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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의 데스크席]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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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의 데스크席]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정부’
  • 최재혁 지방부국장
  • 승인 2023.08.03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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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 지방부국장

지난달 초 인천 검단신도시 한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지하주차장이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밤늦은 시간이라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자칫 사람이 많이 다칠 수 있는 아찔한 사고였다. 건교부의 정밀조사 결과, 이 공사는 설계부터 감리, 시공에 이르기까지 총체적 부실로 판단됐다고 한다.

이 아파트 공사를 맡은 GS건설은 공정률 67%인 1666세대 공사를 부수고 재시공키로 결정했다. 회사 이미지를 위한 조치였지만 재시공에 따른 비용이 1조원에 이를 것이란 추정도 있다. 사후약방문이지만 회사는 기업 이미지 추락보다 논란을 종식시키는 것이 낫다는 판단이 섰던 것이다. 이런 경우는 “소 잃고도 외양간 고친다”는 말이 적합하다. 그래야 다시는 소 잃는 일이 생기지 않기 때문이다. 폭우와 태풍 등으로 해마다 수많은 수해가 반복 일어나고 있지만 그 고리가 끊어지질 않는다.

자연재해란 점에서 불가피한 부분도 있으나 상당부분은 인재가 원인이다. 폭우로 14명의 목숨을 앗아간 충북 오송 지하차도는 인근 제방관리와 도로통제만 잘했어도 인명피해는 막을 수 있었다. 인재가 빚은 비극이다. 아동학대 방지와 취약계층 아동보호를 위한 입법이 사고가 난 뒤에 국회에서 입법 소란을 떠는 것이나 반지하주택에 물이 차 인명사고가 난 뒤 그제서야 건축이 전면 금지되는 것 등 우리사회의 안전불감증이 도를 넘었다. 이 모든 것이 사후약방문이다.

자연재해에 대응하고 적절한 대책을 강구하는 것이 국가의 기본 책무이자 정부, 즉 공무원이 국민에게 위임받은 최우선 책임이자 의무다. 그런데 어찌 이러한 터무니 없는 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가? 폭우가 며칠 째 그것도 400㎜가 넘는 호우경보 아래서 도대체 국토보호 및 국민생명을 살펴야 할 정부는 어디서 무엇을 했느냐 묻는 것이다. 관계기관에서 두 번씩이나 “도로통제가 필요하다“ 고 경고했는데도 불구하고 이를 우습게 여긴 해당 시청, 구청, 담당 공무원은 어디서 무엇을 했는가.

이번 오송 궁평지하차도 참사는 그야말로 100% 인재가 확실하다. 지난 15일 오전 8시40분께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 제2지하차도가 갑자기 불어난 물로 침수되면서 시내버스 등 차량 15대가 순식간에 물에 잠겼다. 지난 5월 결혼한 서른 살 초등학교 선생님은 임용고시를 보러 가는 처남을 데려다주기 위해 지하차도를 지나다 변을 당했다. 친구들과 1박 2일의 여수 여행 꿈에 부풀어 오송역으로 가기 위해 시내버스에 올랐던 24살 여성도 차디찬 주검이 되어 돌아왔다. 삼남매 둔 40대 치과의사, 사고 이틀 전 생일을 맞았던 30대 청년, 이들의 안타깝고 황망한 죽음은 충분히 막을 수 있었던 인재였다.

지하차도, 지하주차장, 저지대 반지하가구 침수 사고는 해마다 끊이지 않고 있다. 2014년 부산 동래구 우장춘로 지하차도, 2020년 부산 동구 초량 제1지하차도 침수로 시민들이 어이없게 숨졌다. 지난해 9월에도 태풍 ‘힌남노’로 경북 포항 아파트 지하주차장이 침수돼 주민 7명이 사망했다. 올해는 오송 지하차도의 참극이 되풀이됐다.오송 지하차도 침수 사고 전 금강홍수통제소가 청주시에 미호강 인근 도로 통제를 요구했는데도 행정 당국은 4시간이 지나도록 통행금지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사전 제방 관리도 허술했다. 강이 범람할 것 같은데 중장비도 동원하지 않은 채 서너 명 인부가 모래포대를 쌓고 있었다는 증언도 나왔다.

전국적인 집중 호우로 피해가 커지던 15일 새벽, 한화진 환경부장관이 긴급호우 대처상황 점검의를 했고, 한덕수 국무총리는이미 피해가 다 벌어지고 난 뒤인 16일 오전에야 호우 대처 상황 점검회의를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했다. 각 지방자치단체를 컨트롤해야 할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탄핵심판으로 인해 직무가 정지된 상태다. 주무장관인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윤석열 대통령의 폴란드 방문에 동행했다가 수해 피해가 커지자 급히 귀국해 오송지하차도 침수 사고 현장으로 향했다. 집권여당의 대표인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도 방미 일정으로 국내에 있지 않았다.

지난 해 8월 호우 피해 때 사저로 조기 퇴근했던 윤석열 대통령은 올해는 나토 회의 참석차 리투아니아와 폴란드를 방문하며 자리를 비웠다. 9일부터 계속 이어진 ‘극한 호우’로 수해 피해가 속출하는데도 윤 대통령은 귀국을 미루고 우크라이나를 전격적으로 방문했다.

집중호우로 인한 어쩔 수 없는 재난이었다는 군색한 변명으로 들릴 수 있는 부분이다. 국민의힘 천하람 전남순천당협위원장은 “대통령이 재난 대응의 컨트롤타워인 건 어느 정권이나 마찬가지”라며 “그런 부분을 더 중하게 여기는 메시지가 나왔어야 되는 거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막을 수 있는 참사’라는 말이 또 나왔다. 112신고 무시, 제 할 일 안 한 지방자치단체-경찰-소방당국의 “네 탓” 공방, 경찰 수사 착수, 높은 사람들의 복장 터지는 대응까지. 14명이 희생된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 침수 사고는 작년 10월 이태원 참사 때와 통탄할 만큼 닮았다. 물론 기후 위기가 더해진 천재지변은 사람이 만든 핼러윈 축제와 다르다. 그러나 핼러윈 때 이태원에 군중이 몰릴 것을 예상할 수 있었듯, 극한 폭우 때 지하차도가 위험하다는 것쯤 예상하고 대비해야 신뢰받는 정부다.

[전국매일신문] 최재혁 지방부국장
jhchoi@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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