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매일신문
지면보기
 표지이미지
지방시대
지면보기
 표지이미지
[강상헌의 하제별곡] 각성의제(覺醒議題)
상태바
[강상헌의 하제별곡] 각성의제(覺醒議題)
  • 전국매일신문
  • 승인 2023.07.25 1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강상헌 언어철학자·시민사회신문주간

청년들은, 깨어라. 문명이 정신을 갉아먹기 전에...

흑인으로, 또 여성으로 미국 최초의 부통령이 된 카멀라 해리스가 바이든과 트럼프 등 늙은 ‘스트롱 맨’들의 정글에서 존재감을 포효(咆哮)했다. 플로리다에서 ‘노예문제’에 관해 목청 돋웠다. 인상적이었다. CNN 등 언론에 드러난 ‘그들의 정치’다. 

트럼프 곁에서 ‘기회’를 탐내는 (야당인) 공화당 플로리다 주지사 론 디샌티스가 해리스에게 반론을 폈다. 이 공방(攻防)을 보도하는 와중(渦中)에 ‘woken agenda(워우큰 어젠다)’란 말이 문득 들려왔다. 아, 이들도 이런 개념을 쓰는구나...

영어 woke는 wake(웨이크·깨다 깨우다)라는 동사의 과거분사이니 woken agenda는 ‘잠들지 않고 깨어있는’ 주제 즉 각성의제(覺醒議題)라는 뜻이겠다. 

흑인 노예의 문제는 결코 덮을 수 없는 인간의 또 인류문명의 본질에 관련한 문제다. 또 서구 물질주의의 뼈대를 세운 거대한 희생(犧牲)이다. 노예 없으면 미국도 없다. 유럽도 없다. 현대의 지성은 이에 눈 감으면 아니 된다. 미국 언론의 적절한 어휘선택으로 본다.    

적적성성(寂寂惺惺)이라는 언어를 떠올린다. 끝없는 고요함(寂)과 이에 짝하는 마음 또는 영혼의 명징(明澄)이러니. 심전(心田 마음밭) 가꾸는 선배들의 화두(話頭)였다. 속 깊은 종교도, 백범 김구 선생님도 쥐었던 큰 뜻이다. 

약육강식과 패륜(悖倫)의 정글에서 ‘고요한 깨어있음’이나 ‘깨어있는 고요함’은 과욕일까? 한 줌도 안 되는 이념들에 이권(利權) 실리니, 인간을 버리고 굳이 살기(殺氣)를 잡는구나. 

그 이끗은 핵폐수도 ‘안전한 처리수’로 마사지하는 자본주의의 만능열쇠여서 모두 눈에 불 켜고, 제 아름다운 안신(眼神)을 버린다. 허나 사람의 눈은, 마음처럼 평화를 바라봐야 하느니.

‘마음 말고, 돈’을 깃발 세우는 물신주의(物神主義) 구미(歐美)에서도 잠들지 않고 깨어있어야 한다는 속뜻의 ‘각성의제’가 토론의 마당으로 활용되는 것을 생생하게 본 것이다. 

대통령의 의중(意中) 또는 심사(心思)만을 헤아리는 정치나 언론은 어떤 사색이 가능할까? 이런 각성의제를 다룰 수 있을까? 자유는 뭘 위해 있는가. 민주주의는 저런 따위의 무도(無道)한 칼날 말장난에 여념이 없구나. 

약자(弱者)와 슬픈 이를 제치거나 지우고, 제 몫 챙기기에 익숙한 권력자와 있는 자를 섬기는 기구로 전락한 데모크라시를 이제는 ‘사람이 주인’이라는 뜻 民主主義라고 부르기 어렵겠다.

억강부약(抑强扶弱)은 낡은 생각일까? 검사 판사 변호사 등 ‘법률면허’ 소지자들은 처음 고시공부를 시작할 때 어떤 마음이었을까? 지금은?

몇 번이고 뒤바뀐 세상(의 변혁)을 모르는 백면서생(白面書生)의 어리석음이겠지만, 문득 ‘사람(마음) 말고 쩐(錢 전) 민주주의’를 지키는 사냥개 역할에 충실한 지식인들의 ‘현실론’과 ‘실존주의’를 보며 치를 떤다. 언론은? 나도 그렇지, 뾰족한 수가 있나. 식자우환(識字憂患)이라.

선배들 마음속의 피맺힌 이름 ‘민주주의’를 곱씹는다. 차라리 民 대신 부자(富者)의 ‘부’를 넣은 부주주의(富主主義)가 어떨까? 영어(조어)로 머니크라시(moneycracy)도 그럴 싸 하겠군.

데모크라시나 자본주의의 생각과 방법 밖에 모르는 그들 서구인들과 우리가 같은가? 고장난 이데올로기나 부익부빈익빈(富益富貧益貧)의 돈 성(城) 쌓기 방법론은 버려야 할 때 아닌가? 

강을 건너고도 나룻배 등짐지고 먼 길 가는가? 기득권 수호는, 인간의 본디인가? 청년들은, 깨어라. 분노에는 때가 있다. 각성의제를 바로보라. 그대들 몫을 누가 갉아먹는가?

[전국매일신문 칼럼] 강상헌 언어철학자·시민사회신문주간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