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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헌의 하제별곡] 국립중앙도서관의 ‘지도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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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헌의 하제별곡] 국립중앙도서관의 ‘지도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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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3.08.29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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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헌 언어철학자·시민사회신문주간

지극히 넓은 1402 강리도, 2023 마음의 눈으로 보다.

‘천하는 지극히 넓다.’로 시작한 참찬(參贊) 벼슬 권근(1352~1409)의 발문(跋文·후기)은 우리를 설레게 한다. 독서계의 키워드, 1402년 그려진 우리의 세계지도 강리도 얘기다.

안으로 중국으로부터 밖으로 사해(四海)에 이르기까지 몇 천만리인지 알 수 없다. 이를 줄여 몇 자 크기로 만들자면 상세하지 못하기 마련이다. 지도가 다 허술해지고 마는 것이다.

늘 보아오던 지도와 모양이나 면적 등이 다른 이유가 설명됐다. 권근은 좌정승 김사형과 우정승 이무에게 지도를 연구하여 검상(檢詳) 벼슬 이회에게 지도를 그리게 하라고 지시했다. 

당시 유력한 중국지도가 우리 땅이 빠지는 등으로 허술해 ‘우리나라를 크게 그려 넣고 일본을 덧붙여 새 지도를 이뤘다.’며 기뻐했다. 조선 초 1402년 강리도(疆理圖) 즉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混一疆理歷代國都地圖)가 그려진 배경이다. 혼일(混一)은 하나로 비볐다는 뜻.

세계지도에서 축척(縮尺·축소비율)에 맞춰 그린다면 우리나라는 콩알 정도나 될까? 중국부터 四海(온 천하)까지 한 장에 그리자면 ‘모두 허술해지고 만다’는 말은 절묘하다. 나(우리)에게는 ‘콩알’ 말고 이 지도가 필요하다. 내가 보자고 그린 내 지도다. 

당시로는 중국이 천하였다. 사대주의(事大主義)의 시대에 나왔던 호쾌한 논리다. (콩알 정도인) 영국이 한때 ‘해가 지지 않는 나라’였던 비결일까. ‘쌀 한 톨에서 세상을 본다.’는 큰마음(무위당 장일순 선생·1928~1994)이 우리에겐 있다. 

마음의 눈 心眼(심안)으로 권근 등은 세상을 봤다. 그와 동지(同志)들의 현명한 금도(襟度)를 다시 읽는다. 그들은 눈을 들어 조선의 서울 한양 상공에 드론을 높이 띄웠다. 

힐끔 중국을 보고선 시선(視線)을 곧장 ‘천하(중국)의 경계’ 넘어 인도양, 지중해의 유럽, 나일강의 아프리카에 던졌다. 남아공의 오렌지강이나 포르투갈 호카곶(串)이 알프스 산맥이나 우리 땅의 무등산처럼 선명히 그려진 강리도는 인류사적 감동을 자아낸다.

‘서양의 세계탐험 이전의 가장 위대한 지도’ ‘동시대 아랍이나 서양의 모든 지도를 무색하게 한다.’ ‘콜럼버스가 강리도를 봤다면 서쪽으로 항해하지 않았다.’ ‘경악할 정도의 강리도의 정확성’ 등은 세계의 지성인들과 지리학이 평가하는 강리도의 가치의 표현들이다.

‘당시 유럽(인)의 지도에서 이를 능가할 지도는 없다.’고 美의회도서관이 펴낸 ‘카르토그라피아’(Cartographia)는 단언한다. ‘아프리카를 최초로 그린 세계지도’라는 부제(副題)가 붙어 강리도는 전 세계 지도(연구서)의 표지나 머리말을 장식해 왔다. 나만, 우리만 몰랐을까? 왜? 

중국이 우리보다 크게 그려졌다는 표피적인 이유만으로 ‘사대주의를 나타낸 그림’이라고 눈깔질했던 이들은 누구인가? 우리를 낮춰보고 무시해야 했던 일본의 논리 식민사관을 따라한 저런 따위 ‘학문’을 ‘과학(적)’이라고 계속 따라가야 하나.        

외교관 출신 김선흥 선생의 心眼이 겨레의 자존을 깨웠다. 국제적 경력을 토대로 수십 년 탐사와 문헌 연구, 명상으로 빚어낸 책이 ‘1402 강리도’다. ‘강리도의 재탄생’이라 본다.

최근 ‘지도의 날’이 선포됐다. 이를 기리는 모임과 ‘바위섬’ 노래의 ‘강리도주의자’ 김원중 가수의 축하공연, 관련 세계 고(古)지도 전시회가 9월 1일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열린다. 대한지리학회와 한국외교협회가 저자 김선흥과 함께 나선다. 

‘1402 강리도’ 책이 세상을 움직이고 있다. 늘 보아 익숙한 세계지도가 해적질을 위한 14세기 서양의 시각(視角)으로 (그들을 크게 그리는 등으로) 왜곡(歪曲)된 것임을 아는 데서 새뜻한 통찰은 시작될 수 있다. 관성을 깨자.  

[전국매일신문 칼럼] 강상헌 언어철학자·시민사회신문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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