잎은 세계에서 우리민족만 먹는 ‘코리안 허브’다.
들깨는 꿀풀과의 한해살이풀이다. 동북아시아 지역이 원산지로 예로부터 우리나라, 인도, 중국에서 재배했다. 우리나라는 전국에서 재배되며, 경기 남양주·경남 밀양·충남 금산 등지가 주산지다. 이들 지역은 시설재배를 통한 깻잎 생산에 주목적을 두고 있다.
들깨는 토양과 재배환경에 대한 적응력이 높고, 이식이 아주 잘되는 작물이라 예로부터 텃밭이나 자투리땅, 공한지에 심었다. 늦게 심어도 되는 작물이라 여름작물의 뒷그루와 대파작물로도 이용됐다. 중부지방에서는 담배밭이나 고추밭의 사이짓기가 이루어지며, 남부지역에서는 양파, 마늘의 후작으로 재배된다. 경남의 도시근교에서는 동계 시설재배를 한다.
깻잎은 흔히 참깻잎과 들깻잎으로 구분되는데 분류학상 둘은 완전히 다른종이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시장에서 구매해 먹는 것은 들깻잎이다. 들깨는잎과 종자를 모두식용으로 사용하는데, 깻잎수확을 목적으로 재배할 때는 반드시 잎들깨 전용품종인 상엽, 소임, 동글1호, 동글2호 등의 품종을 심어야한다. 참깨잎은 잎이 억세고 두꺼워 식용으로 잘 사용하지 않고 주로한방에서 약재로 사용한다. 참깨는 잎을 따게 되면 종자가 여물지 않는 생리적 특성이 강하다.
깻잎은 철분, 칼슘 등의 무기질과 비타민A·C 함량이 풍부해 빈혈을 예방하고 성장기 아동의 발육을 촉진하는데 도움을 준다. 철분함량은 시금치보다 2배 이상 많다. 엽록소는 식욕부진이나 설사, 변비 등의 위장 장애에 효과가있다. 또한 식물성 색소 플라보노이드의 종류인루테올린(luteolin)성분을 함유해 체내 염증, 항알레르기, 기침이나 콧물, 재채기 증상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다. 깻잎에있는 항암물질 피톨(Phytol)은 암세포와 병원성 균을 제거하여 면역 기능을 강화한다.
깻잎은 고유의 독특한 향을 가지고 있어 깻잎나물무침, 깻잎나물볶음, 깻잎양념찜, 깻잎장아찌, 깻잎쌈, 깻잎전, 깻잎튀김, 깻잎부각 등 다양한 반찬으로 활용된다. 들깨는 볶아서 가루를 내어 차와 양념으로 사용하기도 하고, 추어탕과 감자탕, 순댓국에 넣어 먹으면 비린내를 제거해주면서 한 층 더 깊은 국물 맛을 내 준다. 또 들깨는 짜서 기름을 내어 조미용과 등화용으로 사용된다. 공업적으로는 기름종이, 페인트, 인쇄용 잉크, 칠감, 가루비누 등에 활용된다. 기름을 짜고 난 깻묵은 단백질이 풍부하여 가축사료와 유기질 비료로 쓰인다.
들깻잎은 짙은 녹색을 띠며 윤기가 흐르는 것이 좋으며 붉은색, 검은색의 반점이 있는 것은 피해야 한다. 깻잎을 고를 때는 향이 강하며 잎의 잔털이선명하면서 표면이 거칠고 가장자리가 뚜렷한 것을 고른다. 나물로 이용할 때는 어린 줄기에 달린 연한 작은 잎 또는 순잎을 쓰는 것이 좋다. 다 자란 깻잎을 쓰면 쓴맛이 나고 섬유질이 강해 부드럽지 못하다.
깻잎나물을 요리할 할 때는 잘 다듬어진 깻잎을 흔들어 씻은 후 약간 소금을 넣은 끊는 물에 2∼3분 정도 데친 후 건져서 찬물에 헹궈준다. 어느 정도 물기가 남아있게 짜주고 먹기 좋게 잘라 준다. 그리고 나물을 잘 펼쳐 볼에 넣고 다진대파, 다진마늘, 썰은홍고추, 국간장, 참치액젓, 들기름, 통깨 등을 넣고 조물조물 무쳐주면 밥반찬으로 잘 어울리는 고소한 향이 솔솔 나는 깻잎나물이 된다. 요리하고 남은 깻잎은 수분이 잘 유지되도록 종이타월로 한번 감싸 랩으로 씌운 후 냉장 보관한다. 깻잎은 신선도가 떨어지면 향과 맛이 약해지기 때문에 구매 후 가급적 빨리 섭취하는 것이 좋다.
깻잎요리는 다른 음식으로 대체할 수 없는 우리민족만의 음식이다. 특유의 짙은 향 때문에 깻잎은 외국인에게는 낯설기만 한 음식이다. 그런데 요즘 깻잎의 맛을 알아가는 외국인이 늘고 있다고 한다. 깻잎이 한국을 대표하는 맛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상상을 하니 향긋하고 부드러운 깻잎나물이 간절해지면서 침이 고인다. 오늘은 무조건 깻잎이다.
[전국매일신문 칼럼] 고화순 대한민국전통식품명인 남양주시 하늘농가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