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매일신문
지면보기
 표지이미지
지방시대
지면보기
 표지이미지
[최재혁의 데스크席] 전기요금 얼마나 내시나요
상태바
[최재혁의 데스크席] 전기요금 얼마나 내시나요
  • 정선/ 최재혁기자
  • 승인 2023.06.01 11:5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재혁 지방부국장

전기요금이 16일부터 ㎾h(킬로와트시)당 8원 인상된다.도시가스요금도 MJ(메가줄)당 1.04원 오른다.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올해 2분기 전기·가스요금 조정방안을 지난 15일 발표했다. 45일간가까이 미뤄온 지각 인상이다. 전기요금은 애초 ㎾h당 7원 정도 올리려고 했지만 천문학적인 한전 적자를 메우는 데 부족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여당인 국민의힘과 정부는 최근 당정 협의회에서 한전의 약 26조원 자구안을 검토한 뒤 전기요금 인상분을 이같이 결정했다. 이번 인상으로 월평균 332㎾h의 전력을 사용하는 4인가구는 현재 6만3570원에서 6만6590원으로 3020원을 더 내야 한다. 가스요금도 4인가구(월 사용량 3861MJ) 기준 월 4400원 부담이 늘어난다. 다만 에너지 취약계층은 평균 사용량까지는 요금 인상분 적용을 1년간 유예하고 에너지바우처 지급 대상도 확대하기로 했다. 소상공인과 뿌리기업은 분할 납부도 가능하다.

단 몇 천원이라도 매달 내야 하는 공공요금은 서민에게는 피부로 느끼는 실감이 클 수밖에 없다. 이번 전기요금 8원 인상은 애초 7원보다는 늘어났지만 한전 적자를 해결하는 데는 크게 미흡하다. 연말까지 10조원 안팎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한전 적자를 2조6000억원가량 메워줄 뿐이다. 지난 12일 한전은 26조원에 달하는 자구안을 내놨지만 부동산 매각에는 시일이 걸리고, 전 직원 임금동결도 노조 반발이 예상되는 터라 적자 해소에 당장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동안 빚은 늘어나고 채권을 발행해 빚을 갚는 악순환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 적자 해소를 위해 올해 51.6원 올려야 하는데 3, 4분기 인상 부담만 더 커지게 됐다.

지금 전기요금 인상 압력은 어디서 가장 크게 오는지도 잘 살펴봐야 한다. 전기를 공공재가 아니라 상품으로 보라는 시장의 압력이다. 특히 전기요금 ‘현실화’를 계속 압박하는 건 주식시장이다. 영업 실적과 재무구조가 주가 상승에 영향을 미치는 지표이기 때문이다. 금융이 산업을 호령하고, 산업이 금융을 위해 돌아가는 금융화 시대의 ‘거꾸로 선 경제’는 에너지 산업에도 똑같이 작동하고 있다. 에너지 요금을 정치적 논리로 풀지 말라는 말은 그 뜻이다. 국민이 아니라 투자자 눈치를 보라는 말이다.

적자에 가려진 더 근본적인 문제는 전력산업의 소유구조와 지배구조다. 한국전력은 국가(정부, 한국산업은행)가 51%의 지분을, 해외 투자자 등 민간자본이 49%의 지분을 소유한 ‘주식회사’다. 수익이 발생하면 투자자들에게 지분만큼 배당이 돌아간다는 뜻이다. 투자자들의 요구는 이익이다. 기업이 영업 이익을 내려면 매출 상승이나 원가 절감이 있어야 한다. 한전의 매출 상승은 곧 전력 소비 증가를 의미한다. 게다가 그동안 우회적 민영화 방식으로 SK, GS, 포스코 등 대기업이 참여한 민자 발전사들이 전력 시장에서 야금야금 점유한 비율이 40%에 달한다. 

올려야 하는 전기·가스요금을 올리지 않는 것은 국가가 국민들에게 보조금을 주는 것과 같다. 조삼모사라고 하면 실례되는 표현일지 모른다. 나중에 요금 폭탄 고지서가 날라 올망정 당장 돈을 덜 내고 싶은 게 인지상정이기 때문이다. 정치인들은 표를 의식하기보다 솔직하게 전기요금을 올리지 않으면 안 되는 사정을 국민들에게 말해야 한다. 최근 무역수지 적자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정부는 중요한 대책으로 에너지 수입 관리가 중요하며 이를 위하여 에너지 효율 개선과 절약 문화 정착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에너지 가격 현실화로 1) 발전소를 덜 짓고 후손들이 밀린 요금을 내지 않도록 하고, 2)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탄소 배출을 저감하고, 3) 원전과 재생에너지 간 갈등도 줄일 수 있다.

더 나아가 에너지 효율 개선과 산업구조 고도화를 이룰 수 있고 줄어든 에너지 소비로 무역수지는 개선될 수 있다. 윤석열 정부는 전기요금 정상화를 미뤄온 지난 정부의 에너지 포퓰리즘을 비판해 왔다. 노조의 불법에 흔들리지 않고 법치를 강조하며 돌파해 온 것처럼 수익자 부담 원칙에 맞게 에너지 요금을 정상화해야 한다. 이는 원가 연동제를 무력화하고 에너지 시장의 가격 기능을 무너뜨린 지난 정부에 실망하고 정권 교체를 원했던 ‘집토끼’를 지키는 길이기도 하다.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면 훗날 더 큰 대가를 치러야 한다. 여기에 국민들도 자성해야 한다. 그 동안 국민들은 얼마나 불필요한 전기를 많이 써왔는지 반성해볼 필요가 있다. 정말 물쓰듯이 썼다. 물가가 나날이 하늘을 찌르는 와중에 전기소비는 갈수록 더 많아지는 이런 사회에 우리는 무감각하게 살고 있다.

[전국매일신문] 최재혁 지방부국장
jhchoi@jeonmae.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