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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202] 선생님,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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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202] 선생님, 힘내세요!
  • 서길원 大記者
  • 승인 2023.09.06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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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길원 大記者

“무너지는 교권, 무너지는 나라... 학생들이 싸우고 소란을 피워도 아동학대범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조용히 “하지 마세요”라고 하는 것이 교사가 할 수 있는 것의 전부다. 그러다 학생이 조그만 상처라도 입게 되면 모든 책임을 뒤집어쓰고 소송에 휘말려야 한다”

광주의 한 초등학교 A 교사는 지난해 4월 교실에서 벌어진 학생들의 싸움을 말리다 학부모로부터 민형사상 고소를 당했다. 교실에서 급우와 싸우던 3학년 초등학생 B 군을 말리고 훈계하는 과정에서 책상을 넘어뜨리고 반성문을 찢었다는 이유다.

검·경 조사 결과 당시 B 군이 다른 학생의 팔과 얼굴 등을 때리는 것을 목격한 A 교사는 교실 맨 뒤에 있는 책상을 복도 방향으로 밀어 넘어뜨렸다. A 교사는 같은 해 5월 말 B 군이 같은 반 학생을 때렸다는 말을 듣고, B 군에게 ‘잘못한 것을 적어 보라’며 반성문을 쓰도록 했다. A 교사는 ‘없음. 선생님이 밉고 친구들도 싫다’는 짧은 B 군의 반성문을 찢었다.

경찰은 A 교사의 행위 중 책상을 넘어뜨린 행위와 반성문을 찢은 행위가 ‘신체적 학대는 아니지만 정서적 학대에 해당한다’고 보고 검찰에 송치했다. 사건이 알려지자 “아이를 올바른 방향으로 가르치려는 선생님이 무슨 죄냐”는 전국교사들의 탄원서 1800 여장이 검찰에 접수됐다. 검찰은 1년 3개월이 넘는 수사 끝에 검찰시민위원회를 통해 ‘A 교사의 행동을 정서적 학대 행위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 지난 4월 증거불충분으로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하지만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학부모는 제정신청을 제기하고 정신적 피해 위자료로 3200만원을 내라며 민사소송까지 걸었다.

검찰이 다시 불기소 결정을 내렸고 법원은 학부모의 민사소송에 대해 기각 처분했지만 ‘아동학대’의 오명을 벗는 과정은 매 순간이 형벌처럼 힘들었다. 학부모의 민사소송에 맞서 방어권을 행사하려 반소를 제기했으나, 교원 배상책임보험은 교사가 제기한 소송에 대해서는 보상을 해주지 않으면서 보장받지 못했다.

변호사 선임은 물론 법률사무소에 지급하는 성공보수나 소송 접수를 위해 수십만 원씩 소요된 행정 서류비용도 개인 부담인 것은 물론, 증거 수집과 서류 작성 등 모든 재판 준비도 학교 업무를 마친 후 혼자 감내해야 했다.

교사로서는 받기 어렵다는 모범공무원 표창도 받는 등 교사의 본분을 지켜왔다고 생각했던 A 교사의 몸과 마음은 만신창이가 되고 교사로서의 자긍심은 무너졌다. 교단 경력 21년 차인 A 교사는 교단에 선 자신을 처음으로 미워했다. 1년여간 홀로 법정투쟁을 해야 했던 A 교사는 극단적 선택까지 시도했고 공황장애까지 발생, 정신과 치료도 받았다. 

오늘의 교사들이 처한 상황을 드러낼 수 있을 것 같아 한 사례를 장황하게 소개했지만, 혹자는 “부분을 전체로 확대했다”고도 할 수 있겠지만 지금의 교단 현실은 이처럼 무너져 버렸다. 학생들이 싸우고 소란을 피워도 제지하지 못하고, 큰 소리를 낼 수도 없다. 아동 학대범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조용히 “하지 마세요”라고 하는 것이 교사가 할 수 있는 것의 전부다. 

그러다 학생이 조그만 상처라도 입게 되면 모든 책임을 뒤집어쓰고 소송에 휘말려야 한다. 그렇다고 칭찬을 마음 놓고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칭찬이 ‘편애’가 되어 정서학대가 되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어쩌라고”이다. 어렵게 공부해 교단에 섰지만 교단을 떠나는 젊은 교사들이 1년 사이 2배 가까이 급증한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자료에 따르면 최근 1년간(2022~2023) 퇴직한 근속 연수 ‘5년 미만’의 전국 국·공립 초·중·고 퇴직 교원이 589명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303명이었던 전년(2021~2022) 대비 2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교사 87%가 최근 1년 새 사직이나 이직을 고민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설문조사도 있고, 최근 5년간 교권 침해로 정신과 치료·상담을 받은 적이 있는 교사가 전체 교사의 4분의 1인 26.59%(3025명)에 달한다는 통계도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전국 유·초·중·고 교사 6243명을 대상으로 '아동학대 사안 처리 과정 실태'를 조사한 결과 교사의 92.9%는 '나도 아동학대로 의심받아 신고를 당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두려움의 자기검열이다.

교육은 나라의 백년지계(百年之計)라 했다. 역설적으로 표현하면 “교사가 무너지면 나라가 무너진다”는 말이다. 서울 서이초 교사의 극단적 선택으로 교권 확립을 위한 교사들의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다. 국가 백년지계에 교사와 국민이 따로 있을 수 없다. 나라를 살리기 위해서라도 선생님들이 거리로 나온 이유에 귀 기울이고 경청해야 한다. 선생님, 힘내세요.

[전국매일신문] 서길원 大記者
sgw3131@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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