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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필의 돋보기] 국민과의 약속, 반드시 지켜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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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필의 돋보기] 국민과의 약속, 반드시 지켜져야
  • 최승필 지방부국장
  • 승인 2023.02.19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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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필 지방부국장

전국시대(戰國時代) 도가(道家) 계열의 자연주의 사상가인 장자(莊子)는 왕후(王侯)에게 무릎을 굽혀 안정된 생활을 하기보다는 어느 누구에게도 구속받지 않고 자유로운 생활을 즐겼다.

그러다 보니 농사도 없이 가난한 그는 별다른 벌이조차 하지 않은 채 끼니를 굶는 어려운 생활을 이어갔다.

그러던 어느 날 장자는 목구멍에 풀칠이라도 하기 위해 평소 친분이 있던 감하후(監河侯 : 하천을 살피는 관리)를 찾아가 “돈이 생기는 대로 갚을 테니 약간의 식대를 꾸어달라”고 했다.

감하후는 이 같은 친구의 부탁에 식대를 빌려주더라도 어차피 돌려받기 어렵다고 생각하고, 이렇게 핑계를 댔다고 한다.

“빌려주겠네. 하지만 사나흘 후면 식읍(食邑 : 왕족이나 공신 및 대신들에게 공로에 대한 특별 보상으로 주는 영지(領地))에서 세금이 올라오는데 그때 삼백금(三百金) 정도 빌려줄테니 기다리게”

이 같은 말을 듣고, 감하후의 생각을 눈치챈 장자는 “당장 배가 고파 죽을 지경인데 사나흘 뒤에 거금(巨金) 삼백금이 무슨 소용이 있단 말인가. 그땐 아무 소용없네”라며 퉁명스럽게 답했다.

그는 이어 다음과 같은 내용의 비유를 들어 감하후를 꾸짖었다고 한다.

“내가 여기로 오고 있는데 누가 나를 부르지 않겠나. 그래서 주위를 둘러보니 수레바퀴 자국에 괸 물에 붕어가 한 마리 있더군(轍魚). 그래서 ‘왜 불렀느냐’고 묻자 붕어는 ‘당장 말라 죽을 지경이니 물 몇 잔만 떠다가 살려 달라’는 거야. 그래서 나는 귀찮은 나머지 이렇게 말해 주었지. ‘내가 사나흘 후면 남쪽 오(吳)나라로 유세를 떠나는데 가는 길에 서강(西江)의 물을 철철 넘치게 길어다 줄 테니 그때까지 기다리라’고 했더니 붕어가 화를 버럭 내며 ‘나는 지금 물 몇 잔만 있으면 살 수 있는데 당신이 기다리라고 하니 이젠 틀렸소. 나중에 건어물전(乾魚物廛)에나 와서 죽은 나를 찾으러 와 주시오’라고 하더니 그만 눈을 감고 말더군. 자, 그럼 실례했네”

‘학철부어(轍魚)’는 ‘수레바퀴 자국에 괸 물에 있는 붕어’라는 뜻으로, 매우 위급한 처지에 있거나 몹시 고단하고 옹색한 사람을 이르는 말이다.

요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위기에 몰렸다.

검찰이 지난 16일 위례 신도시·대장동 개발 특혜와 성남FC, 후원금 의혹 등과 관련, 이 대표에 대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이해충돌방지법과 부패방지법 위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혐의를 적용,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이다.

또, 서울중앙지법은 이튿날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 요구서를 서울중앙지검에 보냈다. 이 요구서는 대검찰청과 법무부를 거쳐 대통령 재가를 받은 뒤 국회에 제출될 예정이다.

민주당은 이 대표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에 반발해 영창 청구 다음 날인 17일 전국 지역위원장과 국회의원 긴급 연석회의를 가진 뒤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의원과 지역위원장, 당직자 등 총 25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윤석열 정권 검사독재 규탄대회’를 가졌다.

이 대표는 “윤석열 정권은 없는 사실을 지어내서 야당을 파괴하겠다며 대한민국 헌정사에 없는 폭거를 저지르고 있다”며 “우리가 싸워야 하는 건 이재명을 보호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민주주의를 곧추세우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통령을 향해서는 “국민과 역사를 무시하지 말라. 그깟 5년 정권이 뭐 그리 대수라고 이렇게 겁이 없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영창 청구 당일 오후 긴급최고위원회의에서 이 대표는 “이승만 정권의 조봉암 사법살인, 박정희 정권의 김영삼 의원 제명, 전두환 정권의 김대중 내란 음모 조작 사건까지 독재 권력은 진실을 조작하고 정적을 탄압했지만 결국 독재자는 단죄됐고 역사는 전진했다”며 이번 영장 청구가 정치적 판단의 결과임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은 큰 정치인답게 당당하게 대한민국 사법절차에서 판단 받길 바란다며 체포동의안 가결을 압박하고 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본인의 억울함을 국회 불체포특권과 방탄에 숨어 해결하려 할 게 아니라 정정당당하게 법원의 영장실질심사에 임해 본인의 무고함을 밝혀야 한다”고 했다.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죄가 있으면 대통령도 감옥 보내야 한다고 제일 먼저 선창한 사람이 이재명 성남시장 아닌가. 제1야당 대표는 죄를 지어도 감옥가지 말아야 한다면, 169석 의석을 갖고 국회에서 ‘제1야당 대표 사법처리 금지법’을 통과시키라”고 촉구했다.

성일종 정책위의장은 “조폭·토착 세력과 손을 잡고 분신인 김용·정진상이 구속돼도 본인이 설계하고 도장을 찍어도 한 점의 부정행위, 돈 한 푼 취한 적 없다고 주장하는 희대의 야당 대표”라며 “불체포특권을 내려놓겠다는 약속을 지키고 영장 심사에 당당하게 임하라”고도 했다.

이재명 대표는 지난해 5월 지방선거 유세에서 “불체포특권 제한해야 된다. 100% 동의할 뿐만 아니라 제가 주장하던 것이다. 이재명 같은 깨끗한 정치인에게는 전혀 필요한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지난 14일 자신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가 임박했다는 전망과 관련, “제가 어디 망간답니까”라고 답했던 이 대표는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 구속 전 피의자 심문 당시 “언제 도망갈지 모른다. 구속되는 게 당연한 사안”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대표는 체포동의안 표결을 앞두고, 이탈표 방지를 위해 지난 17일 당 초선의원 모임인 ‘더민초’ 워크숍 만찬 자리를 방문하는 등 의원들과의 접촉을 늘리고 있다고 한다.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관련,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오는 24일 체포동의안 본회의 보고에 이어 27일 표결에 나서기로 장점 합의했다.

이 대표가 지금의 위기에서 벗어나고 민주당을 구하기 위해서는 불체포특권 내려놓겠다던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는 것뿐이다.

[전국매일신문] 최승필 지방부국장
choi_sp@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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