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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의 데스크席] 글로벌 에티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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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의 데스크席] 글로벌 에티켓
  • 최재혁 지방부국장
  • 승인 2023.02.16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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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 지방부국장

지난 3년간 전 세계를 괴롭히고 있는 코로나19 사태가 엔데믹으로 전환되고 국내외 출입국 규제가 풀리면서 해외여행에 대한 수요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바야흐로 수년 동안 지긋했던 격리의 세월이 지나고 마스크와의 이별, 자유로운 여행의 시간이 돌아왔다. 짧지 않은 세월 동안 전 세계인이 건강의 소중함과 자유에 대한 인간의 의지가 얼마나 강한지 새삼 깨닫게 되었다. 쌓여 있는 항공 마일리지를 들여다보며 고통의 시간을 보상받을 때다.

코로나19로 꼭꼭 닫혔던 해외여행의 문이 열리며 일본·필리핀·베트남 등 해외를 다녀왔다는 지인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 누구나 해외여행을 할 수 있게 된 건 34년 전 쯤이다. 해외여행이 자유화된 1989년 이전까지는 엄격한 제한이 따랐다. 나이, 재산, 학력, 납세 이력까지 확인했다. 또 복수가 아닌 단수 여권에 해외 도피 우려로 일가족 여권은 내주지 않았다고 한다. 어찌보면 해외여행은 소수에게만 주어진 특권이나 특혜에 해당됐던 시절이었다.

해외에서도 해외여행은 오랫동안 일부 계층의 전유물과 같았다. 1660년께부터 영국 등에선 ‘그랜드 투어’가 붐을 이뤘다. 젊은이들이 이탈리아에 있는 그리스·로마 시대 유적과 명소를 두루 구경하고 프랑스 파리에 들러서는 선진 예법을 배웠다고 한다. 짧아도 몇달, 길면 몇년이 걸리는데다 마차에 바리바리 짐을 싣고서 가정교사, 하인까지 대동해야 하는 여정이라 웬만한 귀족이나 자산계급이 아니고선 엄두도 내지 못했다.

특히 영국의 상류층 자제들 사이에서 유행한 유럽 여행이다. 이는 1840년대 이후 철도여행이 대중화되면서 보다 안전하고 빠르게 또 저렴한 비용으로 여행길에 오르면서 막을 내렸다. 1851년 런던, 1855년 파리 엑스포를 계기로 영국의 사업가 토머스 쿡이 저렴한 가격에 열차를 이용한 ‘박람회 관람 패키지여행’ 상품을 잇달아 내놓으며 대박을 쳤다. 관광을 사업화한 쿡 덕분에 평범한 일반인도 해외 나들이를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오늘날 해외여행의 일반화·대중화 역시 저비용 항공사(LCC)와 글로벌 온라인 여행사(OTA)들을 빼놓고는 설명하기 어렵다.국내에서도 지난해부터 일본·필리핀·베트남 등 해외 여행객이 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달 국제선 항공편은 2만 7206편이 운항했고, 461만 명이 탑승했다. 올해 해외여객 수는 2019년 1월의 58% 수준으로 회복세를 보였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일본의 경우 무비자 입국 허용 등 지난해 10월 방역 규제 폐지와 함께 엔저 현상이 맞물리면서 올해 1월 여객 수는 133만 명으로 지난해 8월 대비 8.3배 증가했다. 또 지난해부터 베트남, 태국, 필리핀 등 ‘동남아’ 지역 여행 수요도 증가하면서, 아시아 노선 여객 수는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 해외 여행의 대중화에는 저비용 항공사도 한 몫 했다. 진에어에 이어 제주항공까지 흑자로 전환했다는 소식이 이어지니 말이다. 일본 노선 확대 운항에 작년 4분기 코로나 이후 첫 영업이익을 보였다. 또 항공업계에서는 올해 1분기 동남아 여행 수요가 증가하고 경기 불황으로 장거리보다 단거리 여행을 선호하는 추세가 지속되면 흑자 행진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까지 내놓고 있어 반갑다.

그러나 오늘날은 정보화 시대이면서 세계화 시대로 하나의 지구촌을 이뤄가고 있다. 이런 글로벌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에티켓은 단순히 나와 타인을 넘어 가족과 사회, 국가 간의 소통방식이기도 하다.그 사회, 문화가 요구하고 있는 기본적인 예절을 인간 사이에서 지키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과거에는 각 사회마다 그 차이가 심했지만, 세계가 통합되어가고 있는 오늘날에는 서로 다른 문화전통과 다른 예절, 즉 에티켓을 이해하고 수용하고 지켜가는 일이 대단히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에티켓은 다만 바란다고 해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다른 사람의 행동을 주의 깊게 관찰하고, 모든 상황에 대해서 한번 생각하는 습관, 생각과 행동을 일치시키고자 하는 노력, 독서 등 여러 방법으로 몸에 익힐 수 있는 것이다. 여기에 필요한 것이 하나 더 있다. 바로 상식이다. 여기서 말하는 상식이란 남다른 지성이나 전문적인 지식이 아니라 일반 생활개념에서 벗어나지 않는 올바른 판단과 센스이다.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고 호감을 주려고 노력하는 일, 남을 존중하는 마음 등은 에티켓의 기본 정신에서 빠질 수 없는 것들이다. 에티켓이란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선택적 상품이 아니라 내 스스로의 품위를 지키고 상대방으로 하여금 호감과 신뢰감을 갖게 하는 필수적 기술이라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고 했다. 우리나라의 여권은 세계 190개국을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다.

전세계의 나라가 249개국이라 하니 웬만한 나라는 마음만 먹으면 갈 수 있는 여권강국이다. 이를 뒷받침 하듯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도의 해외출국자가 3천만명을 넘어섰다. 즉 2명중 1명이상은 해외여행을 간다는 얘기다. 해외여행을 준비하면서 여행하고자 하는 나라가 선택되면 가장 먼저하는 일이 버킷리스트를 찾는 것이다.

꼭 가봐야 하는 장소, 꼭 먹어야 하는 음식, 꼭 해야 하는 것들 등등 열심히 알아보면서 정작 그 나라에서 지켜야 할 에티 켓은 생각하지 않는다. 사실 이 부분이 제일 중요한데 말이다. 무한경쟁이 일상화되어 있는 지구촌에서 뒤처지지 않고 승리할 수 있도록 기능화되고 체계화된 글로벌 에티켓을 하루 빨리 익혀가도록 하자. 해외여행은 우리와 다른 문화를 가진 나라를 여행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나라의 문화를 존중하고 이해하는 것 부터가 여행이다.

[전국매일신문] 최재혁 지방부국장
jhchoi@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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