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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필의 돋보기] 저출산 쇼크에서 벗어나기 위한 정책 재수정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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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필의 돋보기] 저출산 쇼크에서 벗어나기 위한 정책 재수정 시급
  • 최승필 지방부국장
  • 승인 2023.02.26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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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필 지방부국장

“한국 여성들은 아이를 늦게 낳는 추세고, 지난해 평균 출산연령은 33.5세였다. 일본과 중국을 포함한 다른 아시아 국가에서도 인구 통계학적 감소가 나타나고 있어 노인 인구를 부양할 생산연령인구가 아주 적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지난 22일(현지시간) 미국 CNN이 ‘한국, 세계 최저 출산율 기록 경신’ 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이미 세계 최저 수준인 한국의 출산율이 또 한 번 떨어졌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또, 영국 가디언도 ‘인구 위기가 심화하면서 한국의 출생률이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한국의 출산율이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더 많은 자녀를 갖도록 장려한 정부의 노력이 타격을 입었다”고 했다.

가디언은 특히, 한국은 출산율이 1 미만인 세계 유일한 국가라며, 세계 최저 출산율과 급속한 고령화로 한국 경제와 연금제도에 대한 부담이 커지고 있다고도 했다.

우리 정부가 저출산 대응을 위해 지난 16년간 280조 원의 예산을 투입했는데도 출산율이 또 사상 최저치를 갱신한 것에 대해 이처럼 주요 외신들의 우려 석인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22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2 인구동향조사 출생·사망통계 잠정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0.78명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에 비해 0.03명 감소한 수치다.

1970년 통계 작성 이래 최저치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꼴찌이자 평균의 절반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합계출산율은 가임기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아이의 수를 의미하는 지표다.

우리나의 합계출산율은 4명대를 이어오다 1974년(3.77명) 3명대로, 1977년(2.99명)에는 2명대에 이어 1984년(1.74명)으로, 1명대로 떨어졌다. 특히, 2018년(0.98명)에는 0명대로 떨어진 뒤 2019년(0.92명), 2020년(0.84명), 2021년(0.81명)까지 지속적인 추락세를 보였다.

지난해 출생아 수는 24만9000명으로 전년보다 4.4% 감소한 가운데 인구 1000명 당 출생아 수를 가리키는 조출생률도 지난해 4.9명으로 전년보다 0.2명 감소하는 등 출생아 수와 조출생률 모두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출생아 수는 30년 전인 1992년 73만1000명에 비해 3분의 1 수준인 34.1%로 크게 줄었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2006년부터 2021년까지 저출생 대응 예산으로 약 280조원을 투입했다.

그러나 일과 육아를 병행하기 어려운 환경과 사교육비 부담이 이어지면서 저출산 대응 정책이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외신들도 한국의 저출산 원인으로 길고 힘든 근로 문화와 높은 집값 및 생활비·교육비 부담, 그에 반해 정체된 임금과 결혼관 변화 등을 꼽기도 했다.

실제로, 혼인 건수는 지난 2021년 19만3000건으로, 처음으로 20만 건 아래로 떨어진 뒤 지난해에는 전년에 비해 1000건 감소한 19만2000건으로, 1970년 통계 작성 이래 가장 적은 수치를 기록했다.

영국 런던대학교 버크벡 칼리지의 연구원으로, 인구학 권위자인 폴 몰랜드(Paul Morland)는 ‘인구의 힘(The Human Tide)’이라는 책자를 통해 “잉글랜드와 영국 전반의 인구 성장은 영국이 19세기를 거치면서 최고 강대국으로 부상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같은 시기에 유럽 바깥에서도 영국 출신 이주자들이 증가했다는 점까지 감안하면 영국이 세계 최고 강대국으로 우뚝 서는 데 인구 성장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음을 알 수 있다”고 했다.

또 “미국의 지형이 확대됨에 따라 인구도 불어나서 1850년에는 2300만 명, 1900년에는 영국의 인구를 크게 앞선 7600만 명에 달했다. 미국이 1848년 이후에 멕시코 총 면적의 절반에 해당하는 멕시코 북부를 손쉽게 흡수할 수 있었다는 사실은 인구 성장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도 했다.

저자는 “인구가 무조건 많다고 좋은 것만은 아니다.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인구의 구조다. 하지만 인구가 많다보면 중요한 때에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것 또한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세계은행 수치를 인용해 지난 2021년 이미 전 세계에서 가장 낮았던 한국의 출산율이 더 떨어진 데 대해 “저출산은 성장과 활력을 뒷받침하는 노동력 규모를 줄여 경제에 장기적인 위험을 가져온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경제학자들은 여성들이 출산과 육아 때문에 일자리를 잃는 것에 대해 덜 걱정하도록 양성평등을 개선하기 위해 더 많은 것을 할 필요가 있다고 한국에 제안한다”고도 했다.

대통령실은 3월 중 저출산 종합대책을 발표하기로 했다. 기존 백화점식 대책에서 벗어나 실효성 있는 대책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한다.

지난 16년간 280조 원의 저출산 대응 예산을 쏟아부었음에도 출생아 수가 10년 전에 비해 절반 수준인 25만 명 아래로 떨어진 데에는 일·가정 양립을 어렵게 하는 경직된 노동환경이 자리한다는 판단에서다.

통계청은 우리나라 인구가 5000만 명 아래로 떨어지는 시점을 2031년으로 예측했던 조건 가운데 지난해 인구 자연 감소 폭을 10만6000명으로 잡았다.

그러나 현재 출생률이 사상 최저를 기록한 가운데 인구 감소 폭은 더 크게 나올 경우 5000만 명 붕괴 시점이 앞당겨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다음달 발표될 저출산 종합대책이 실효를 거두기 위해서는 정부와 관계부처는 물론, 정치권과 학계가 함께 저출산 쇼크에 대비하는 데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전국매일신문] 최승필 지방부국장
choi_sp@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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