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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헌의 하제별곡] 카르텔, 우리 혼을 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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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헌의 하제별곡] 카르텔, 우리 혼을 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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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3.08.08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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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헌 언어철학자·시민사회신문주간

혼자만 잘 살겠다고? ‘악의 꽃’ 피워내는 독초들

카르텔, 당장은 좀 버는 것 같겠다. 허나 크게 보면 일진일퇴(一進一退)다. 이끗노린 마귀 손장난에 세상 망가지면 그 안에서 꼼지락거리는 인생 등은 모두 하릴없이 박멸(撲滅)될 터. 

그 퇴보가 결국 지한테도 손해임을 아는 건 최소한의 감수성이다. 사람이 사람인 이유다. 기후재난 상황이 ‘강 건너 불’인가? 낼모레 당장 암 걸려 죽는 것도 아닌데 바다에 ‘처리수’ 좀 친다고 왜 가짜뉴스 난리질이냐고? 아서라, 우리에게도 자손과 미래는 있어야 하지 않겠니?

영화 ‘기생충’은 비참으로 덕(德)을 세운다. 아프고 마음 불편하지만 세상이 고개 끄덕이는 이유다. 그 끄덕임이, 덕이다. 아전인수(我田引水) 민주주의가 아닌 역지사지(易地思之) 민주주의로 가자는 속셈을 세상이 보듬은 것이다. ‘덕(德)의 소치’다. 

‘혼자만 잘 살문 무슨 재민겨’란 책 제목은 벼락이다. 그 굉음에 다 놀라야 옳다. 내가 기껏 내 뱃속만, 내 새끼만, 내 입장만 챙겼더라. 부덕(不德)의 소치, 깊이 아파야 한다.

카르텔은, 은유지만, 한국 현대사의 자궁을 ‘강간’하는 쇠몽둥이다. 길 내고 집짓는 토건(土建)분야가 박정희 때부터 해온 짓이다. 산업화는 어쩌면 그 부산물일 것이다. 무너져 수천 명 씩 매일 죽지는 않으니 잠깐 눈 감으면 된다고? 인간 아닌 ‘돈’을 우러르는 습성이다.

와우아파트(1970년·33명 사망) 청주 우암아파트(1993년·28명) 성수대교(1994년·32명) 삼풍백화점(1995년·502명) 등 거의 흡사한 붕괴사고를 잊었던 거다. 정부 토건사 등은 ‘앞으로는 절대’라는 말의 결기를 목 터져라 외쳤다. 그때마다 진짜인줄 속았다.   

그 결기는 안개처럼 스러지고, 정신 무너뜨리는 악의 꽃이 도처에 만발한다. ‘토건카르텔’이다. 더 나쁜 건, 지 하는 짓이 뭔지를 모르게 됐다는 점이다. 철근 빼고 ‘순살아파트’를 지으면, 그 뜻은 뭐지? 나라나 정부 같은 시스템은 그 꽃의, 독초의 ‘향기’에 다만 취했을까?

세금은 왜 낼까? 시스템이 철근 숫자를 정확하게 챙기는지 감시하라는 것이다. 또 그 세금 제대로 쓰이는지 들여다보는 장치가 언론이다. 시스템은 납세자 시민을 위해 작동해야 한다. 

별 순진한 소리 다 듣겠다고? 원칙은 단지 철없는 이상론인가? 언제 적 잠꼬대하는 거냐고? 잠깐만, 내 얘기가 틀렸니? ‘너’를 포함한 모두를 위한 것인데, 나쁜 생각이라고 보니?

청년기자 때 ‘독자를 위한 너(기자)의 생각’인지, ‘기업(업체)의 장삿속’인지를 잣대 삼아 토론했던 기억들이 있다. 얘기(기사)된다 싶어도 결과적으로 기업의 이득에 관련된다면 접는 것이 미덕이었다. 결벽일 수도 있지만, 독자에 대한 충성심으로 여겼다. 긍지이기도 했다.

토건업체가 언론사(신문사)를 거느리는 모양새가 이제 대세다. 그 (악)영향에 관한 논의는 이미 상식을 넘어 ‘국대급’ 걱정거리가 됐다. 독버섯이다.

‘소리가 나지 않는’ 언론이, 신문이 또 기자(언론인)가 새로운 표준이 됐을까?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이제 시민 또는 독자 대중도 포기한 것 같다. 대화 주제에도 끼지 못한다.

삼성 현대 LG같은 대기업에게, 어떻게 하면 더 충성스럽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을까 보여줄 궁리로 푹 젖은 개짐 같은 스토리들을 담는다. 독자는 개나발이다. 기자가, 언론이 할 짓인가?

토건카르텔이 빚는 현상 중 하나인 ‘자본의 언론장악’은 더 악랄한 카르텔이다. 정신(혼) 빠진 언론이 나라 중심에 침투 중이다. 독자들이야 흔들리지 않겠다 거듭 다짐하지만, 이들은 정작 시스템(정부)까지 겨눈다. 돌고 도는 짬짜미민주주의가 한국의 자본주의이고 경제원리다.

속아도, 알고 속자. 이런 실토는 언론과 문필 한 귀퉁이에 마음 얹고 사는 이로서는 부끄럽고, 세상과 사람들에게 면목이 없다. 아프다. 그러나 사실은 사실이다.  

[전국매일신문 칼럼] 강상헌 언어철학자·시민사회신문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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