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 한영민
모자를 쓰고
선글라스도 끼고
넓은 마스크도 쓰고
만나렵니다
내일은
당신을 만나기가 두려워
당신과의 이별을 위한
만남이 너무 아파서
모자를 쓰고
하늘을 가리고
선글라스를 끼고
눈을 피하며
마스크를 쓰고
아무말도
하지 않으렵니다
당신과의 만남이 인연이라면
당신과의 이별은 숙명인가요
인연이라 마냥 기뻐하며 행복했는데
숙명이라 생각하며 생이별을 해야하니
당신과의 이별인 내일은
챙이 큰 모자를 쓰고
얼굴이 다 가리는 선글라스를 끼고
유난히 면적이 넓어 보이는 마스크를 하고 만나렵니다
당신의 이마에
그려진 고뇌를 보기싫고
당신의 눈에
아롱거리는 눈물을 보기싫고
당신의 애닳은 목소리를
안듣기 위해
모자를 쓰고
선글라스를 끼고
마스크를 쓰고 만나렵니다
그리하면 당신도
내 아픔과
내 고뇌와
내 슬픔과
내 눈물이 안보이겠지요
내일은
우리가 이별하는 내일은
챙이 큰 모자를 쓰고
얼굴을 가리는 선글라스를 끼고
면적이 넓은 마스크를 쓰고
나가렵니다
[전국매일신문 詩] 소년 한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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