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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헌의 하제별곡] 날씨요정의 ‘아에이오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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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헌의 하제별곡] 날씨요정의 ‘아에이오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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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3.08.0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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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헌 언어철학자·시민사회신문주간

묘령의 미모, ‘기적의 발성법’도 놀라울 뿐...

영어 쓰는 나라의 BBC CNN 같은 방송을 보면서 늘 생각하는 점이다. 출연자, 특히 뉴스 등 프로그램 진행자나 기자 등 노출 빈도(頻度)가 높은 이들의 입의 모양에 관한 얘기다. 

이(齒牙 치아)와 혀, 입속이 다 보일 정도로 확실하게 입을 좌악좌악 벌린다. 배우나 정치인도 마찬가지다. 말(언어)의 뜻을 전하는 수단인 소리(發聲 발성)는 또렷해야 한다. 나를 포함한 주변과 우리 방송 출연자들의 발성(법)을 주의 깊게 살피게 된다. 

‘아 에 이 오 우’ 입모양 힘써 가르쳐주시던 국민학교(초등학교) 때 선생님을 기억한다. 모음(母音) 훈련이었다. 이중모음(複母音 복모음)도 그 때 배웠던 것 같다. ‘아’와 ‘와’는 글자가 다르듯 소리도 다르다. 달라야 한다.

주위에 물었다. 대개 ‘배운 적 없다’고 했다. 입만 벌리면 소리는 (절로) 나는데 왜 훈련이 필요하냐는 반문도 있었다. 새삼스럽지만, 바른 입모양이 바른 소리를 짓는다는 걸 전하고 싶다.

“내일 오전에는 비가 내리구여 차츰 하사한 햇살도 비치겠습니다...”에서 ‘내리구여’는 ‘내리구요’의 발음이다. ‘하사’는 ‘화사’의 소리다. 소리 ‘요’가 ‘여’가 됐다. ‘와’와 ‘아’ 발음의 차이를 구별하지 않은(못하는) 까닭에 저런 현상이 생긴다. 일기예보다.

한두 사람의 특징적 발성이 아니다. 꽤 일반적이다. 습관처럼 듣다보니 우리 귀에도 이미 익숙해져 시(是 옳음)와 비(非 그름)의 시비 구분(區分)이 혼탁해졌다. 모음 복모음에만 해당되는 사안은 아니다. 다만 그 부분이 너무 심하게 눈에 귀에 들어오니 먼저 예(例)로 든 것이다.  

영어권 방송에서 일기예보를 하는 젊은 여성을 웨더 페리(weather fairy)라고도 부른다. 디즈니 영화의 ‘팅커벨’ 이름을 쓰기도 한다. ‘날씨의 요정(妖精)’ 정도의 뜻이다.  

일기예보 출연자들을 부르는 명칭은 미티어랄러지스트(meteoroligist 기상전문가) 또는 웨더 프리젠터(presenter 해설자)다. 이중에서 젊고 아름다운 여성을 요정에 빗대 부르기도 하는 것이다. 우리 방송에서 날씨앵커라고 부르는 걸 들었다. 용어(用語)의 차이 정도로 이해하자.

문제는, 우리의 날씨앵커 또는 날씨요정 중 상당수가 용모는 아름다운데 발성의 방법이 옳지 않아 보이는 점이다, 즉 입모양이 맞지 않다. 아 이 우 에 오 따위 모음이나, 두 모음의 복합인 야 여 예 요 와 워 의 따위의 소리가 정확하(게 들리)지 않은 까닭이다. 

여러 직종이나 직분(職分)의 출연자 중 특히 일기예보 ‘(여성)앵커’를 특정해 거론(擧論)하는 까닭은 기후재난 시대의 총아(寵兒)로 주목을 받는 부문이면서, 웃는 모습과 미소 짓기에 골똘해서인지 (바른) 발성에 실패하는 이가 특히 많아 보여서다. 

방송사는 아마 정확하게 발음하는 이를 선택(채용)하기보다 날씬한 미모(美貌)에 우선 주목하는가 보다. 치열한 경쟁의 세계라고 들었다.

KBS MBC SBS 등 주요 방송의 메인뉴스 몇몇 날씨앵커를 빼고는 상당수가 (입을 벌리지도 않고) 입술만 벙긋거려 비슷한 소리를 낸다. 기적 같다. 허나 사이비(似而非)다. 흡사하나 옳은 소리가 아니다. 출연자 자신도, 방송사 관계자도 이런 점을 새롭게 각성하고 살필 일이다. 

저 분들의 발음은 ‘한국어의 국민교재’다. 대표적 공공언어인 것이다.  

우선 이 문제의 얼개를 이런 몇 문장으로 전한다. 물론 한두 번 지적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다. 다음 기회에는, 어떤 (유명한) 분의 어떤 발음이 우리 아이들, 시민들의 언어에 어떤 나쁜 영향을 미치는지를 언급하고자 한다.

‘바른 한국어’를 위하는 방법 중 하나일 터이니.

[전국매일신문 칼럼] 강상헌 언어철학자·시민사회신문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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