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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필의 돋보기] 정치는 책임(責任)이 생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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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필의 돋보기] 정치는 책임(責任)이 생명
  • 최승필 지방부국장
  • 승인 2023.03.12 13: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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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원전 221년, 시황제에 의해 초나라, 한나라, 연나라, 제나라, 위나라, 조나라 등 육국(六國)을 멸망하고, 중국 최초의 통일 왕조인 진나라가 세워진 후 20년 만에 전국이 ‘초한전쟁(楚漢戰爭)’ 등 내전으로 큰 혼란을 겪게 된다. 초나라 패왕(王) 항우(項羽)와 한나라 왕 유방(劉邦)의 대결이었다.

당시 항우는 진나라에 의해 비롯된 중앙집권체제를 부정하고, 중국 전토에 여러 장수들을 봉건(封建)해 전국시대(戰國時代)의 구질서를 부활시키는 방법을 택해 자신을 패왕으로 일컫도록 하고, 장수들에게 각 지역을 ‘분봉(分封)’했다고 한다.

그러나 벽지(僻地)의 한 왕에 봉해진 유방은 이에 불만을 품고, 약소했던 반초 세력을 결집하며, 반간계략(反間計略)으로 항우의 많은 장수들이 등을 돌리게 해 항우와 맞서도록 하는 등 수년간 대치하며, 결국 역전에 성공해 항우를 궁지에 몰아넣었다고 한다.

결국 항우와 유방은 최후의 ‘해하전투(垓下戰鬪)’를 벌이게 된다. 이 전투는 유방의 배신으로 벌어진 것이다.

기원전 205년 초나라와 한나라가 초나라 팽성(彭城)에서 벌인 대규모 ‘팽성대회전(彭城大會戰)’에서 유방이 팽성을 함락했으나 매일 연회(宴會)에 빠진 생활을 이어오던 중 재탈환을 위해 막강한 군사를 이끌고 온 항우에게 유방은 군사를 모두 잃고 대패(大敗)하며 간신히 형양성으로 피신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이후 수많은 전쟁을 겪어오던 양국은 기원전 203년 평화협정을 체결한다. 항우는 동쪽, 유방은 서쪽으로 다시 들어가고, 태공 등 유방의 가족들을 유방에게 넘긴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유방은 이를 지키지 않고, 동쪽으로 철군하는 항우의 군대를 뒤쫓아가 포위하며, 마지막 결전인 ‘해하전투’가 벌어지게 된다.

이때 포위된 곳에서 ‘사면초가(四面楚歌)’라는 말이 생겨났다고 한다. ‘사면’은 모든 방향을 뜻한다. 그리고 이때 ‘초가’라는 심리전 기술이 나온다.

한나라 군사로부터 포위를 당한 항우는 빠져나갈 길을 찾지 못한 채 군량미도 떨어져 가고 있는 사이 사면에서 초나라 노래가 들려왔다. 한나라가 자신들에게 항복한 초나라 병사들에게 구슬픈 고향 노래를 부르도록 한 것이다.

이를 들은 항우는 자신이 패했다는 사실에 탄식하며, 진중(陣中)에서의 마지막 주연을 베푼 뒤 800기(騎)의 잔병(殘兵)을 이끌고, 오강(烏江)까지 갔다가 결국 건너지 못하고 그곳에서 자결했다고 한다.

요즘 우리 정치권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경기도지사 시절 비서실장 전모 씨의 극단적 선택을 두고 공방이 거세지고 있다. 이 대표 주변 인물의 사망 사건이 5건으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를 향해 “지금 대표가 하는 것은 결단코 ‘정치’가 아니다. 정치는 책임이 생명”이라며 대표직 사퇴를 거듭 촉구했고, 이에 맞선 민주당은 “이 대표를 제거하기 위한 무도한 (검찰의)강압수사에 벌써 4명이 극단 선택을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민의힘 정동혁 원내대변인은 11일 논평을 통해 “죄가 없다면 대표직을 내려놓고 ‘다 내가 계획하고 내가 지시한 일이다. 내가 책임진다’ 말씀하시고 죄가 없음을 밝히시면 된다. 그것이 당 대표다운 정치인의 모습”이라고 했다.

이어 “고인은 평소 대표님에 대한 서운함을 표시해 왔고, 유서에도 ‘이제 그만 정치를 내려놓으시라’고 적었다”면서 “그런데도 대표님은 ‘광기’, ‘미친 칼질’이라고 표현하며 검찰을 향해 독설을 퍼부었다. 애써 고인에게서 고개를 돌리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앞서, 지난 9일 오후 6시 45분께 이 대표는 도지사 시설 초대 비서실장이었던 전 씨가 성남시 수정구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으며, 당시 “나는 일만 열심히 했을 뿐인데 검찰 수사 대상이 돼 억울하다”는 심경과 함께 이 대표를 향해 “이제 정치를 내려놓으시라. 더 이상 희생은 없어야 한다”는 내용의 전 씨의 유서가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다음 날인 10일 경기도의회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에서 “검찰의 이 미친 칼질을 도저히 용서할 수 없다”며 검찰 수사를 비난하고 “이게 검찰의 과도한 압박 수사 때문에 생긴 일이지, 이재명 때문입니까. 수사당하는 게 제 잘못이냐”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그동안 주변 인물 사망 당시에도 “검찰의 과도한 수사가 죽음의 원인이 됐다”며, 사건과의 관련성을 전면 부인해 왔다.

하지만 이번 사건 발생 후 민주당 내부에서는 이 대표에 대한 공개적인 사퇴 요구가 나왔다.

비명(비이재명)계이자 성남 중원을 지역구로 둔 윤영찬 의원은 지난 10일 페이스북을 통해 “한 도시에서 일어난 사건과 연관된 이들의 계속된 죽음, 이런 일은 어디에서도 본 적이 없는 충격적인 일이며, 이해하기 어려운 비극”이라며 “우리 지역 성남에서 일어나고 있는 연속된 비극이라 더더욱 마음 아프고 분노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가 도의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며 “그게 인간이고 그게 사람이다”라며 사퇴요구 대열에 합류했다.

‘사면초가’는 적에게 둘러싸인 상태나 누구의 도움도 받을 수 없는 고립(孤立) 상태에 빠짐을 이르는 말이다.

지난달 27일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가까스로 부결되면서 심각한 내홍이 감지되기 시작했다. 이후 당 지지율까지 추락하는 와중에 또다시 최측근 사망이라는 돌발 악재까지 겹치면서 이 대표는 물론, 민주당이 사면초가 위기에 빠졌다.

이 대표의 ‘책임 있는’ 모습이 사면초가의 위기에서 벗어날 유일한 방법이다.

[전국매일신문] 최승필 지방부국장
choi_sp@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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