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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의 데스크席] 물 난리, 언제까지 ‘인재’ 반복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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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의 데스크席] 물 난리, 언제까지 ‘인재’ 반복하나
  • 최재혁 지방부국장
  • 승인 2023.08.10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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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 지방부국장

“이 가을에 삼남에 홍수가 났다. 충청도의 문의·회인·청주·단양·영춘·공주 등의 고을은 민가 1000여 호가 떠내려 갔고, 익사한 사람이 수천 명이었으며, 무림사 수백 간이 일시에 물에 잠겨 승려와 속인으로서 죽은 자가 대단히 많았다. 경상도의 거창·대구·밀양 등 고을은 물에 떠내려 간 것이 천 수백여 호였고, 익사자가 또한 1000명을 넘었으며, 거제부에선 눈에놀이(모기와 비슷한 곤충)가 크게 발생했다. 전라도의 무주 등 고을은 물에 떠내려 간 것이 수천 호였고, 익사한 자가 또한 그 수의 반이었다.” 조선 경종실록(1723년)에 실린 내용이다. 삼남은 충청도·경상도·전라도다. 당시 남부 전역에 물 난리가 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집중 호우로 입은 인명·재산 피해가 막대하다. 마치 최근 폭우로 빚어진 충남·충북·경북·전북·전남 등지의 피해 상황을 보는 듯하다. 수해 대책 마련도 지금과 다르지 않았다. 조정은 피해 상황을 파악한 뒤 구제책을 제시했다. 백성을 동원해서 진행하던 대규모 토목공사를 중지하고, 이재민들의 세금을 면제했다. 수해 지역에 휼전(이재민 등을 구하기 위해 내리는 식량)을 보내기도 하고, 왕이 내탕전을 내리기도 했다. 내탕전은 임금이 쓰는 돈이다. 대처에 늑장을 부린 관리는 처벌 대상이었다. 세종 13년(1431년) 11월에는 수해 지역의 백성들을 대피시키지 못한 관직자들을 두고 처벌을 논하는 사례가 나온다.

당시 판의주목사 이상흥 등은 낮은 지대에 사는 백성을 피신시키지 못해 민가가 떠내려가고 사망자가 발생하는 등 막대한 피해를 초래했다. 형조에서는 대처를 못한 관리들을 두고 장 80~90대를 치도록 건의했다. 장형은 죄인을 나무로 만든 굵은 회초리로 볼기를 치는 형벌이다. 60대 정도만 맞으면 초주검이 된다. 예고된 수해에 제대로 대비하지 못하면 상당히 가혹한 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관직에서 파면당하는 경우도 부지기수였다. 지난달 전국에 쏟아진 폭우로 막대한 피해가 발생했다.

5000년 역사의 전통의 나라 우리나라 한국도 명승지 고적 도시가 모두 강을 가까이한다. 물은 화학적 성분으로 수소 2와 산소 1의 화합물로, 색(무색)·냄새(무취)·맛(무미)이 없는 것으로 자연계로 빗물·샘물·호수·강물과 바닷물이 존재한다. 그러나 그 모양은 다양하다.양이 많아 두꺼운 층을 이룰 때는 푸른 빛이 나며 보통 온도에서는 액체의 모양새로 있지만, 영하 이하에서는 고체(얼음) 100도 이상에서는 기체(수증기)로 변한다. 물의 물리적 특성은 여러 가지 혼합물을 용해하고 이온화(발전)한다.물은 변한다. 지구의 72퍼센트를 차지하며 동·식물의 70~90이 물이 들어가 있어 생장과 연명의 원소로 이슬·서리·눈도 모두가 물로 변형화된 것이다.

인간의 생활에는 생활용수·농업용수·공업용수가 주종이며 화재 시에 물로써 불을 제압하지만, 수력으로 화력을 일으켜 불(전기)을 만든다.특히 식물에 있어서는 비(물)가 최고의 비료라 하고 인간 기능의 대다수가 물의 작용이다. 용수의 최고인 물은 세수·세차·세탁용으로 씻는 일에는 물이 절대 요소 중 하나다. 특히 사람의 몸체인 육신에는 물의 작용이 다양하고 절대적이라 3일만 물 수급이 중단되면, 인체의 커다란 변화가 생긴다는 것이다.

일찍이 농경문화시대에부터 인간을 물 위주의 생활권이 형성되는 것이다. 

인류 문화의 발상지가 강물과 바닷물을 끼고 발전되는 까닭도 자연수의 공급이 바로 인간 생활의 터전이 되는 것이다. 사람의 일상에서 씻는 일에는 물보다 더한 것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목욕으로부터 옷감 빨래에까지 물의 다양성을 부지기수다.지도를 펼쳐보면 5대양이 물이고, 유명한 도시나 부유한 국가는 모두가 물을 가까이하며, 세계의 수도나 큰 도시는 모두가 물을 접한 수변도시다. 물이 없고, 귀한 곳을 사막이라 하고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이 바로 물이 귀한 곳이다.

도시 전체가 박물관인 이탈리아의 베네치아는 한때 유럽의 최강자였다. 우선은 그 지리적, 지형적 강점 덕분에 번성했다. 아드리아해 가장 깊은 곳에서 보호받는 베네치아는 지중해 지역 최대 규모의 석호 한가운데 위치해 폭풍과 해일의 위협이 없다. 항만이 들어서는 데 완벽한 조건이다. 섬 지형이어서 육지 쪽으로부터의 안보 위험도 낮다. 그 지점을 시작으로 베네치아는 전 유럽과 지중해의 상권을 장악해 엄청난 부를 축적했다. 셰익스피어의 ‘베니스의 상인’도 탄생했다.

르네상스 시대 베네치아공화국 국력의 상징은 14세기에 건설된 베네치아 무기창이다. 도시 전체 면적의 15%를 차지해 선박을 건조하고 기타 해양 장구를 제작하는 곳으로 사용되었다. 산업혁명 이전 유럽에서 가장 큰 산업시설이었는데 해양 강자 베네치아의 파워가 여기에서 나왔다. 하루에 선박 한 척을 건조했다. 베네치아공화국의 선단은 3000척 규모였다. 그리스와 사이프러스도 사실상 지배했다. 지금은 베네치아 비엔날레가 베네치아 무기창에서 열린다. 베네치아와 베네치아 무기창은 조니 뎁과 앤젤리나 졸리의 '투어리스트'(2010)에서 잘 볼 수 있다.

베네치아의 전성시대는 16세기에 포르투갈이 희망봉을 돌아 인도양으로 나아가도 안전하다는 것을 발견하면서 끝난다. 포르투갈은 아드리아해나 지중해의 상대가 안 되는 대서양과 인도양을 무대로 무역을 시작했고 동방의 교역 파트너들은 굳이 육로를 통과해야 하는 베네치아 루트보다 해로로 깔끔하게 가는 유럽행을 선호하게 되었다. 흔히 바다를 위험하다고 생각하지만 바다에는 도적이 적고 산도 없고 야간에도 자면서 이동할 수 있다.

베네치아는 조금씩 쇠퇴했다. 오토만제국과의 잦은 마찰도 베네치아의 국력을 소진시켰다. 베네치아도 지중해를 벗어날 생각을 했겠지만 대양 항해에 필요한 대형 범선 제작 기술이 모자랐다. 결국 힘이 빠진 베네치아는 프랑스에 정복당했고 오스트리아에 복속되었다가 이탈리아의 일부가 됐다.자동차 없이 물류를 해결하는 물의 도시 이탈리아 베네치아가 잦은 침수로 고생한다는 소식이 들린다.

1년에 60회 정도 침수되는데 심한 경우 도시 전체가 물바다가 된다. 이탈리아는 베네치아를 육지와 다리로 연결하고 인근에 대규모 산업단지를 조성해 생태계를 교란하는 우를 범했다. 매년 베네치아 인구의 20배인 500만명이 넘는 관광객 때문에 주민들이 살기 힘들어 한다는 얘기도 있다. 500만은 거대한 브라질이 한 해에 맞이하는 전체 관광객 수인데 최소한 1박을 한 사람들의 숫자다. 당일치기 방문객은 연 1500만명이 넘는다. 이탈리아 정부는 급기야 대형 크루즈선의 입항을 통제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아무리 베네치아가 애를 써도 기후변화로 발생하는 해수면 상승은 막을 수가 없다. 유네스코는 허물어진 유적에 주로 적용하는 보호 대상에 베네치아 전체를 포함할 생각을 하고 있다. 올여름 전 세계적인 홍수와 침수는 갑자기 늘어난 강우량 때문이지만 전문가들이 말하듯이 향후 50년 내 기후변화로 해수면이 2.5m까지 높아진다면 베네치아는 물론이고 산업과 교역의 중심인 해안도시들이 타격을 받을 것이다. 세계 인구의 약 40%가 해안도시에 산다.

물과는 성능이 전혀 다른 불은 어떤 것인가. 예부터 불은 신(神)의 고유물이라 한다. 어쩌다 인간에게 빼앗겼다는 것이다. 그래서 신을 위안하기 위해서 신 앞에 불을 먼저 켜고 제(제사)를 올린다는 것이다.불은 물질이 열이나 빛을 내면서 타는 현상으로 생활과의 밀접한 관계를 가지며 인간이 만든 3대 발명품 가운데 불(전기)이 첫째라 한다. 앞서 논거한 대로 수력(水力)으로 화력을 만들고 다시 불은 물로 제압한다. 상생(相生)은 더불어 사는 것이고 반대로 상극은 사물이 서로 충돌하는 상태임을 이르를 때 쓰는 말이다.

그러나 물과 불은 인간생활에 많은 유익을 주지만 때로는 큰 재앙을 가져오기도 한다.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수해로 많은 사람들이 재산과 인명에 피해를 주고, 산불과 화재로 많은 세계인들이 고통을 당한다. 물과 불의 관계는 서로가 이익을 주는 상생이면서 때로는 서로를 덮는 상극의 지경에 이르는 경우도 생긴다.흔한 것이 물이란 말도 있다, 그래서 물을 인접하고 있는 지역은 수량이 풍부해서 곡창지대를 이룬다. 세상 곳곳이 물 부족 현상이 일어나고, 이어서 삶의 고통으로 생계가 위협을 받고 있는 현실이다. 60대 이상의 연령층에 있는 사람들은 지금 우리가 물(음료수)을 돈 주고 사 먹는 시대는 상상도 못하고 살았었다.

물의 습성은 위(높은 곳)에서 아래로 흐르고, 불은 아래서 위로 번져나간다. 물과 불 둘 다 무서운 재앙 작용이 있다. 물 지나간 자리는 모든 것을 휩쓸고, 불 지나간 자리는 재(타버린 뒤에 남는 것) 뿐이라 한다. 창조주가 인간에게 선사한 물과 불, 선용하면 필수가 되고 악용하면 인간의 목숨과 재산을 잃는 악수가 된다. 14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제2지하차도 침수 참사는 안전불감증이 빚은 인재(人災)였음이 확인됐다.

지하차도 인근 제방 붕괴를 우려하는 시민들의 신고에도 충북도와 경찰, 소방은 대처에 소홀했다. 정부가 오송참사를 인재로 규정한 것이다. 국무조정실은 충북경찰청과 충북소방본부, 지자체 등 관계기관들이 시민들의 지속적인 경고를 무시했다고 밝혔다. 임시 제방이 무너지고 지하차도에 강물이 유입되는 절체절명의 순간에 관련기관들은 긴박성을 감지하지 못했다. 기관 간 공조체제도 부실했다. 충북도는 사고 당일 홍수경보가 발령되고 미호천 범람 위험 신고를 접수했는데 제때 교통통제를 하지 않았다.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은 미호강 임시 제방을 기준보다 낮게 축조하거나 부실하게 쌓아 참사의 원인을 제공했다고 국무조정실은 밝혔다.

오히려 시민들의 신고정신이 놀라웠다. 사고 전날 오후 임시 제방을 지나던 한 남성은 “거기(임시제방)가 허물어지면 오송 일대가 물난리가 날 것 같다”며 급박함을 알렸다. 참사를 막을 수 있는 기회가 여러 차례 있었지만 방기한 대가는 너무 컸다. 155명의 사망자를 낸 지난해 이태원 압사사고 이후 재발을 막겠다며 부산을 떨었지만 달다진 건 별반 없는 듯하다. 소를 잃고도 외양간을 고치지 않은 것이다.

올해와 같은 집중 호우는 매년 반복될 것이 예상된다.정부에는 재난에 대한 중앙재해대책본부가 설치돼 있다.이제는 집중 호우에 대한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대책이 필요하다.여름이 오면 그때만 가동하는 대책은 이제 효율성이 떨어진다.홍수·가뭄 대응능력 강화와 대체 수자원의 조기 개발이 필요하다.

수자원 위성 도입, 디지털 트윈·드론·AI 등을 활용한 스마트 안전관리 플랫폼 구축을 조기에 완료하고, 해수 담수화, 하·폐수 재이용, 인공 강우, 빗물 등의 활용과 활성화가 필요하다. 위기가 기회이다.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 온 저력을 바탕으로 기후위기 시대를 전 세계에서 최초로 극복하고 기술력을 수출하는 대한민국을 기대한다.

[전국매일신문] 최재혁 지방부국장
jhchoi@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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