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매일신문
지면보기
 표지이미지
지방시대
지면보기
 표지이미지
[10년 전 그날] 남극 장보고과학기지 준공···"극지탐사 새 지평"
상태바
[10년 전 그날] 남극 장보고과학기지 준공···"극지탐사 새 지평"
  • 김주현기자
  • 승인 2024.02.10 07: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988년 남극세종과학기지 이후 26년 만에 두번째 남극기지 준공
세계 10번째 남극 2개 이상 상설기지 보유국가·대륙기반 연구 전진기지 확보

2017년 1월 남극장보고기지 인근 관측 장비 설치···1년간 고염대륙붕수 생성과정 추적
테라노바만 고염대륙붕수 생성량 2012년부터 2021년까지 2배 이상 늘어난 결과 도출

남극장보고과학기지 출발한 지 46일 만에 '3번째 남극 내륙기지' 후보지 도착
K-루트 탐사대, 남극서 육상루트 2200km 확보 전망···독자 루트 보유 국가 달성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이 있다. 
10년 전 헤드라인 뉴스를 통해 '과거 속 오늘'을 다시 한 번 되짚어 보고
더 발전했는지, 답보상태인지, 되레 퇴보했는지 점검해보고자 한다.


[뉴스 타임머신-10년 전 그날] 
2014년 2월 10일 남극 장보고과학기지 준공···"극지탐사 새 지평"

지난 2014년 2월 10일은 두가지 키워드로 정리할 수 있다. 바로 '남극기지' '장보고 과학기지'다.

상공에서 바라본 장보고과학기지의 전경. [해양수산부 제공]
상공에서 바라본 장보고과학기지의 전경. [해양수산부 제공]

● 두번째 남극기지' 장보고과학기지 준공··· 朴 대통령 "극지탐사 새 지평 열길" 
1988년 남극세종과학기지가 준공한 지 26년 만에 우리나라의 두 번째 남극기지인 장보고과학기지가 문을 열었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열 번째로 남극에 2개 이상의 상설기지를 보유한 국가가 됐다.

해양수산부는 2014년 1월 12일 오전 10시(남극 현지시간) 동남극 테라노바만의 장보고과학기지 영내에서 장보고기지의 준공식을 개최했다. 준공식에는 강창희 국회의장과 유인태·김종훈·임내현·이상일·장윤석·배기운·윤명희·경대수 의원, 문해남 해양수산부 해양정책실장, 김예동 극지연구소장, 정수현 현대건설 사장, 미국·뉴질랜드·이탈리아 과학기지 대표 등 300여 명이 참석했다.

박근혜 대통령. [청와대 제공] 
박근혜 대통령. [청와대 제공] 

박근혜 대통령은 동영상 축하 메시지를 보내 극한의 기상조건에도 차질없이 기지를 건설한 관계자들을 치하하고 제1차 월동연구대의 선전을 기원했다. 박 대통령은 메시지에서 "이제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열 번째로 남극에 두개의 상주기지를 보유한 나라가 됐고, 극지 연구의 새로운 역사를 쓰게 됐다"며 "불굴의 의지와 기술로 극한의 환경과 어려움을 이겨내고 2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과학기지를 준공해 낸 관계자 여러분의 노고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이어 "지구 상의 마지막 미개척지인 남극은 기후변화와 해양생태계의 비밀을 간직한 자연과학의 거대 실험장이자 수산자원과 에너지자원 등 막대한 자원을 보유한 기회의 대륙"이라며 "과학영토, 자원영토를 확장해 나가기 위해 우리가 반드시 개척해내야 할 핵심지역"이라고 평가했다. 또 "이제 남위 74도 장보고과학기지 건설로 남극점에 보다 가까운 위치에서 과학연구와 자원조사를 수행할 수 있는 기회가 열렸다"고 덧붙였다. 

박 대통령은 그러면서 "첫 월동연구대 여러분께서 해상왕 장보고의 진취적 기상과 개척정신을 이어받아 우리나라 극지 탐사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주기를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장보고과학기지 준공식. [연합뉴스]
장보고과학기지 준공기념비.  [연합뉴스]

2006년부터 총 1047억 원의 예산이 투입된 장보고기지는 총면적 4천458㎡에 생활동, 연구동, 발전동 등 16개동과 24개 관측장비·부대 설비를 갖추고 최대 6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로 지어졌다.

특히, 영하 40도의 기온과 초속 65m의 강풍에도 견딜 수 있도록 항공기에 적용되는 유체역학 디자인이 설계에 반영됐고 태양광, 풍력 에너지와 발전기 폐열을 보 조 에너지원으로 활용하는 화석연료 절감형 친환경 기지로 지어졌다. 기지공사는 최대 5개월에 불과한 남극의 여름에만 이뤄졌다.

장보고과학기지 준공식. [연합뉴스]
장보고과학기지 준공식. [연합뉴스]

장보고기지의 준공으로 세종기지에서 전담하던 극지분야 연구는 장보고기지와 세종기지가 분담하게 됐다. 남극 킹조지섬에 있는 세종기지는 해양환경, 연안생태 등 연안기반 연구에 집중하고 장보고기지는 빙하, 운석, 오존층, 극한지 공학 등 대륙기반 연구의 전진기지로 활용할 계획이다.

해수부는 국내 산업계와 학계가 장보고기지를 극한지 플랜트·장비·로봇·신소재 등 극한지 실용기술 개발을 위한 실험처로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문해남 해양정책실장은 "장보고기지를 무사히 준공하게 돼 무한한 자긍심을 느낀다"며 "장보고기지에서 남극 연구사에 기록될 만한 연구성과를 낼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고염대륙붕수 장기관측 위치. [극지연구소 제공] 
고염대륙붕수 장기관측 위치. [극지연구소 제공] 

● 극지연구소, 남극해 '짠물' 세계 최초 정밀 관측 성공···실시간 남측 관측 시스템 도입
극지연구소는 남극 바다에서 '짠물'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세계 최초로 정밀 관측하는 데 성공했다고 2024년 1월 18일 밝혔다. 이 '짠물'은 전 세계 바다 순환의 핵심인 남극저층수를 움직이는 마중물 같은 존재다. 

관측 결과 2017년 고염대륙붕수의 평균 수송량은 0.4 Sv(스베드럽, 1Sv는 1초에 100만㎥ 양의 해류가 움직이는 것을 말함)에 달했다. 해양학에서는 물이 이동하는 정도를 Sv라는 단위로 표현하는데 1Sv는 아마존강 수송량의 약 5배다.

연구팀은 관측 결과와 인공위성에서 얻은 바다얼음의 면적 변화를 분석해 테라노바만에서 고염대륙붕수 생성량이 지난 10년간(2012∼2021년) 2배 이상 늘어났다는 결과를 도출했다. 2015년부터 지속적인 생성률 증가가 나타났는데 이 기간에 진행된 다른 관측값과도 일치했다.

남극해. [연합뉴스]
남극해. [로이터=연합뉴스]

남극 바다의 변화를 장기간 관측할 때 일반적으로는 빙산을 피해 수심 400m 아래에 장비를 설치한다. 연구팀은 고염대륙붕수 생성 과정을 직접 확인하기 위해 수심 47∼360m 구간에 관측망을 구성해 관측에 성공했다. 남극에서 고염대륙붕수 생성 과정을 1년에 걸쳐 연속적으로 모니터링한 연구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연구는 해양수산부 '급격한 남극 빙상 용융에 따른 근미래 전지구 해수면 상승 예측기술 개발'의 일환으로 수행됐으며 국제 학술지 네이처커뮤니케이션즈에 2024년 1월 16일 게재됐다.

이원상 극지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이번 연구로 최근 10년간 고염대륙붕수의 장기 변동성과 남극저층수 변동에 관한 이해를 높일 수 있었다"며 "향후 전 지구 해양 순환과 해수면 상승 예측 연구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관측 시스템 모식도. [극지연구소 제공] 
관측 시스템 모식도. [극지연구소 제공] 

앞서 극지연구소는 2023년 11월 2일 남극의 변화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스마트 관측 시스템을 구축했다.  남극은 외부 활동이 가능한 시기가 제한적이며 혹독한 환경 탓에 실시간 관측망을 운영하는 것도 쉽지 않다. 계절에 따른 변화 등 장기 데이터를 얻으려면 여름철에 관측 장비를 설치하고 1년 뒤 수거해 활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 같은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극지연구소 이주한 박사 연구팀은 한국해양과학기술원, 한국로봇융합연구원과 함께 남극에서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관측 시스템을 개발했다.

연구팀은 2023년 11월 9일 남극장보고과학기지에 도착해 기지 인근 연구 거점에서 지진과 기상, 고층대기, 물범, 빙하의 움직임 등 5개 종류의 연구 데이터를 관측할 수 있는 시스템을 설치했다. 데이터는 실시간으로 장보고기지에 모인 뒤 국내로 전송된다. 시스템을 1년간 시범 운영한 뒤 2025년부터 세종과학기지 등 다른 극지 연구 현장에 도입해 데이터 수집 빈도와 품질을 높일 계획이다.

K루트 탐사대, 남극내륙기지 후보지 도착. [극지연구소 제공]
K루트 탐사대, 남극내륙기지 후보지 도착. [극지연구소 제공]

● K-루트 탐사대, 남극 내륙기지 후보지 도착···2032년 세계 6번째 '남극 내륙기지' 건설
극지연구소 K-루트 탐사대가 2023년 12월 31일 남극내륙기지 후보지에 도착했다고 2024년 1월 2일 밝혔다. 

K-루트는 한국이 남극 내륙에서 연구, 보급 활동을 등을 위해 개척하는 육상루트를 의미한다. 한국은 ‘제1차 극지활동 진흥 기본계획’에 따라 2032년까지 세계에서 6번째로 남극내륙기지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비행기로 물자를 보급하면 기상과 비용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남극내륙기지를 건설하고 운영하는 데 있어서 육상루트가 필수적이다.

극지연구소 K-루트 탐사대는 현지시간으로 12월 31일 12시40분에 최종 목표지점인 남극내륙기지 후보지에 도착했다. 2023년 11월 16일 남극장보고과학기지를 출발한 지 46일 만이다. 남극내륙기지 후보지는 남위 76도 11분 동경 117도 36분에 위치하며 250∼300㎞ 떨어진 곳에 프랑스와 이탈리아가 공동 운영하는 콩코르디아 기지와 러시아 보스토크 기지가 있다. 이 지역 빙하 두께는 최소 3200m 이상이어서 100만년 전 기후 복원이 가능하다. 최저기온이 영하 80도 밑으로 내려가기 때문에 우주 등 극한지 탐사기술 연구 유망지로도 꼽힌다.

K-루트 탐사대가 2023년 11월 16일 남극 장보고기지를 출발하면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극지연구소 제공]
K-루트 탐사대가 2023년 11월 16일 남극 장보고기지를 출발하면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극지연구소 제공]

탐사대는 이번 탐사로 장보고기지와 남극내륙기지 후보지를 잇는 1512km의 육상루트를 확보했다. 기지로 복귀하면서 270km의 신규 루트를 추가로 개척할 예정이다. 빙저호나 블루 아이스 등 다른 연구를 목적으로 개척한 과학루트 433km까지 더하면 한국이 남극에서 확보한 육상루트는 2200km에 이를 전망이다.

남극은 평균 2㎞ 두께의 얼음이 덮여 있으며 지구에서 평균 고도가 가장 높은 대륙으로 빙하가 움직이면서 형성된 크레바스나 영하 수십 도까지 떨어지는 극한 환경 때문에 대륙 안쪽으로 접근하기 어렵다. 남극 내륙에 독자적인 루트를 보유한 나라는 미국과 중국, 일본 등 5개국 뿐이다.

실제 남극 내륙기지 건설을 위해서는 국제사회의 동의가 필요하다. 연구진은 환경 영향 평가 등을 진행해 남극조약협의당사국회의에 제출할 계획이다. 신형철 극지연구소장은 “미래 발전 가능성이 높은 연구 거점을 선점, 남극 연구 선진국들과 경쟁하고 극지연구 역량을 끌어올리겠다”고 말했다.

조승환 해양수산부 장관이 2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제1차 극지활동 진흥 기본계획 관련 사전 브리핑을 하고 있다. [해양수산부 제공]
조승환 해양수산부 장관이 2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제1차 극지활동 진흥 기본계획 관련 사전 브리핑을 하고 있다. [해양수산부 제공]

얖서 해양수산부는 2026년 차세대 쇄빙연구선을 건조해 아시아 국가 최초로 북극점 국제 공동연구 탐사를 주도하며 2030년 세계 6번째로 남극 내륙기지를 건설한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이는 2022년 11월 22일 국무회의에서 이러한 내용의 제1차 극지활동 진흥 기본계획(2023~2027)을 심의·확정했다. 기본계획은 남북극을 포괄하고 과학연구, 경제활동, 국제협력, 인력양성 등 극지활동 전반을 아우르는 최초의 법정 계획이다. 정부는 2026년까지 1.5m 두께의 얼음을 3노트 속도로 깰 수 있는 세계 최고 수준의 쇄빙능력을 보유한 1만 5000t급 차세대 쇄빙연구선을 건조한다. 이를 통해 기존 쇄빙연구선인 아라온호로 진입하기 어려웠던 북극점 등 북위 80도 이상의 고위도 북극해까지 진출할 수 있게 된다. 아울러 2027년 남국 내륙기지 후보지로 선정해 2030년 기지를 건설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조승환 해수부 장관은 “정부는 기본계획을 차질 없이 이행해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새로운 첨단 기술을 개발할 수 있는 열쇠를 찾아 나설 것”이라며 “대한민국이 극지활동의 세계적 선도국가로 자리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전국매일신문] 김주현기자
joojoo@jeonmae.co.kr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