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 한영민
어제 밤
잠은 잘 잤는지
밥은 먹었는지
약은 잘 챙겨 먹고
격하게 아픈데는
조금 덜한지
끝없이 궁금하고
걱정이 되도
이제는 남이 되어
오히려 짐이될까
안부도 묻지 못하는
어느덧 그렇게
뜨겁게 사랑했던 기억조차
하나씩 조금씩
멀어지고 희미해지는
이 가을이 너무 아프고 미워서
차라리 세상을
다 뒤덮어 줄 듯한
하얀 겨울에 이별했더라면
저렇듯
높고 맑은 가을 하늘이
덜 슬프게 보일지도
그렇게 사랑했던 기억들이
조금이나마
와중에 더
못견디게 슬픈 것은
우리가 언제 사랑했는지
기억 조차 희미해지면
어쩔땐 오가며 지나쳐도
우리가 얼마나 사랑했고
얼만큼 가슴아픈
이별을 했는지도 모르는
우리 사랑이
우리 추억이
우리 기억이
그렇게 사랑했던 당신
그리고
나의 얼굴마저
희미하게 지워져
가고 있음이겠지
차라리 하얀 겨울에 떠났더라면
눈이 시리도록 찬란한 이 가을에
낙엽 뒹구는 아스팔트를 홀로 걷지는 않았으련만
그냥
하얀 겨울에
헤어질 것을
[전국매일신문 詩] 소년 한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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