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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필의 돋보기] 걸림돌이 되고 있는 출판기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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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필의 돋보기] 걸림돌이 되고 있는 출판기념회
  • 최승필 지방부국장
  • 승인 2023.12.03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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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필 지방부국장

‘출판(出版)’은 책이나 회화 따위를 인쇄해 세상에 내놓는다는 뜻이다.

출판의 역사는 인류 문화사의 발달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문명이 발달하면서 발생하는 정보는 인간의 기억으로 보관할 수 있는 양을 초과하게 됐고, 일정한 형태를 통해 이를 저장할 필요가 생긴 것이다.

이를 위해 바위에 특정한 기호를 새기는 식으로 기록이 이뤄졌고, 도시가 발전하면서 종이가 발명되기 이전의 종이와 비슷한 갈대과 식물인 파피루스나 죽간, 양피지 같은 형태의 기록매체가 등장했다.

자료에 따르면 책의 최초의 재료가 된 것은 BC3000년경부터 이집트에서 사용되기 시작한 파피루스에 문자를 썼으며, 파리의 국립도서관에는 도덕론(道德論)을 적은 ‘프리스 파피루스’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 된 파피루스책이라고 한다.

고대그리스에서는 BC 5세기의 아테네에 영리를 목적으로 한 출판자와 서점이 있었고, 고대 로마에서는 지금의 인쇄공에 해당하는 사자생(寫字生)의 동업조합이 BC 207년에 조직됐고, 당시 로마의 출판자들은 책을 대규모로 수출하기도 했다.

중국에서는 BC 3세기 진(秦)나라 시대에 나무와 대나무 등에 붓과 먹으로 문자를 써서 책을 만들었다.

그 역사적 사실은 진시황(秦始皇)이 즉위 34년에 사상통제 정책의 일환으로, 학자들의 정치 비평을 금하기 위해 민간에서 갖고 있던 의약과 복서, 농업에 관한 책만을 제외한 모든 서적을 모아 불사르고, 이듬해 함양에서 수백명의 유생을 구덩이에 묻어 죽인 분서갱유(焚書坑儒)를 행한 것이다.

우리나라는 751년 이전의 목판인쇄물로 추정되는 ‘무구정광대다라니경(無垢淨光大陀羅尼經)이 1966년 불국사 석가탑 속에서 발견되기도 했다.

근대 조선의 인쇄술은 고려 인쇄술의 전통을 이어받아 태종 3년(1403년)에 남산 아래에 주자소(鑄字所)를 설치하고, 동활자 10만여 자를 주조해 많은 활자본을 간행했고, 금속활자 계미자(癸未字)로 ‘계미자본’이라는 책을 인쇄했다고 한다.

17세기 중엽부터는 출판지나 출판자의 이름이 적혀 있는 민간의 출판업자가 출판한 책을 매매하기 위한 목판으로 만든 방각판(坊刻版)의 판본들이 나타나기 시작했으나 출판사에 해당할 만한 상호 같은 것은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19세기 초에는 출판지나 상호와 같은 이름이 새겨진 방각본들이 나타나면서 19세기 중엽에는 서울의 야동(冶洞), 홍수동(紅樹洞), 석교(石橋), 무교(武橋) 등의 이름이 명시된 신간본과 지방의 완산(完山), 전주(全州) 등지에서 개판(開板)된 매매 목적의 방각본이 나타났다고 한다.

이처럼 종이의 등장은 정보의 대량 수록이 가능하게 했고, 금속활자의 발달은 필사로 유지되던 문자 기록의 제작을 수월하게 했으며, 각종 사상과 정보의 배포를 편리하게 함으로써 사회적으로 큰 변화를 일으켰다.

요즘 국회를 비롯, 전국 곳곳에서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현역 의원들은 물론, 총선 출마 예정자 등 정치인들의 출판기념회와 북콘서트가 그야말로 봇물을 이루고 있다.

이들이 낸 책은 자서전이나 자신의 의정 활동을 담은 것이 대부분이다. 출판기념회는 모금액 한도가 없으며 모금액을 공개할 의무도 없다. 정가보다 많은 돈을 받아도 문제가 없다.

출판기념회는 사전적 의미로 ‘저작물이 처음 출판됐을 때에 그것을 축하하기 위해 베푸는 모임’이다.

그러나 정치인들의 출판기념회는 그들이 우회적으로 후원금을 얻는 수단 중 하나라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 2014년 선거관리위원회가 정가 판매, 모금액 선관위 신고 등의 관련 법 개정 의견을 국회에 냈지만, 이후 법 개정은 없었다.

정치인들의 출판기념회는 개인의 홍보이자 선거출정식을 상징한다. 하지만 요즘 앞다퉈 열리고 있는 출판기념회가 ‘막말 발표회’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달 9일 ‘송영길의 선전포고’ 출판기념회에서 검찰의 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수수 의혹 사건 수사를 비판하면서 한동훈 장관을 거론했다.

그는 “이런 건방진 놈이 어디 있나, 어린놈이 국회에 와서, (국회의원) 300명(이) 자기보다 인생 선배일 뿐만 아니라 한참 검찰 선배인 사람들을 조롱하고 능멸하고 이런 놈을 그냥 놔둬야 되겠느냐. 물병이 있으면 머리에 던져버리고 싶다. 반드시 탄핵해야 한다”며 과격한 말을 서슴치 않았다.

또, 오는 8일 정당법 위반 등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조사를 앞두고, 지난 2일 대구에서 열린 북콘서트 ‘송영길의 선전포고’에서 “저는 위성 정당을 만들려고 고의로 탈당한 것이 아니다”며 “원내 교섭단체 구성요건인 20석 이상인 ‘윤석열 퇴진당’을 만들면 탄핵 소추를 비롯, 민주당을 견인해 서로 간 시너지 효과가 나올 것”이라며 막말을 이어갔다.

앞서, 지난 30일 함세웅 신부는 서울 종로구 조계사 전통문화예술공연장에서 열린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의 출판기념회에서 “제가 많은 정치인 만났다. ‘방울’ 달린 남자들이 여성 하나보다 못하다. 문재인 (전)대통령, 이낙연 (전)총리 다 남자들”이라며 “여성 결기·결단 수렴 못 한 게 윤석열 검찰 독재정권 가져왔다”며 전 대통령·총리를 싸잡아 비판했다.

지난달 19일 광주에서 열린 민주당 민형배 의원의 출판기념회에서는 최강욱 전 민주당 의원은 윤석열 정부를 ‘설치는 암컷’에 비유하며, 정치권의 막말 논란에 불을 붙였다.

이처럼 출판기념회에서 막말에 대해 신평 변호사는 ‘한국 정계의 막말 퍼레이드’라는 제하의 글에서 “한국 정계에서의 야비한 막말 구사는 이미 금도를 훨씬 넘었다. 미국이나 다른 민주국가에서 교환되는 정치적 투쟁의 언어와는 비교할 수 없다”며 “민주당의 일부 극단적 인사들은 이미 분노를 조절하는 자제력을 완전히 잃은 듯하다”고 직격했다.

출판기념회가 내년 총선을 위해 새롭게 거듭나기 위한 민주당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전국매일신문] 최승필 지방부국장
choi_sp@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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