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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그날] "마누라·자식빼고 다 바꿔라"···삼성, 20년만에 '신경영'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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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그날] "마누라·자식빼고 다 바꿔라"···삼성, 20년만에 '신경영' 선언
  • 김주현기자
  • 승인 2023.06.06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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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신경영' 선언 이후 20년만에 '뉴경영' 강조
도전・혁신・창조경영・사회적 책임 등 화두로...지속적 혁신 '영원한 초일류 기업' 지향
2020년 이건희 회장 별세...2022년 '10년 만에 승진' 이재용 시대 개막
2023년 6월 7일 신경영 발표 30주년...이재용 표 '뉴삼성' 비전에 주목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이 있다. 
10년 전 헤드라인 뉴스를 통해 '과거 속 오늘'을 다시 한 번 되짚어 보고
더 발전했는지, 답보상태인지, 되레 퇴보했는지 점검해보고자 한다.


[뉴스 타임머신-10년 전 그날]
2013년 6월 6일 삼성 '신경영' 20주년 

지난 2013년 6월 6일은 두가지 키워드로 정리할 수 있다. 바로 '이건희' '삼성 신경영'이다.

'삼성 이노베이션 포럼' [삼성뉴스룸 제공]
'삼성 이노베이션 포럼' [삼성뉴스룸 제공]

● '신경영 20주년 기념 '삼성 이노베이션 포럼' 열어
삼성전자가 지난 1993년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신경영 선언 이후 20년간 걸어온 발자취를 한 눈에 살펴볼 수 있는 '삼성 이노베이션 포럼'을 열었다. 

삼성전자는 2013년 6월 7일부터 7월 9일까지 수원 '삼성 디지털 시티'에서 삼성 이노베이션 포럼을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삼성전자의 각 사업부별로 20년 간 시장에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 온 제품과 기술, 서비스의 발전사를 보여주는 다양한 제품이 전시됐다. 

이 포럼은 1993년 삼성의 신경영 선언 이후 삼성전자가 걸어온 20년의 역사를 공유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어 이건희 회장은 2013년 6월 7일 전 임직원들에게 보낸 메시지를 통해 뉴(New)경영을 강조하기도 했다.

“실패가 두렵지 않은 도전과 혁신, 자율과 창의가 살아 숨쉬는 창조경영을 완성해 어떠한 어려움에도 흔들리지 않는 영원한 초일류기업으로 나아갑시다”

이 회장이 신경영 20주년을 맞이해 새시대 삼성이 나갈 목표로 도전과 혁신, 창조경영, 사회적 책임 등을 화두로 던졌다.

창조경영과 지속적 혁신으로 ‘영원한 초일류 기업’을 지향하면서 이웃, 지역사회와의 상생을 통해 다함께 따뜻한 사회, 행복한 미래를 만들어가는 데 일조하겠다는 경영철학을 제시했다. 이 회장이 삼성을 맡아 경영혁신에 매진했던 게 신경영1.0, 1993년 프랑크푸르트 선언을 통해 대대적 변화를 요구했던 게 2.0이라면 이번에 삼성 신경영 3.0 버전을 내놓은 셈이다.

1993년 6월 7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신경영' 선언하는 이건 희 회장 [삼성전자 제공]
1993년 6월 7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신경영' 선언하는 이건 희 회장 [삼성전자 제공]

이날은 지난 1993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이 회장이 “마누라 자식 빼고 다 바꿔라”라고 한 이른바 신경영이 시작된 지 만 20주년이 되는 날이다.

이 회장은 “20년 전 우리의 현실은 매우 위태로웠으며 21세기가 열리는 거대한 변화의 물결 속에서 나부터 변하자, 처 자식만 빼고 다 바꾸자고 결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신경영 선언이 나오게 된 배경을 밝혔다. “낡은 의식과 제도, 시대 흐름에 맞지 않는 관행을 과감하게 떨쳐 버리고, 양 위주의 생각과 행동을 질 중심으로 바꾸어 경쟁력을 높인 것”이 오늘날의 삼성을 있게 했다는 게 이 회장 스스로가 진단한 지난 20년의 성과다.

하지만 그는 지난 영광에 만족하기 보다는 앞으로에 대한 당부에 더 힘을 실었다.

이 회장은 “개인과 조직, 기업을 둘러싼 모든 벽이 사라지고 경쟁과 협력이 자유로운 사회, 발상 하나로 세상이 바뀌는 시대가 됐다”며 “앞으로 우리는 1등의 위기, 자만의 위기와 힘겨운 싸움을 해야 하며, 신경영은 더 높은 목표와 이상을 위해 새롭게 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새로운 출발의 목표로 내세운 것은 ‘어떠한 어려움에도 흔들리지 않는 영원한 초일류기업’이다. 이를 위해 그는 창조경영이라는 키워드를 던졌다.

그는 “열린 마음으로 우리의 창조적 역량을 모으자”며 “이것이 신경영의 새로운 출발이다”라고 했다. 또 “기업에 대한 사회적 책임은 더 무거워졌으며, 삼성에 대한 사회의 기대 또한 한층 높아졌다”며 “우리의 이웃, 지역사회와 상생하면서 다함께 따뜻한 사회, 행복한 미래를 만들어 가자”는 말도 잊지 않았다.

이같은 이 회장의 메시지에는 불과 20년 만에 세계 1류가 된 삼성에 대한 자부심과 함께 앞으로 풀어내야 할 ‘숙제’가 모두 담겨져 있다는 평가다.

지난해 세계 시장에서 20개 품목의 월드베스트(1등)를 가진 전자산업의 압도적인 패자가 되고, 세계에서 가장 이익을 많이 내는 기업 가운데 하나가 된 삼성이지만 오랫동안 영속하는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위기의식을 가지고 끊임없이 체질을 개선에 힘써야 한다는 뜻이다. 교만하지 말고 스스로 길을 다시 찾고 시장을 창조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연합뉴스]

● 이건희 회장 2주기 이후 '10년 만에 승진한' 삼성 이재용 시대 개막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012년 부회장으로 승진한 지 10년 만에 회장직에 올랐다.

부친인 고 이건희 회장이 2020년 10월 별세한 지 2년 만이자 1991년 삼성전자에 입사한 지 31년 만이다.

삼성전자는 2022년 10월 27일 이사회를 열어 이 부회장의 회장 승진을 의결했다. 이 부회장의 회장 승진은 이사회 동의를 받지 않아도 되지만 평소 이사회 중심의 경영을 중시해 온 만큼 이사회 동의 절차를 거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이 신임 회장은 2018년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삼성그룹의 동일인(총수)으로 지정된 데 이어 4년여 만에 공식 회장 직함을 달게 됐다.

이 신임 회장은 이날 사내 인트라넷에 글을 올려 "오늘의 삼성을 넘어 진정한 초일류 기업, 국민과 세계인이 사랑하는 기업을 꼭 같이 만들자"며 "제가 그 앞에 서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지난 10월  25일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2주기를 맞아 전·현직 삼성 경영진 300여 명 앞에서 밝힌 소회를 사내 인트라넷에 공유하는 것으로 취임사를 대체하는 형식이다.

이번 승진에 대해 삼성전자 이사회는 “글로벌 대외 여건이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책임 경영 강화, 경영 안정성 제고, 신속하고 과감한 의사결정이 절실하다고 판단해 이같이 의결했다”고 밝혔다.

재계에선 이 부회장이 이미 그룹 총수로 경영 전반을 진두지휘하긴 했지만, 공식적으로 '삼성 회장' 타이틀을 달면서 본격적으로 '이재용의 삼성' 시대가 문을 열었다고 평가했다.

故 이건희 회장 [연합뉴스]
故 이건희 회장 [연합뉴스]

앞서 2020년 10월 25일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서울 일원동 서울삼성병원에서 향년 78세로 별세했다. 1942년 경남 의령에서 태어난 고인(故人)은 부친인 이병철 삼성창업주 별세 이후 1987년 삼성그룹 2대 회장에 올라 삼성그룹을 이끌었다. 반도체, 휴대전화 사업 등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해 오늘날 삼성전자가 세계 1위 전자회사가 되는 기틀을 마련했다. 2014년 5월 급성심근경색증으로 서울 이태원동 자택에서 쓰러져 6년 이상 입원 치료를 진행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4월 4일 충남 아산 삼성디스플레이에서 열린 디스플레이 신규투자 협약식에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방문 감사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4월 4일 충남 아산 삼성디스플레이에서 열린 디스플레이 신규투자 협약식에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방문 감사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 삼성 '신경영 30주년', 이재용 회장의 '승어부'는
오는 2023년 6월 7일 이건희 선대 회장의 신경영 발표 30주년이 되는 날이지만 삼성전자를 비롯한 삼성 계열사는 올해 별다른 행사 없이 지나갈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에는 기념행사를 열거나 사내 방송 등을 통해 이날을 기념했지만 이미 이재용 회장 체제로 전환한 데다 과거 이벤트보다는 글로벌 복합 위기 상황에서 미래 먹거리 확보 등에 주력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만난 이재용 회장 [삼성전자 제공]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만난 이재용 회장 [삼성전자 제공]

재계는 회장 취임 8개월차에 접어든 이재용 회장의 '뉴삼성' 비전에 주목하고 있다.

이 회장은 지난해 10월 취임 후 전방위적으로 경영 보폭을 넓히고 있다. 지난달에는 윤석열 대통령의 방미 경제사절단 일정을 소화한 뒤 미국 동·서부를 횡단하며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등 주요 글로벌 기업 CEO 20여 명을 두루 만나고 돌아왔다.

취임 후 광주를 시작으로 지방 사업장을 두루 돌며 생산 현장을 점검하고 "건강한 생태계를 조성해 상생의 선순환을 이뤄야 한다"며 상생과 지역 경제 활성화를 강조하고 있다.

지역 산업 생태계 육성을 위해 향후 10년간 총 60조 원을 투자하기로 했으며 대표적인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 사업인 스마트공장 구축을 통해 인구소멸 위험 지역에 있는 중소기업을 우선 지원하기로 했다.

지난 1일 열린 삼성호암상에 직접 참석하는 등 선친의 '인재 제일' 철학을 계승하며 인재 육성·확보에도 힘을 쏟고 있다.

이 회장을 비롯한 이건희 선대회장의 유족은 2021년 유산의 약 60%에 달하는 사상 최대 규모의 사회 환원을 실천하기도 했다. 이른바 '이건희(KH) 유산'으로 유족은 문화재와 미술품 2만 3천여점을 국가기관 등에 기증하고, 감염병 극복(7천억 원)과 소아암·희귀질환 지원(3천억 원) 등 의료 공헌에 1조 원을 기부했다.

이재용 회장, 천안 반도체 패키지 사업장 방문 [삼성전자 제공]
이재용 회장, 천안 반도체 패키지 사업장 방문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가 주력 사업인 반도체에서 14년만에 영업적자를 냈지만 그만큼 다가올 기회에 대한 기대도 크다. 특히 최근에는 생성형 인공지능(AI)의 대중화와 빅데이터 시대로 전환하고 있어 삼성전자는 새로운 기회를 만났다. 고성능 반도체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삼성전자 주력 제품인 메모리 반도체는 물론, 시스템 반도체도 대폭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에 따르면 2022년 444억 달러, 약 57조 원인 AI 반도체 시장은 2026년 861억 달러(111조 원)로 2배가량 확대할 것으로 전망됐다. 전장 산업 역시 삼성전자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자리 잡고 있다. 전기차 등 전장용 부품 시장은 시스템반도체는 물론 디스플레이, 삼성SDI, 삼성전기 등이 다각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산업이다.

또한 삼성전자는 연초 코스닥 상장사 레인보우로보틱스에 대한 지분 일부 인수를 발표하고 콜옵션 행사시 최대 주주로 오를 수 있는 계약을 체결한 상태다. 아울러 '봇핏'이라는 상표권을 등록해 연내 상용 로봇 출시를 차질 없이 준비하고 있다.

향후 전망도 뚜렷하다. 시장조사기관 브랜드에센스마켓리서치앤컨설팅에 따르면 글로벌 로봇시장 규모는 2021년 기준 352억 4천만 달러, 약 47조 원에서 2027년까지 연평균(CAGR) 21.9% 성장할 것으로 관측됐다. 이 경우 시장 규모는 약 1400억 달러(189조 원)에 이른다.

한편 최근에는 이 회장의 등기임원 복귀 가능성이 재점화되기도 했다. 재계에서는 사법 리스크 등을 고려하면 등기임원 복귀를 무리하게 추진할 이유가 없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이 회장은 현재 매주 목요일에는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합병 혐의 재판에, 3주 간격으로 금요일에는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전국매일신문] 김주현기자
joojoo@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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