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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헌의 하제별곡] 남도식경(南道食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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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헌의 하제별곡] 남도식경(南道食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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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3.04.18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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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헌 언어철학자·시민사회신문주간

21세기 음식디미방, 이제 전라남도가 실현한다.

‘수운잡방(需雲雜方·1540년)’이나 ‘음식디미방(1670년)’같은 안동지역의 전통음식 요리(料理)책은 겨레 생활문화의 낙낙한 바탕을 보여준다. ‘기록의 중요성’도 아울러 입증한다. 

남도를 흐르는 영산강은 천혜의 음식 터전이다. 1백년 현대사의 곤궁(困窮)과 정치 등 구차한 사정들로 인해 묻히다시피 한 (생활)문화의 거대한 집적(集積)이 이제야 하나둘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잊으면 아니 될 일이다.  

나주 풍산 홍씨 종가 문헌(文獻)이 ‘문화유산’으로 최근 공인됐다. 그 중에는 주목할 만한 음식관련 자료도 기대를 모은다. 

그 내용과 의미가 조만간 공개될 것이라고 문화유산학자인 김희태 선생이 귀띔한다. 기록과 해석은 미래의 의미를 결정하는 재료다. 또 역사 짓는 사료(史料)가 된다.

전남도가 펼치고 있는 ‘문화관광’ 의지와 관련성 크다. 나주 남파고택 문헌과 함께 ‘문화의 수도(首都)’를 다시 세우겠다는 윤여정 나주문화원장의 ‘야망’에도 튼실한 기둥 되리라 본다. 

박제된 형태인 문헌으로 ‘전통’을 섬기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전남이 순천정원박람회에서 4월 27일 ‘큰 한판’을 벌인다. 

서울과 수도권에서 고품격 음식점을 경영하고 있기도 한 남파고택이 귀한 손님을 모시는 정중한 격식과 오랜 풍류(風流)를 더한 ‘남도종가의 밥상’을 차린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를 김영록 전남도지사가 초청하는 공식 정찬(正餐)이다. “참석하는 60여분 모두에게 한마음의 정성을 대접한다.”는 그 마음이 전해지도록, 중요한 이 식사를 마련하고 있다고 종가의 대표인 박경중 선생(전 나주문화원장)은 설명한다.

지난해 전남도지사 일행은 경남도로부터 ‘수운잡방’측이 마련한 융숭한 음식대접을 받았다. 그 정성과 품격에 필적할 고유한 음식과 문화를 관계 인사들에게 선보이자는 뜻이다.

남파고택은 나주 성내(城內) 한 가운데의 유서 깊은 종택(宗宅)이다. 선조 중 한 분인 박준채 선생(1914~2001)은 1929년 11월 3일 광주학생독립항쟁의 주역 중 한 분이다.    

문화교류이면서, 경상도와 전라도 큰 종가의 대표음식이 두 지역의 우정을 두텁게 하는 데 이바지하는 것이다. 선의(善意)의 경쟁 심리가 어찌 없을까? 이 두 음식 거목의 대전(大戰)에서 누가 대첩(大捷·큰 승리)을 차지할까?

전남도나 남파고택, 나주시 순천시 등은 이 ‘남도대표밥상’의 내용과 진행 등에 일절 입을 닫고 있다. 세계적 관심의 표적이 되고 있는 순천정원박람회장에서 펼쳐질 흥미로운 생활문화의 제전(祭典)이자 의미 깊은 잔치, 마땅히 이에 걸맞는 보안을 유지하는 것이겠다.

남도음식의 압도적 이름의 가치에도 불구하고 이를 현대적으로 부흥시키려는 구체적인 문화 프로그램의 존재를 아쉬워해온 전남도 당국의 노력이 비로소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이 사안(事案)의 처음부터 끝까지를 꼼꼼히 기록하고 사진과 영상으로 남기면 그대로 K-밥상의 전범(典範)이 된다. 이 지역의 특성인 음식의 뛰어남을 보듬은 21세기의 식경(食經) 즉 음식경전이 된다. 의미 살려 게미진 이름도 이번에 새로 붙이면 어떨까?

‘남도의 음식디미방’으로 세계인의 마음에 다가가는 계기일 터다. 세계가 그 뜻을 새기게 해야 하리라, 이미 기순도 명인의 장류(醬類)음식이 이미 파리에서 인기 얻고 있음을 주목한다. 남도밥상이 곧 프랑스요리를 이기는 대첩, 벅찬 그 승리를 기대한다.

‘문화’가 ‘관광’이 되고 산업이 되는 원리(原理)다. 기록과 의미부여가 중요하다.

[전국매일신문 칼럼] 강상헌 언어철학자·시민사회신문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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