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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그날] “전력난 최대 고비···절전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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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그날] “전력난 최대 고비···절전에 달렸다”
  • 김주현기자
  • 승인 2023.08.12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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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8월 산자부장관 "예비력 180만㎾에 불과...비상대책 총동원해 사흘 버텨야"
폭염 속 서울 곳곳서 정전에 500여가구 '찜통 더위'에 시름...'블랙아웃' 최대 고비

2023년 전력수급 역사상 처음으로 평균 전력총수요 100GW 기록
온열질환자 2085명·사망자 27명···역대급 폭염 2018년 이후 처음
세계적 폭염 기승···남극·해수면 온도 '상승'·스위스 노인여성들은 '기후' 소송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이 있다. 
10년 전 헤드라인 뉴스를 통해 '과거 속 오늘'을 다시 한 번 되짚어 보고
더 발전했는지, 답보상태인지, 되레 퇴보했는지 점검해보고자 한다.


[뉴스 타임머신-10년 전 그날]
2013년 8월 12일  “전력난 최대 고비···12·13·14일 절전에 달렸다”

지난 2013년 8월 12일은 두가지 키워드로 정리할 수 있다. 바로 '전력난' '절전'이다.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연합뉴스]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연합뉴스] 

● “전력난 최대 고비···12·13·14일 절전에 달렸다”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2013년 8월 11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비상대책을 총동원해 월·화·수 사흘을 버텨야 한다”며 “발전기 한 대만 고장나도 순환 단전을 해야 하는 매우 위험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윤 장관은 서울 삼성동 한국전력 본사 종합상황실에서 가진 전력수급위기 대책회의와 ‘전력수급 관련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통해 “상시 대책만으로는 이미 극복이 어려운 상황이 됐다”며 “3일간 전력 수요가 8000만㎾를 넘어갈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윤 장관은 “준비했던 모든 수단을 다 동원해도 예비력이 180만㎾에 불과해 자칫 발전기 한 대만 불시에 고장나도 2011년 9월 15일과 같은 순환 단전을 해야 하는 매우 위험한 상황”이라며 “3일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산업체, 공공기관, 가정, 상가 구분 없이 전기 사용을 최대한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다.

정전된 아파트 [연합뉴스]
정전된 아파트 [연합뉴스]

・ ‘블랙아웃’ 최대 고비···폭염 속 서울 곳곳서 정전에 500여가구 '찜통 더위'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013년 8월 9일 전력수요는 사상 최대인 7935만㎾를 기록해 전력수요가 공급을 220만㎾ 초과하면서 수급대책 시행에도 불구하고 순간예비력이 329만㎾까지 하락했다.

이에 따라 전력거래소는 올여름 들어 두번째로 전력경보 '관심'을 발령했었다. 전력거래소는 안정적 예비전력을 500만㎾(전력예비율 5%)로 정하고, 예비전력이 떨어질 때마다 비상단계를 설정하고 있다.

단계별로 ▲400만㎾ 미만 시 '관심' ▲300만㎾ 미만 시 '주의' ▲200만㎾ 미만 시 '경계' ▲100만㎾ 미만 시 '심각' 조치가 발동된다. 

이에 대해 전력당국은 장마 이후 연일 이어지는 폭염으로 인한 냉방수요 증가가 원인이라고 보고 있다. 또 원전 부품비리로 원전3기가 가동을 정지한 것도 한 원인이다. 문제는 이번 주 12~14일 전력수급난이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전력당국은 12~14일 전력 수요가 8050만㎾까지 상승해 예비전력 180만㎾ 수준까지 하락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경우 올여름 들어 처음으로 전력수급 '경계'단계까지 내려가게 된다. 

8월 12일 전력난이 예고된 상황에서 전날인 11일 밤사이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에서 정전이 잇따라 발생, 주민들이 폭염과 열대야 속 찜통더위를 겪었다.

8월 11일 오후 9시 40분쯤 서울 동작구 대방동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정전이 발생해 400여 가구에 전기 공급이 끊겼다. 한국전력은 안전관리사 등을 투입해 복구 작업을 벌였고 사고 발생 5시간여만에 전력 공급을 정상화했다.

또 이날 오후 8시 35분쯤에는 성북구 정릉동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100여 가구가 정전됐다가 20분만에 자체 복구됐다. 폭염 속 에어컨 사용량이 급증하자 변압기에 과부하가 걸려 차단기가 작동해 일시 정전된 것이다. 

한전 측은 자체 복구 후 사고발생을 방지하기 위해 주민들에게 전기 사용을 줄여달라고 안내방송을 실시했다.

전략수급 상황 '준비' 단계 표시 전광판  [연합뉴스]
전략수급 상황 '준비' 단계 표시 전광판  [연합뉴스]

・ 온국민 '절전' 합심 빛났다···'전력수급경보' 해제 
산업통상자원부와 전력거래소는 8월 12일 최대 전력수요가 7971만 kW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었다. 하지만 실제 7703만 kW에서 더 높아지지 않았다. 전력 사용 피크시간대(오후 2∼5시) 예비전력은 400만 kW대를 지키며 안정된 모습을 보였다. 전력난이 예상보다 크게 악화하지 않은 것은 기업과 국민들이 절전에 적극 동참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8월 12일 수도권 대부분의 아파트에서는 관리실 모니터를 통해 절전 안내 방송이 나갔다. 서울 광진구 자양동 더샵스타시티 아파트는 전력수요를 9일보다 5.4% 줄였다. 서울 용산구 동부이촌동에 사는 70대 이모 씨는 “하루 종일 에어컨을 틀고 지냈는데 전기 가뭄이라는 말에 오늘은 선풍기만 사용했다”고 말했다. 기업들도 허리띠를 졸라맸다. 강제 절전과 조업 조정으로 줄인 전력수요는 464만 kW로 목표치(365만 kW)를 100만 kW가량 초과했다. 삼성전자는 일부 생산설비의 가동을 중단했고, 대우조선해양은 14일까지 사흘 동안 도장 업무 시간을 낮에서 밤으로 바꿨다. 

이순우 우리금융지주 회장 [연합뉴스]
이순우 우리금융지주 회장 [연합뉴스]

은행들은 '전산망 다운'에 대비한 비상체제에 돌입했다. 불볕더위로 블랙아웃(대정전)까지 우려될 만큼 전력난에 대한 위기감이 고조됐기 때문이다. 은행은 잠시라도 전력이 끊어지면 영업뿐 아니라 금융시스템에 치명적인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

8월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순우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전날 전체 임직원에 '오후 6시 정시퇴근'을 지시했다. 반복되는 야근을 고려하면 사실상 '단축근무'인 셈이다. 이 회장은 "최근 원전 가동중단 사태와 연이은 발전소 고장 등으로 국가적인 전력난이 최대 고비"라며 "6시가 되면 모두 퇴근하라"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전국의 60여개 발전기 임대업체를 섭외하고, 비상발전차량 2대를 계획정전 지역이나 정전 예상 지역에 투입할 방침이다.또 전력 공급이 중단됐을 때 일시적으로 전원을 공급하는 '무정전 전원공급장치'를 추가 확보키로 했다.

외환은행은 '전력위기 대응을 위한 비상대책반'을 꾸려 24시간 비상대기 근무에 들어갔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전력부족으로 인한 블랙아웃에 대비하고 전력 위기에 효율적으로 대응하려고 대책반을 운영한다"고 말했다. 또한 하나은행은 정전 시간이 길어질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무인경비시스템 무력화에 대비해 비상 당직근무 체제로 전환할 계획이다.

최악의 전력위기 3일째인 2013년 8월 14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전력거래소 전력수급 비상대책상황실에서 조종만 상황실장이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이날 오후 1시42분에 순시예비력이 450만㎾ 미만으로 떨어져 전력수급경보 '준비' 단계가 발령됐다. [연합뉴스] 
최악의 전력위기 3일째인 2013년 8월 14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전력거래소 전력수급 비상대책상황실에서 조종만 상황실장이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이날 오후 1시42분에 순시예비력이 450만㎾ 미만으로 떨어져 전력수급경보 '준비' 단계가 발령됐다. [연합뉴스] 

전력거래소는 8월 14일 오후 1시 42분부로 순간 예비력이 450만kW 미만으로 떨어져 수급경보 ‘준비’단계를 발령했다. 무더위가 이어지면서 지난 12일부터 사흘 연속 전력수급의 ‘심리적 저지선’으로 꼽히는 예비력 500만kW가 무너진 것이다. 하지만 준비 경보는 약 3시간 여만인 오후 5시30분에 해제됐다.

사흘 연속 전력수급경보가 발령됐지만 최악의 경우 블랙아웃까지 예상했던 것을 감안한다면 선방했다는 평가다. 지난 사흘간 주의단계(예비력 300만kW 미만)나 경계단계(예비력 200만kW 미만)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됐던 전력수급 상황은 예비력 400만kW 이상의 안정세를 유지하면서 준비 이상으로 격상되지 않았다.

지난 8월 12일 피크시간대 공급능력은 7743만kW, 최대수요는 7303kW로 평균 예비력은 440만kW(예비율 6%)를 기록하며 전력난의 시작을 알렸다. 하지만 전력경보는 준비에서 더 이상 악화하지 않았다.

하루 뒤인 8월  13일에도 전력 수요는 최고 7261만kW(오후 3시)로 전날보다 40만kW 낮았다. 평균 예비전력도 전날(440만kW)보다 2만kW 늘어난 442만kW로 유지됐다. 오후 들어서도 전력 경보 상향 조정은 이뤄지지 않았다.

전력당국의 절전 호소에 공공기관은 물론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전력 수요감축에 동참한 덕분이다. 특히 공공기관은 지난 사흘간 냉방기 가동 중지, 실내조명 완전 소등, 사용하지 않는 사무기기 전원차단 등 강도 높은 절전 대책에 나섰다. 전력난이 마지막 고비를 넘으면서 8월 14일 오후 6시를 기해 전력수급 긴급 상황은 해제됐다. 이에 따라 8월 16일부터 공공기관은 오후 전력피크 시간대(2시∼5시)에 30분 단위로 냉방기 순차운휴를 시행하게 됐다.

연일 폭염이 계속된 3일 대구 중구 공평네거리 도로에서 시민들이 열기로가득한 도로를 걷고 있다. [연합뉴스]
연일 폭염이 계속된 3일 대구 중구 공평네거리 도로에서 시민들이 열기로가득한 도로를 걷고 있다. [연합뉴스]

● 2023년 온열질환자 2085명·사망자 27명···전력수급 역사상 처음으로 평균 전력총수요 100GW 기록
'입추' 절기였던 2023년 8월 8일 온열질환자가 90명 늘어 누적 2085명이 됐다. 한 해 온열질환자 수가 2000명 넘은 것은 2018년(4526명) 이후 5년 만에 처음이다.

8월 9일 질병관리청의 응급실감시체계 현황에 따르면 전날 하루 90명의 환자가 신고됐다. 온열질환에 의한 사망자는 발생하지 않았다. 신규 환자 수는 지난 3일 이후 엿새 만에 100명 아래로 떨어졌다. 올해 집계된 온열질환 환자 수는 총 2085명으로 전년 동기간(1335명) 대비 750명(56.2%) 증가했다.

질병청은 매년 5월 말부터 9월 말까지 일부 의료기관을 표본으로 정해 온열질환 응급실 감시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온열질환자 수가 2000명을 넘은 것은 역대급 폭염이 덮쳤던 지난 2018년 이후 처음이다.

서울 39.6도, 강원도 홍천 41도 등 국내 기상 관측 이래 최고 기온을 기록했던 지난 2018년 당시 온열질환자는 4526명, 사망자는 48명이 보고됐다. 이후 2019년 1841명(11명 사망)→2020년 1078명(9명 사망)→2021년 1376명(20명 사망)→2022년 1564명(9명 사망)으로 2000명 이하의 환자가 집계됐다.

온열질환 사망자는 추가로 나오지 않아 누적 27명을 유지했다. 작년 동기간(7명) 대비 약 4배에 달하는 수치로, 지난해 1년간 발생한 전체 온열질환 추정 사망자 수(9명)보다는 3배 많다. 전체 온열질환 환자 중 60세 이상 고령층은 838명(40.2%)이다. 단순노무 종사자 19.3%, 농림어업 종사자 7.8% 등 특성상 야외에 머무는 시간이 긴 이들 중 환자가 많이 발생했다. 온열질환이 주로 발생하는 장소도 작업장 30.7%, 논밭 14.6%, 길가 10.6% 등 실외가 79.3%를 차지했다. 자주 발생하는 시간대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 사이에 75.3%가 집중됐다. 온열질환 주요 증상으로는 열탈진이 56.3%로 가장 많고 열사병 18.9%, 열경련 13.8%, 열실신 8.7% 순으로 나타났다.

제6호 태풍 카눈이 북상하면서 무더위는 한풀 꺾인 상태다. 행정안전부는 8월 8일 오후 6시를 기해 폭염 위기경보 수준을 '심각'에서 '경계'로 하향 조정하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해제한 바 있다.

8월 7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한국전력공사 경기지역본부 전력관리처 계통운영센터에서 관계자들이 전력수급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연합뉴스] 
8월 7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한국전력공사 경기지역본부 전력관리처 계통운영센터에서 관계자들이 전력수급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8월 7일 오후 3시 기준 한 시간 평균으로 100GW(기가와트)가 넘는 전력이 사용된 것으로 추계됐다. 한 시간 평균 전력총수요가 100GW를 넘어선 것은 전력수급 역사상 처음이다. 8월 9일 전력거래소 전력정보 중 '시간별 태양광 추계통계'에 따르면 7월 7일 오후 2∼3시 한 시간 평균 전력 총수요 추계는 100.571GW로 나타났다.

해당 추계에서는 전력거래소의 전력시장 내 수요와 함께 태양광 발전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한전 직접구매계약(PPA), 소규모 자가용 태양광발전 등 전력시장 외 수요를 모두 합했다.

남극 바다의 빙산 [EPA=연합뉴스]
남극 바다의 빙산 [EPA=연합뉴스]

● 전 세계적 '폭염' 기승···남극·해수면 온도 '상승'·스위스 노인여성들은 '기후' 소송 
전 세계적으로 기후변화로 인한 폭염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남극은 때아닌 폭염에 얼음 감소 가속화가 우려되고, 세계 해수면 온도도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며 해양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는 상태다. 또한 스위스에서는 '폭염'을 막지못한 정부에게 '기본권 침해' 소송을 내는 등 기후변화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남극에서 평년보다 38도 높은 폭염이 발생하면서 앞으로 지구 온도를 낮추는 냉매 역할을 하지 못할 수 있다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영국 엑시터대의 마틴 지거트(Martin Siegert) 교수 연구진은 8월 9일 국제 학술지 ‘첨단 환경과학’에 “최근 몇 년 사이 남극에서 발생한 해빙(海氷) 감소와 기록적인 폭염, 빙붕(氷棚) 붕괴 같은 극한 시건들이 앞으로 더 많이 발생하고 일반화될 것이 거의 확실하다”며 “이로 인해 전 세계 연안의 홍수를 유발할 남극 얼음 감소가 가속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지커트 교수는 “30년 동안 남극을 연구했지만 최근 발생한 일들은 전혀 예상치 못했다”며 “놀랍고도 충격적이라는 표현이 맞는다”고 밝혔다. 대표적인 예로 지난해 3월 남극 동쪽 내륙의 해발 3㎞ 지점은 기온이 평년보다 섭씨 38.5도 높았다. 연구진은 “지구에서 나타난 최고의 극한 기상 현상”이라며 “여름 영국에 이런 현상이 발생한다면 런던의 기온이 60도가 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호주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 [EPA=연합뉴스] 
호주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 [EPA=연합뉴스] 

해수면 온도도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운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중기예보센터(ECMWF) 산하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서비스(C3S)가 2023년 8월 4일(현지시간) 공개한 '5세대 국제 기후대기 재분석'(ERA5) 데이터에 따르면 7월 30일 세계 해수면 평균 온도가 섭씨 20.96도로 집계됐다고 AFP 통신이 전했다. 이는 직전까지 역대 최고치였던 2016년 3월의 20.95도보다 0.01도 높다.

스위스 여성 노인들이 스위스 정부를 상대로 유럽인권법원에 제기한 기후 정책 관련 소송 첫날인 2023년 3월 29일(현지시각)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서 열린 재판에 참석했다가 나오는 여성을 지지자들이 환영하고 있다. [스트라스부르/AP 연합뉴스]
스위스 여성 노인들이 스위스 정부를 상대로 유럽인권법원에 제기한 기후 정책 관련 소송 첫날인 2023년 3월 29일(현지시각)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서 열린 재판에 참석했다가 나오는 여성을 지지자들이 환영하고 있다. [스트라스부르/AP 연합뉴스]

한편 스위스 노인 여성들이 과거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기후 소송이 주목받고 있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203년 8월 6일(현지 시간) 스위스 환경단체 ‘기후 보호를 위한 노인 여성’ 소속 회원들이 2020년 유럽인권재판소에 정부를 제소한 사건을 조명했다. 64세 이상의 스위스 여성 약 2400명으로 구성된 이 단체는 스위스 정부가 온실가스 배출을 억제하지 않아 자신들의 기본권을 침해했다며 2020년 유럽인권재판소에 소송을 제기했다.

유럽인권재판소가 기후 변화로 인한 인권 침해 여부를 심리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며 최종 판결은 내년께 나올 전망이다. 기후 변화는 모든 스위스인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특히 자신들과 같은 노인 여성들이 가장 취약하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실제 최근 한 연구에 따르면 지난해 여름 폭염으로 인해 유럽 전역에서 6만 1000명 이상이 숨졌으며, 이 중 대다수가 80세 이상의 여성으로 집계됐다. 스위스는 지난해 기록상 가장 더운 한 해를 보냈다. 올해는 남부 유럽만큼은 아니더라도 지난달 초 일부 알프스 지역의 기온이 36도까지 올랐다.

애초 이 단체는 2016년 스위스 법원에 처음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스위스 대법원은 노인 여성들의 권리가 침해됐다는 점을 입증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단체는 스위스 법원이 사건을 제대로 심리하지 않았다고 판단하고 유럽인권재판소에 사건을 들고 갔다. 단체는 스위스 정부가 지구 온난화를 2도까지 막을 수 있을 만큼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지 않은 것이 유럽인권조약상 생명권과 자율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한다. 반면 스위스 정부는 국제법이 개인에게 기후 변화로부터 보호받을 권리까지 부여한 건 아니며 기후 변화의 영향은 법적 절차가 아닌 정치적 해법에 따라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단체는 이번 소송을 통해 노인들이 비록 미래에는 사라질지라도 강력한 기후 옹호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한다. 엘리자베트 슈테른 씨는 “통계상 10년 후에는 제가 사라진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그래서 지금 내가 무엇을 위해 싸우든, 이는 다음 세대를 위한 것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매일신문] 김주현기자
joojoo@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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