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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그날] 원전 23기 중 10기 가동 중단···8월 '블랙아웃' 어떻게 이겨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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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그날] 원전 23기 중 10기 가동 중단···8월 '블랙아웃' 어떻게 이겨냈나
  • 김주현기자
  • 승인 2023.05.29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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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5월, 예비전력 200만㎾가량 부족 예측… ‘사상최악’ 블랙아웃 전망에
국민들, 폭염속 에어컨 끄고 전력사용 최소화…123일간 사투로 이겨내
2023년 전기요금 인상에 올 여름 요금폭탄 우려에 ‘전력 양극화’ 우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이 있다. 
10년 전 헤드라인 뉴스를 통해 '과거 속 오늘'을 다시 한 번 되짚어 보고
더 발전했는지, 답보상태인지, 되레 퇴보했는지 점검해보고자 한다.


[뉴스 타임머신-10년 전 그날]
2013년 5월 29일 올 여름 '블랙아웃' 우려

지난 2013년 5월 29일은 두가지 키워드로 정리할 수 있다. 바로 '블랙아웃' '전력수급'이다.

부산기장군 장안읍 신고리원전 1·2호기 [연합뉴스]
부산기장군 장안읍 신고리원전 1·2호기 [연합뉴스]

●원전 23기 중 10기 가동 중단・・・8월 전력 200만kW 부족할 듯
2013년 5월 29일 시험성적서가 위조된 불량 부품이 확인돼 일부 원전의 가동이 중단되면서 전력수급에 초비상이 걸렸다.

문제가 된 제어케이블을 전부 교체하는 데 최소 6개월 정도 걸려 더위 때문에 전력수요가 많은 8월에는 예비전력이 200만kW나 부족한 ‘블랙아웃’이 우려되기까지 했다.

이날 원자력안전위원회와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신고리 1·2·3·4호기와 신월성 1·2호기 등 총 6기 원전에 시험성적서가 위조된 제어케이블이 납품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원안위는 우선적으로 신고리 2호기와 신월성 1호기를 가동 중단 조치시켰다.

산업통상자원부 정승일 에너지산업정책관은 “전력수급이 6월 초에는 아슬아슬하고 8월 초에는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여름에 ‘블랙아웃(대정전)’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산업부는 28일부터 9월 말까지를 ‘여름철 전력수급 대책기간’으로 정하고 산업부 2차관을 본부장으로 하는 ‘전력수급 비상대책본부’를 가동했다. 

이 같은 위기는 현재 전력공급의 30% 이상을 맡고 있는 원전에 문제가 있다. 전국 원전 23기 중 8기가 가동중단 상태에서 이날 2기를 포함, 10기가 문제를 일으킨 것이다.

원전 전체 설비용량 2071만 6㎾ 중 771만여㎾가 가동을 중단했다. 정부는 당시 여름에 하루 최대전력수요를 7900만㎾로 유지하지만 최대공급능력은 당초 예상한 8000만㎾에서 7700만㎾로 줄어, 예비전력이 200만㎾가량 부족할 것으로 전망했다.

당시 박성택 산업부 전력산업과장은 “이번 주초에는 비가 오면서 기온이 내려가 예비전력이 600만 kW 안팎을 유지하고 있지만 당장 주 후반부터 예비전력이 100만∼200만 kW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당초 산업부는 올여름 전력수요가 피크를 이룰 것으로 예상되는 8월 둘째 주 최대 전력수요를 약 7900만 kW로 예상하고 같은 기간 공급능력을 지난해(7708만 kW)보다 300만 kW 정도 많은 8000만 kW로 끌어올릴 계획이었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원전가동 중단으로 피크타임의 공급능력이 지난해와 비슷한 7700만 kW로 낮아졌다. 따라서 8월 둘째 주가 되면 예비전력이 200만 kW 정도 부족할 것으로 예상됐던 것.

김무환 포스텍 첨단원자력공학부 교수는 “원전에 문제가 발생해서 고장이 일어나더라도 안정적으로 정지되도록 하는 등 안전이 중요하다”면서 “원전을 추가로 증설할 수 없다면 절약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그는 공단의 전력 사용에 대해서는 일본의 사례를 들며 “일본의 경우 휴무일 등을 지정해 공장의 전기 사용량을 일정하게 유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백원필 한국원자력연구원 본부장은 “이번 사태는 지난해 일반규격품 품질 보증서 위조사건 전수조사를 실시하는 과정에서 드러났는데, 원전산업은 커지고 있지만 안전·품질 의식은 뒤따르지 못한 결과”라며 “원인 규명과 상응 조치를 명확히 함으로써 재발을 방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행히 예고된 위기는 문제없이 지나갔다.

'사상 최악'이란 표현이 무색할 정도였다.

주요 이유는 국민들은 폭염속에서도 에어컨을 껐고, 전력사용을 줄였다. 그렇게 123일간 빨간불이 들어왔던 '여름철 전력 비상등'은 2013년 9월 27일 꺼졌다.

이날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전력에 따르면 5월28일부터 이날까지 총 123일간 진행된 '하계비상수급대책기간'이 끝났다.

전력당국 고위관계자는 "예비전력이 마이너스로 떨어지는 사상 최악의 전력난이 예견됐던 올해 하계 비상수급대책기간이 무사히 마무리됐다"며 "이는 단합된 국민의 힘과 정부, 공공기간이 앞장서서 전력수요관리에 적극적으로 동참한 결과다"고 말했다.

송전탑 [이미지투데이]
송전탑 [이미지투데이]

●전력도 수도권・지방 양극화・・・지방에선 전력 남아돌아 '블랙아웃' 위험 
최근 태양광 설비가 급증한 호남 지역을 중심으로 전력 불균형 현상이 두드러지는 가운데 한국전력공사가 서해·호남권과 수도권을 잇는 초고압 송전망 구축에 나서기로 했다. 남부 지방에서 남아도는 전력을 바로 수도권으로 보내 ‘블랙아웃’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한전은 2023년 5월 8일 ‘제10차 장기 송변전설비계획’을 확정 발표했다. 이는 앞서 발표한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에 따른 2022~2036년 15년간의 계획이다.

이번 계획은 지역간 전력융통망을 보강해 지방에 남아도는 전력을 수도권에 적기에 보내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전력은 모자라도 안되지만 넘쳐도 문제가 될 수 있다. 발전량이 수요량을 훨씬 뛰어넘으면 전력망에 과부하가 걸려 블랙아웃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호남과 서해는 태양광 설비가 밀집된 데다 한빛 1·2호기 등 원전 수명 연장 등으로 지역 내 발전량이 과다할 우려가 매우 큰 지역으로 꼽힌다. 한전에 따르면 2036년 태양광 보급 목표인 65.7기가와트(GW)의 약 63%가 호남 지역에 집중돼 있다. 이미 정부는 이같은 지역에서 연중 전력 수요가 가장 적지만 일조량이 많아 태양광 발전량이 넘치는 매년 4~5월 봄철에 ‘출력 제어’(강제 발전 중단)를 시행하고 있다.

4월 25일 양이원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수력원자력에서 제출받은 ‘봄철 계통 안정화 대응에 따른 원전 출력 감발 운전 현황’을 보면 3월 19일부터 4월 23일까지 총 4차례에 걸쳐 일요일에 원전 출력을 낮췄다. 4월 16일과 23일 날씨가 흐렸던 점을 감안하면 날씨가 맑았던 일요일마다 원전 출력을 감소시켜 발전한 것이다. 한수원이 기업들의 전력 수요가 급감하는 연휴 기간을 제외한 다른 날에 원전 출력을 낮춘 사례는 올해가 처음이다.

‘꺼지지 않는 불’인 원전 출력을 일부러 낮추면 경제적인 측면뿐 아니라 안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특히 핵연료를 교체한 지 오래될수록 출력을 낮출 여력도 줄어든다. 보통 경수로 원전은 1년 6개월마다 발전소를 세우고 2개월 이상 핵연료 교체 작업을 진행한다.

한수원 관계자는 “원자로 출력을 80% 수준으로 낮춘 상태에서는 약 17일 정도 운영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지금까지 4차례 원전 출력을 낮췄지만 평균 7시간이었던 만큼 아직 여력은 충분한 편”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이 같은 출력 제어가 앞으로 빈번하게 진행될 것으로 보고 비수도권과 수도권을 잇는 서해상 송전망 건설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는 육상에 전력망을 건설하는 작업이 주민들의 반발로 쉽지 않다는 현실 때문이다.

실제 동해안과 수도권을 잇는 육상 송전선로 준공이 늦어지면서 멀쩡한 발전소가 가동을 하지 못하는 일이 생겼다.

한국전력이 230㎞에 달하는 선로를 잇는 ‘동해안~경기 신가평 500㎸ 송전선로 사업’을 추진했지만 환경 파괴 등을 우려한 주민들의 반발에 부딪혔다. 이에 완공된 발전소가 놀게 되자 손실이 발생한 민간발전사들의 반발도 이어지는 상황이다. 또한 해상 송전망 건설도 만만치 않다. 해저케이블을 1㎞ 부설할 때마다 10억∼20억 원의 비용이 든다. 해저케이블 건설 과정에서 생기는 환경 피해 우려도 있다.

근본적으로는 송전망 확충과 수도권에 집중된 전력 소비를 분산하는 대책을 고민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지난해 기준 서울과 경기도의 전력 자급률은 각각 8.9%와 61.0%인 데 비해 전남과 경남은 각각 171.3%, 136.7%로 대조된다.

한 대안으로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가 거론되고 있다. 전력을 생산하는 쪽은 전기요금을 싸게 해 기업들의 지방 이전을 유도하자는 주장이다.

석광훈 에너지전환포럼 전문위원은 “미국은 이미 오래전부터 지역별 차등요금제를 도입했고 유럽연합(EU)도 내년 도입을 목표로 추진 중”이라며 “전력망만 확충해서는 공급에 안정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여서 수요의 지역 분산을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2분기 전기요금 인상 결정을 마무리한 가운데 올여름 이른 무더위에 따른 '블랙아웃' 대비를 위한 전략 수립에 돌입했다. [연합뉴스]
정부가 2분기 전기요금 인상 결정을 마무리한 가운데 올여름 이른 무더위에 따른 '블랙아웃' 대비를 위한 전략 수립에 돌입했다. [연합뉴스]

●한전 전기요금 인상에 5월 무더위・・・올 여름 '블랙아웃' 우려 커져
정부가 2분기 전기요금 인상 결정을 마무리한 가운데 올여름 이른 무더위에 따른 '블랙아웃' 대비를 위한 전략 수립에 돌입했다. 

2023년 5월 18일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서울 전력기반센터에서 여름철 전력수급 전문가 자문 태스크포스(TF) 1차 회의를 개최했다. TF는 매년 여름철 전력수급 대책기간 설정과 최대전력 수요 및 공급능력 등을 전망하기 위해 산업통상자원부, 전력거래소, 한국전력 및 학계 전문가 등이 함께 논의하는 자리다.

정부는 올여름 이른 더위와 하반기 경기 회복세 등을 고려해 최대 전력 수요가 지난해 전망치를 상회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앞서 지난해의 경우 8월 2주 기준 최대전력수요가 95.7GW(기가와트)에 달하고, 같은 기간 예비력 전망치는 최저 5.2GW로 예상했다. 일반적으로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위한 마지노선은 예비전력 10GW, 공급예비율 10%로 보고 있다. 예비력이 5.5GW 밑으로 떨어지면 전력수급 비상단계에 돌입한다.

문제는 여름철 이른 폭염으로 전력수요 역시 폭증할 수 있다는 점이다. 더욱이 지난해보다 40% 이상 오른 전기요금으로 냉방비 부담 가중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한국전력에 따르면 전기요금은 지난해 kWh(킬로와트시)당 총 19.3원 인상한 데 이어 올해 1분기 13.1원, 2분기 8.0원 각각 추가 인상했다. 1년 만에 전기 요금 부담이 39.6% 커진 셈이다. 4인 가구 평균 사용량(332kWh) 기준 전기요금은 지난해 5만1300원 수준에서 올해 6만5000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요금 부담이 서민층에 집중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의 여름철 에너지 지원 대책이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 등 취약계층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들 계층에 전기·가스 요금 인상분 적용을 1년 유예하고 에너지바우처 지급범위를 확대했지만, 서민 지원책은 오는 7~8월 누진 구간 상향조정을 제외하면 특별한 방안이 없는 실정이다. 누진 적용구간 상향조정 범위 역시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여름철 누진 적용 1단계는 기존 200→300kWh, 2단계 400→450kWh, 3단계는 401→451kWh로 조정했으나, 늘어나는 전력 소비량을 고려하면 요금 부과 방식이 과도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실제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대상 한국의 1인당 주택용 전기소비량은 조사대상 33개국 중 24위다. 우리나라의 1인당 주택용 전력 소비량은 OECD 평균의 64%에 불과한 수준이다. 이는 산업계에서 사용하는 전력 소비가 절대적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용도별 구분을 제외한 1인당 전기소비량은 전 세계 7위 수준이다.

이에 정부는 범국민 대상 에너지 절약 캠페인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가구당 하루 에너지 사용량을 줄이고 실내 온도를 높이는 등 동참해줄 것을 당부했다. 산업부는 "7월에도 전력피크가 발생할 수 있음을 염두에 두고 발전용 연료 사전확보, 전력설비 특별 점검 등 여름철 전력 수급에 최선을 다하는 한편 에너지 절감을 위한 적극적인 노력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기상청은 올해 6~8월 우리나라의 기온이 평년보다 높을 것으로 예측됐다. 5월 23일 발표한 '3개월 전망'에서 6∼8월 기온이 평년과 비슷하거나 평년보다 높을 확률이 각각 40%이고 평년보다 낮을 확률이 20%라고 밝혔다. 6∼8월 평년기온은 21.1∼21.7도, 24.0∼25.2도, 24.6∼25.6도다.

[전국매일신문] 김주현기자
joojoo@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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