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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필의 돋보기] 평등한 출산·양육의 선택권 보장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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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필의 돋보기] 평등한 출산·양육의 선택권 보장돼야
  • 최승필 지방부국장
  • 승인 2022.12.25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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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필 지방부국장

“경외(京外)의 여종(婢子:하녀)이 아이를 배어 산삭(産朔:해산달)에 임한 자와 산후(産後) 1백일 안에 있는 자는 사역(使役)을 시키지 말라 함은 일찍이 법으로 세웠으나, 그 남편에게는 전연 휴가를 주지 아니하고 그전대로 구실을 하게 하여 산모를 구호할 수 없게 되니, 한갓 부부(夫婦)가 서로 구원(救援)하는 뜻에 어긋날 뿐 아니라, 이 때문에 혹 목숨을 잃는 일까지 있어 진실로 가엾다 할 것이다. 이제부터는 사역인(使役人)의 아내가 아이를 낳으면 그 남편도 만 30일 뒤에 구실을 하게 하라”

600여 년 전 ‘세종실록 54권(세종 16년 4월 26일)’에 임금이 남자의 출산 휴가에 대해 형조에 전교(傳敎)한 내용이다.

임신부가 출산 중 도움을 받지 못해 사망한 일이 안타깝고, 부부가 돕는 것은 당연한 도리이니 남편에게도 휴가를 주어야 한다는 내용이다.

또, ‘세종실록 53권’에는 임금과 승지가 세쌍둥이 지원에 대해 논의한 내용이 기록돼 있다.

세쌍둥이를 출산한 집에 곡식을 하사(下賜)하는 제도를 시행했던 당시, 경상도 초계군에 사는 사노비(私奴婢)가 세쌍둥이를 출산했는데,두 아이는 죽고 한 아이만 생존했다.

승지는 셋이면 당연히 쌀 10석을 주겠지만, 하나만 낳은 것이니 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임금은 살아 남은 아이는 한 명이지만 낳은 건 셋이니 쌀 10석을 주어야 한다고 했고, 격론 끝에 살 5석을 하사하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한다.

‘인조실록 42권’(인조 19년 6월 10일)에는 경기도 풍덕에 사는 임광의 처가 젖 하나로 세쌍둥이를 키운다는 소식에 임금은 “얼마나 힘들겠느냐. 필요한 물품을 조사해 서둘러 하사하라”고 명했다고 한다.

현대 국가에서 적극적으로 도입하기 시작한 ‘출산장려정책’이 이미 조선시대에도 존재했다는 내용이다.

유래없는 인구절벽에 시달리고 있는 우리나라는 해마다 낮은 출산율(出産率)을 경신하며 미래 사회를 불안하게 하고 있다.

정부와 업계는 올 한 해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는 아이의 수)이 사상 첫 0.7명대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로, 통계청에 따르면 올 2분기 우리나라 출생아 수는 5만9961명으로, 6만 명 아래로 떨어지면서 이 같은 합계출산율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3분기 출생아 수도 6만4085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2466명(3.7%) 감소했고, 합계출산율은 0.79명으로, 0.8명을 넘어서지 못했다.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지면서 4분기 합계출산율도 0.7명대에 머물 경우 올 연간 출산율은 사상 첫 0.7명대를 기록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이 같은 출산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혼인 건수도 감소세를 보이면서, 지난 6월까지 누적 혼인 건수는 9만311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3%나 감소했다.

다만 3분기 혼인 건수는 전년도 코로나19로 미뤄왔던 결혼이 증가하면서 1221건(2.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별 미혼자 비중의 경우 남성 30대에서 사상 처음으로 50%를 넘어섰고, 여성 30대 미혼율은 3명 중 1명이다. 이 같은 현상은 청년층이 결혼은 필수가 아닌 선택으로 인식하는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절벽’은 지난 2014년 미국의 저명한 경제학자 해리 덴트가 제시한 개념으로, 생산가능인구(15~64세)의 비율이 급속도로 줄어드는 현상을 말한다.

좁은 의미로는 소비를 가장 많이 하는 40대 중·후반 인구가 줄어 대대적인 소비 위축 현상이 발생하는 것으로, 인구절벽 현상이 발생할 경우 생산과 소비가 감소하는 등 경제활동 위축(萎縮)으로 심각한 경제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

해리 덴트는 지난 2015년 10월 제16회 세계지식포럼에서 한국이 2018년경 인구절벽에 직면해 경제불황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며, 인구절벽의 해결 방안으로, 출산·육아 장려책을 제시하기도 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지난 23일 ‘저출산’ 용어를 ‘저출생’으로 바꾸는 내용의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했다.

사전적 의미로 ‘저출산’은 아이를 적게 낳음‘이라는 뜻으로, 아이가 적게 태어나는 현상보다 여성이 아이를 적게 낳는 것에 무게를 두고 있어 인구감소 문제의 책임을 여성에게 돌리는 표현이라는 비판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안 의원은 “성평등 문화와 출산율은 유의미한 관계를 가진다”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국가 중 성평등 수준이 높은 국가들이 출산율이 높다’는 내용의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의 통계자료를 인용하기도 했다.

개정안은 법률의 목적 조항에 ‘성평등의 가치를 실현하며 개인의 임신·출산·양육의 선택권을 보장한다’는 내용을 추가하고, ‘국민의 책무’ 조항을 ‘성평등 환경조성 등’으로 바꿨다.

안 의원은 ‘저출산’에서 ‘저출생’으로 가꾼다면 여성들이 아이를 낳지 않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에 아이들이 많이 태어나지 않는 것이 문제라는 인식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며 출생을 가로막는 근본적인 원인 파악과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그동안 저출산으로 심각한 우려는 낳고 있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다양한 출산·육아 정책을 펴고 있다. 국민 모두에게 평등한 임신·출산·양육의 선택권이 보장돼야 한다.

[전국매일신문] 최승필 지방부국장
choi_sp@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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